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ugust 15, 2024

비는 내리고

 

무덥고 지친 마음을 차에 앉혀 밖으러 나왔더니만 출발과 동시에 무섭게 비가 내린다. '낭만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엔 너무 요란한 소리와 번쩍거림을 동반한 빗줄기는 불안하게 사납다. 음산한 재난 영화 진입부에 들어가는 느낌이다. 잠깐 동안 쏟아지는 그런 소나기가 아니다. 회색빛 하늘은 온통 빗줄기다. 자동차 비상등을 켜고 앞 차 비상등을 따라 앞으로 앞으로 한참이나 달려서 비가 없는 푸른 하늘 아래로 가게 되었나 보다. 모든 구름은 사라진다 하였는가. 그래서 아름답다 하였는가. 

무거운 회색 하늘은 비를 뿌리고서 다시 푸르게 맑아졌을 것이다. 목 말랐던 나무들은 물을 머금고, 타오르던 도시의 길은 열을 식히고, 쌓였던 먼지들은 씻겨 나갔을 것이고...... 비가 내렸지만 뜨거워진 여름은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다. 2024년 여름은 참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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