불안함을 돌리다
하루 종일 날이 흐리고 비가 올 것 같다는 날씨 예보를 들었지만 창문 밖의 날은 날씨 예보를 빗나갈 것 같다. 빨래 바구니에 세탁물이 쌓여가는 것을 보고 어제부터 망설이다 결국 오늘 세탁기를 돌리는 것을 선택했다. 빨래를 모았다가 한번에 하는 것은 전기를 아끼는 방법이 되겠지만 요즘처럼 비가 오는 계절은 조금씩이라도 빨래를 해서 신속하게 말리는 것이 세균 번식을 막기 위한 위생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빨래 바구니에 차오르는 '불안함의 번식'을 얼른 세탁기에 털어 넣었다. 부지런히 창문을 열고 닫으며 젖은 빨래를 말리는 오랜 '알뜰 정신'을 뒤로 물리고 그냥 '건조기'로 빨래를 말리는 것을 선택하고 대신 에어컨을 켜지 않고 선풍기 바람에 낮 시간을 견뎌 보는 것으로 나름의 슬기로움(?)을 만든 것이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건조기를 사용하여 빨래를 말리는 것이 당연하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지만 한국에서 건조기를 활용하는 생활은 왠지 부담스러워 쉽게 건조기를 사용하지 않은 편이다. 화창한 날을 골라 세탁을 하고 번거롭지만 베란다에 세탁한 빨래를 널고 베란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과 햇살로 무거운 수분기를 날리고 마지막 단계에서 건조기에 넣어 먼지를 제거하고 뽀송하게 처리를 하는 것이 나의 슬기로운 건조기 사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신중한 결단이 무색하게 창밖이 맑아 오며 매미들의 합창 소리가 들려온다. 고민하기도 귀찮은 눅눅한 여름날이다. 건조기는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이다. 건조기 안에서 축축한 불안함이 뱅글뱅글 돌면서 털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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