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범과 나
표범 무늬가 프린트 되어있는 블라우스를 챙겨 입고 노트북을 켰더니 표범이 나뭇가지 위에 팔과 다리 그리고 꼬리까지 올리고 앉아있는 사진이 스크린에 떠 있다. 표범은 홀로 앉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잠시 높은 곳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다음 먹거리를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들판에서 빠져나와 높은 나무 위로 올라와 시야를 바꿔보는 것도 슬기로운 생활일 것이다.
흐린 월요일 아침에 왜 표범 무늬 블라우스를 입고 앉아 있냐고 묻는다면, 큰 아들의 멋져 보인다는 옷평이 기억나 챙겨 입었다. 모든 사물이 그렇듯이 나의 옷들도 기억을 갖고 있다. 표범 무늬를 입어도 '야'하지 않은 그 시점이 어떤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선을 넘어선 것인지도 모른다. 온 몸으로 기억하고 있을 젊은 에너지와 열정을 다 기억하고 떠오릴 수 없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오늘은 표범 무늬 블라우스를 입어 본다.
쌀쌀한 월요일이니까 귀걸이도 좀 큰 것으로 하고 나가기로 한다. 처음 살아보는 오늘이니까 스스로 자축하는 것으로.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 자유롭기까지 하다. '자기만족'이란 행복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스스로 자신의 삶을 챙기면 되는 것이다. 삶은 셀프이다! 늙고 지친 투덜거림을 하지 않아도 평온할 수 있는 그런 날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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