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September 29, 2024

슴슴한 시간

 아직은 가을이 아니야! 그래도 도로변 은행 나무는 반기는 이 없는 것도 모르고 노랗게 여문 은행알을 내려 놓는다. 귀여운 은행알의 유쾌하지 않은 밟히는 냄새에도 아직 지금 이곳은 여름이다. 늦더위가 9월말까지 지속되고 경험하지 못한 강한 추위가 있는 겨울이 예상된다는 뉴스가 전해 온다.

'저속 노화', '저당 고단백질 식사'에 관련된 정보가 가득찬 지금은 '변혁의 시간'이기도 하다. 시간을 거스릴 수 없는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고, 저항하지 않고 달달했던 것들과 간간했던 것들을 내려 놓는 겸허함(?)에 도달한 것이다.  뒤돌아보면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삶이며 참으로 붉은 꽃같은 청춘은 짧았던 삶의 여정으로 정리하기엔 '아직도 난 여름'일 수 있다는 생각의 짜투리가 남아있는 시간을 걸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만병의 근원인 '비만'과 '스트레스' 그리고 '수면부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미래의 시간이 두렵다. 근육을 저축해야 하는데 몸은 자꾸 편하게 쉬고 싶다. 에너지가 충만했던 어제의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며 변화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기운이 없고 삶에 대한 충동과 저항 그리고 삶에 대한 흥취나 멋부림이 없어진 고요한 상태? 막상 도래하고 보니 단순하고 단맛과 짠맛이 없어진 슴슴한 시간이다. 

Wednesday, September 25, 2024

버스 정거장에서

 같은 시각, 같은 버스를 타는 사람들이 있다. 봄과 여름이 지나는 동안 만나지만 별다른 인사를 하지 않는다. 무심하게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깨달은 것은 '질서'라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먼저 와서 기다리는 사람이 먼저 탈 것 같은데 실상은 '버스 기사님 맘'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명확하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이 아니니 어쩔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손을 번쩍 들어 의지를 '강'하게 휘저어 보이는 사람 앞에 버스를 세우곤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먼저 와서 오랜 기다림을 가진 난 알고 있다. 손을 들어 표시를 했지만 기사님은 오히려 짖궂은 자리에 버스를 세운다. 그 무색함과 불쾌함이 싫어 손을 들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늦게 나타난 사람은 먼저 온 사람들을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손을 휘젓는다. '무슨 생각이지?' 원래 그런 사람인 것이다. 아침부터 타인으로부터 불쾌함을 받아 안을 필요가 없다. 개선될 의지가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가끔은 무식하고 무례한 사람들이 잘 사는 세상으로 보여, 온 세상이 그리 아름답지 않게 보일 때도 있는 것이 문제이지만 어쩌겄는가. '그러려니~~~'

가벼운 눈인사를 하고 입을 열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같은 시각, 같은 버스를 타는 사람이 '두 사람'이나. '먼저 오셨으니 먼저 타세요'라고 등 뒤로 줄을 서는 사람은 버스 기사님이 선두를 알아 볼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여기 버스 정거장의 문화를 아직 파악하지 못했단 말인가 아니면 아직도 기사님이 오랜(?) 기다림을 가진 선두를 알아챌 날카로운 시선이 있다고 믿는 것인가. '버스 기사님 맘이세요'라고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내가 조금은 미안했다. 역시나 버스 기사님은 자신의 지점에 버스를 세웠다. 이미 체념한 난 상처를 받지 않았다. 



Monday, September 23, 2024

어쩌나

 어스름히 해가 지는 시간에 동네 공원을 걷는 일은 내가 누릴 수 있는 기쁨 중의 하나로 반드시 챙겨야 할 신체적 정신적 영양제이다.  평온한 공원이 웅성거린다. 아무것도 사람의 것을 매달지 않은, 증거 인멸된  하얀 개 한 마리의 모습에 사람들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바라 보고 있다. 개를 버린 사람에 대해 혀를 차며 '이를 어쩌나' 안타까운 마음에 가던 길을 쉽게 가지 못하고 있다. 키울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겠지만 버려진 순백색의 개의 모습을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오는 마음이 무거웠다. '누군가 신고를 하든지, 혹시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챙겨 주겠지......' 

다음 날, 공원 어딘가에서 어두운 시간을 견딘, 어리둥절한 하얀 어린 백구(?)는 수척한 모습으로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나타나 낑낑 소리를 낸다. 작은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견주들이 자신의 개를 보호하느라 조심스럽게 바쁘다. 누군가는 눈가에 눈물을 훔친다. 그러나 그들도 나처럼 집으로 데리고 갈 수가 없다. 

어디서 잠이 든 것일까? 물과 음식은 먹은 것일까? 배를 보니 아무 것도 먹지 못한 것 같기도 하다. '물이라도 한 모금 먹여 줄까나.' 흔히 보이던 플라스틱 컵도 보이질 않는다. 주말이라 개를 구조(?)하는 사람들이 전화를 받지 못한 이유로 아직도 공원에서 밤을 보낸 것일까? 운동장 구석에 수도가 있으니 생존 본능으로 물을 얻어 먹지 않았을까?

지나가는 할머니는 불쌍하다는 생각에 앞서 개가 갑자기 덤벼들까 무섭다는 불안과 걱정을 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 야생 들개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공격해 위험에 빠뜨린다는 뉴스를 엊그제 본 게 기억이 난다. 

주말이 지났으니 구청에 누군가 신고를 하고 뭔가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공원에서 다시 버려진 하얀 개를 발견한다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것도 나누어 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들 것 같아 물과 사료를 준비해 공원에 나가기로 하였다. 어두움이 내려앉은 공원에 허옇게 보이는 것들은 힘 없이 앉아있는 불쌍한 개로 보인다. 출몰했던 길가에도, 사람들이 걷고 있는 운동장에도, 수돗가에도 하얀 개는 보이질 않는다.


Thursday, September 19, 2024

우산

 9월 20일 금요일! 아직 여름이다. '가을 장마'라고 불리는 비가 며칠 내리고 나면 끝날 것 같지 않은 여름도 찬바람 기운에 물러난다고 한다. '비가 내린다'는 말이 예전처럼 반갑지 않은 상황에 살고 있는 현실적인(?) 자신의 무기력을 본다. 무엇보다 자신의 에너지가 부정적인 생각에 잠식되는 형국이라 블러그에 글을 남기는 일도 시들해지는 결과를 만들고 말았다.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다. 

요란하게 비가 내린다고 하니 우산을 챙겨야 한다. 




Wednesday, September 11, 2024

커피 기운

 여름과 가을 사이에 내리는 비긴 한데, 일기 예보에 의하면  9월이 다 끝날 때까지 한 여름의 날씨라고 한다. 창문을 열어도 습기 때문에 견딜 수 없어 에어컨을 켜 놓은 상태로 출근 준비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며 몇 자 적는다. 그려, 오늘 지금에 충실하고 감사하고 행복하자.

오늘의 새로운 서사를 만들고 새로운 시각을 가져 볼 필요가 있다. 대체 수업이 있어 평소보다 일찍 서둘러 출근해야 하는 날이기도 하고, 오후에 수업이 있는 날이기도 하다. 도시락을 잘 챙겼으며 읽을 거리도 잘 챙겼고......

처음 시작하는 마음을 챙겨야 할 때인 것 같다. 나도 모르게 타인의 좋지 않은 모습을 닮아 갈 때가 있다. 자신을 지켜야 할 때이다. 무엇이 중헌겨?  겸손하게 늘 배우는 마음으로 버릴 것은 후딱 버리고~~~ 소중한 자신을 지키는 법을 오늘이 또 가르쳐 줄 것임을 오늘 아침의 난 알고 있다. 커피 기운인가.

Monday, September 09, 2024

아직도 여름

 아침 출근을 준비 하다보니 시간이 어중간하게 남았다. 신문을 보기도 그렇고......지난 밤 일찍 잠이 들었는데 이른 새벽 시간에 잠이 깨어 대부분의 시간을 좋지 않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아무 의미없고 유익하지 못한 생각들로 잠을 청하지 못하는 것은  익숙한 어리석은 모습이며 쉽게 고쳐질 것 같지 않은 나의 부분인 것 같기도 하다.

새로운 자극에 덤덤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한 시간이기도 하다.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담대하게 자신의 삶을 꿋꿋이 잘 꾸려 나가야 하는데 마음이 뼈 없이 물렁거리며 쓰러진다. 무더운 여름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Sunday, September 08, 2024

그런 날

 그런 날이 있다. 블러그에 내 삶에 대한 아쉬운 흔적이라도 남길까 하고 그적거렸는데 느닷없이 저장을 하지 않아 초라하고 가난한 글이 날아가 버리기도 하고, 가고 서기를 반복하는 지루한 버스에서 내려 마주한 쨍쨍한 9월의 여름 더위에 지쳐 나뭇잎 사이로 가려진 강아지 똥을 발견하지 못할 때가 있다. 9월이지만 여름인 날, 바싹 마른 갈잎이 되어 떨어진 나뭇잎 사이로 한 몸인양 동색으로 존재하는 것을 발견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물컹하게 즈려밟는 순간 깨달았다. 앗차! 즈려밟고 묻혀온 강아지 똥을 집으로 데려오는 그런 날이 있다. 

길을 걷다 강아지 똥을 밟으면 '물컹'하고소리가 나겠는가 안나겠는가!

신발에 묻은 강아지 똥은 어디서 어떻게 처리하지? 일단 점심을 먹고 생각하자. 

Monday, September 02, 2024

견디는 중

 구월의 처음 날을 그런대로 잘(?) 보낸 것 같기도 하다. 두 달 가량 여름 기침으로 마스크 쓰고 침묵하는 생활을 꾸려 왔는데, 삶의 고난(?)은 좀처럼 그치지 않는다. 아침 신문을 읽다가 발견한 글귀를 적어 본다.  

'인간은 궁극적으로 건강해질 수 없으며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내게도 고통이 없는 날이란 드물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 앞으로 다가올 것들에 또 다시 호기심을 갖기 시작하고 운명을 사랑하게 된다.' -헤르만 헷세의 '삶을 견디는 기쁨' 중에서

 구월의 첫날을 잘 살아보자며 집밖으로 나섰다. 비가 아침부터 내린다고 하니 강수량을 검색해 보았다. 비가 내리는 날이 나의 근심 걱정의 근간이 될 줄 누가 알았으랴! 무책임하고 무양심적인 사람들 때문에 한없이 소중한 나의 삶을 무너뜨려서는 안된다. 좋은 음식 먹고 힘내어 불안과 화남을 이겨내고 떨쳐내야 한다. 깊은 수면이 건강에 필요한 조건이라면 잠 못드는 밤들의 억울함은 어디에다 하소연을 한단 말인가. 무엇이든 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필 '식단조절'까지 해야하는 이유로 몸과 마음이 부정적인 침략을 극복할 힘이 딸린다. 

이럴 때일수록 감사할 일을 찾아야 한다. 비가 많이 오지 않아 벽 사이로 비가 스며들지 않아 다행인 것이고, 일어나 출근을 하고 맡은 바 일을 성실히 마치고 집으로 무사히 돌아온 것 감사하고, 일상 생활을 바치고 있는 소소한 작은 정리 정돈을 소홀히 하지 않기로 하고 몸을 움직인 것 칭찬하고......

갑자기 음식을 제한하니 피곤하기 그지 없다. 그냥 편하게 쇼파에 주저 앉아 잠들고 싶은 마음이 가득이다. 하지만 몸을 바삐 움직여 불안을 잊고 집안을 깨끗하게 하는 것은 지금 나에게 어는 때보다 유익한 일임에 틀림없다. 

전자 레인지에 수세미 삶는 법, 야채를 제대로 씻는 법을 검색해 보았다. 이 또한 오늘의 좋은 발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