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rch 24, 2026

오늘의 감사

 일주일을 알차게 보내고 있는 중이라서 그런가, 시간이 예전보다 훨씬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다. '휴, 다행이다 싶다.'  정말 지난 가을과 겨울은 무기력하고 우울했었기에 지금의 화창한 봄날이 감사하기 그지 없다. 모든 것이 착착 정리되고, 내것을 찾아가고 있는 평온한 느낌이 든다.

돌이켜보면 오랫동안 나다운 시간을 꾸리지 못하는 자신을 못본척 하기도 하며 견뎌야 했던 시간이 있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였지만, 내려 놓을 것 내려놓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여 마침내 내것을 찾은 것 같다. 커다란 욕심 없이, 누구의 성공을 부러워하거나 비교하며 열등감을 느끼지 않고, 평안하게 내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수영장 바로 옆으로 이사온 나는 아직도 좋아했던 '수영'을 등록하지 않았다. 여기 지금의 나로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사람들과 더 어울리는 것이 필요하지만 현재의 내가 그런대로 괜찮게 느껴지기 때문일 수도 있다. 미국에서 돌아와 적응 차원에서 수영에 몰두하던 그 시절의 나는 그야말로 조금은 미쳐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스튜디오에서 창작활동을 하던 치열했던 정열을 어디에다 쏟아부을 수 있단 말인가.

 많은 시간을 수영장에서 보내고, 수영장에서 만난 사람들로 인해 '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던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 수영을 하며 그 부드러운 물 속에서 불안과 두려움를 식혔으며 삶의 균형감과 조화를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물속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평정심을 갖는 것이 조금 어려운 과제이기도 했었다. 돌이켜보면 '수영장의 흐름'을 더 잘 맞추어 흘러갔어야 했다.ㅋ 

미국에서의 약 10년이란 세월이 쌓은 것을 내려놓고 다시 한국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다. 그때의 나는 '수영'이란 운동에 몸과 열정을 쏟지 않았더라면 쉽게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삶이 굴곡지게 데려온 지금 여기에 있는 나는 '수영중독'에서 벗어난 생활을 하고 있다. 사는 것은 '세옹지마'로 좋은 일이 있으면 겸손하고 나쁜 일이 있으면 인내하며 견디며 되는 것을. 

수영을 하던 시절보다 지금의 나는 몸무게가 훨씬 줄었고 물론 근육도 많이 빠진 것 같다. 동네 수선가게에 가서 바지들을 줄이느라 바쁜 것도 감사할 일이다. 체지방이 빠지면서 근육도 빠져나가긴 했지만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음을 감사하고 싶다. 감사한 마음으로 챙기자 몸과 마음의 근육을~~~

Monday, March 23, 2026

그대로 일어나기

 

봄이 마침내 도착한 모양이다. 이번 겨울은 눈도 제대로 내리지 않고도 춥고 길었던 것 같다.  아직도 한 겨울 옷을 집어 넣지 못하고 있고 내의를 껴입고 있은데, 봄꽃은 누구도 탓하지 않고 때를 알아 그대로 일어나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주말에  월동배추로 봄김장을 하기로 했기에, 동네 알뜰장에 가서 쪽파와 미나리 그리고 무우를 구입해야 했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노란색개나리를 바라보고 걷자니 먼 미국 땅에 두고온 나의 노란 수선화들이 생각나며 그리웠지 싶다. 20년전 100개의 알뿌리를 심었으니, 보통 1년에 2~3배 정도 알뿌리가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지금은 수천개 이상의 꽃을 피우고 있을 것이다. 동쪽 햇살 가득한 곳에 심어서 그런지 동네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 봄을 알리던 나의 수선화가 그립다.

아울러 개나리 울타리를 만들려고 개나리 가지를 꺽어서 그냥 땅에 꽂아 놓았던 이웃의 쉬우면서도 신기한(?) 울타리도 기억난다. 생명력이 강한 개나리의 특성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 맨땅에 꽃혀진 개나리는 잔뿌리를 내려 땅을 부여잡고 기어이 살아냈을 것이다.

아파트 주변의 하얀 목련도 겨울을 견딘 강한 힘으로 봄바람에 끄덕없이 하얀 등불을 짱짱하게 들어 올리며 자신의 때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검은빛 가지의 벚나무도 신비한 분홍빛 꽃망울들이 팝콘처럼 터질 날이 멀지 않은 시간이다.

오늘 봄꽃처럼 발견한 멋진 글귀를 기록해 본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사건이 벌어지길 기대하질 말고, 있는 그대로 일어나기를 바라라. 그러면 인생이 순조롭게 흘러갈 것이다.'(에픽테토스) 스토아 철학의 거장인 에픽테토스는 외부 환경보다 통제 가능한 내면의 태도와 반응을 중요시 했다고 한다. 님의 명언들을 모아 보았다.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사물이 아니라 사물에 대한 견해이다.'

'너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우리의 판단이다.'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매달리는 사람은 노예처럼 살게 된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단 하나뿐이다. 우리 의지밖에 있는 일들에 대한 근심을 내려놓는 것이다.'

'먼저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될지 생각하라. 그 다음에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하라.'

'발전하는 사람은 누구도 탓하지 않으며,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다.'



Sunday, March 22, 2026

가고 있어, 기둘려 친구~~~

'프로젝트 해일메리(2021)'는 마션( 화성에서 감자를 키우며 생존하는 이야기)을 쓴 미국 작가, '앤디 위어'의  공상과학소설을 영화한 것이다. 노트북과 발렌타인 데이에서 달달하게 나왔던 꽃미남, '라이언 고슬링'의 단독쇼라 볼 수 있다. 

지구가 멸망을 앞 둔 상황에서, 마지막 희망을 걸고 참여하는 자살 프로젝트 해일 메리에 강제로 참여하게 된 생물학 박사이며 중학교 교사인 그레이스의 이야기다. '아스트로파지'란 미지의 미생물이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면서 지구는 물론 다른 행성들까지도 멸망의 위기에 처한 상황으로, 자살임무나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 과정은 전혀 영웅적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우주선에 동행했던 일행 두 명은 시체로 남아있고 자신은 기억 상실에 걸린 상태로 영화는 시작되었다. 영화전개의 방식이 흥미있었던 것 같다. 뻔할 수 있었는데 뻔하지 않은 전개는 참신했던 것 같다. 홀로 우주선에서 적응해 나가며 기억상실을 회복해 나가는 중에 외계 생물체인 '로키'를 만나게 되어 서로 소통하고 서로 의지하며 희망을 붙잡는 과정이 과학적이며 인간적이며 따뜻했지 싶다. 

거미와 돌메이를 합친듯한 모습의 '로키'는 얼굴이 없다. 소리의 화음으로 소통하며 금속을 먹고 사는 로키의 모습이 내게 '돌게'를 너무 연상시켜서 웃기기도 했다. 난 과학과 먼 사람이지만 영화를 보면서 참으로 과학의 힘과 기술의 힘은 위대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구로 돌아갈 수 있었음에도, 위험에 처한 로키를 구하기로 결정한 그레이스의 선택은 위대하였던 것 같다.  힘들고 어려울 때 같니 있어 준 친구! '가고 있어, 기다려 친구~~~'  '프로젝트 해일메리' 영화는 따뜻하다~~~

Thursday, March 19, 2026

그녀의 방향전환

 아침 배송으로 구입한 대추방울 토마토는 과숙성된 것들이 섞여 있었다. 아침부터 불쾌함이 솟구쳐서 고객 불만에 사진을 올리고 몇 자 적었다. 정직하게 장사를 하면 어려운 것인지, 과숙성해서 말랑말랑한 토마토를 과감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그것들을 소비자에게 끼워서 판매하는 것은 비양심적인 행동이다. '소탐대실'적인 선택으로 개선되어야 마땅하다. 탱글탱글하고 싱싱한 대추 방울 토마토를 원했지 물텅거리고 썩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동네 마트에 직접 가서 장을 볼려고 개점 시간을 기다리는 중이다. 편리해서 온라인에서 장을 보다보니 간혹 생기는 일이긴 하다. 하긴 직접 장을 본다고 해도 속이려고 작정한 사람들의 수완에 걸려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정직한 상도덕이 있으면 좋으련만 사는 것이 그렇다.

2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 '골든'으로 주제가상을 받은 '이제'는 'Rejetiong is Redirection!'이란 문장을 언급하였다. 수많은 거절을 겪고서도 자신의 불꽃을 포기하지 않은 그녀의 이야기는 정말 멋지지 않는가. '거절'이란 단어는 속이 쓰라린 단어이다. 자신을 의심하고 좌절하게도 하는 단어이지만 굴복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끝내 성취했다는 점은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각종 대회에 작품의 이미지를 보낼 때 왜 두려움이 없겠는가. 그리고 거절당할 때의 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는 참으로 시렸던 경험이 아직도 생생하다. 도전하지 않으면 그런 거절의 쓴맛도 맛보지 못하는 것으로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 어쩌면 통과해야 할 것이기도 하다. 그녀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Wednesday, March 18, 2026

제발~~~

 목이 터져라 웃을 수 있는 목요일 아침은 조용하다. 집안 일도 특별히 많지 않고 해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학용품을 정리해 보았다.  여기저기서 굴러온 필기구들도 각자 추억이 있기에 쉽게 버리지 못하고 보관하고 있다보니 학용품 '부자'가 된 것 같다.ㅋ 차분히 책상 서랍을 정리하고 있는 자신을 보며 자신이 안정되며 더 건강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할 일이다,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구나^^' 

백색소음을 꺼버린 오전의 시간은 정말 조용하다. 오전에 일을 하나 더 잡을까 하는 욕심이 들었지만 내려놓기로 한다. 지금은 '건강'을 더 신경쓸 때이기 때문이다. 

'찬바람 알러지'는 환절기에 극성인 모양이다. 병원 기록에 의하면 작년 4월에 알러지 비염을 심하게 앓고 난 후,  다시 새봄이되는 시간에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것을 보면 '환절기 알러지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비염 때문에 처방 받은 약의 '사용 설명서'를 잘 읽지 않는 습관은 고쳐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제발 사용설명서를 읽어주세요, 스스로에게 부탁한다.' 

분명 남쪽에선 산수유가 노랗게 피고 있는 봄이지만 이곳 지금은 겨울인 지금 난 겨울 코트를 입고 외출을 할 생각이다. 춥기도 하고 바람이 부니 머리카락이 휘날리게 되어서  할 수 없이 모자를 쓰게 된 것 같다. 모자가 잘 어울리지 않는 것을 알기에 조심스럽기 그지 없지만, 나이가 들면 편한 것은 남의 눈치를 덜 보게 된다는 것이다. 

여행 길에 구입했던 모자들이 컴컴한 곳에서 빛도 못보고 있는 것을 기억해 냈다. 시중에선 흔히 볼 수 없는 모자임에 망설여진다. 우아하게 튀지 않게 '꾸안꾸' 패션을 하려면 사용하지 않아야 하지만 난 용기를 내고 활용을 해보기로 했다. 모자 하나로 나 자신을 즐겁게 하기 위해 충분하다! 나이가 들면서 남들의 시선을 덜 의식하게 된 것은 어쩌면 편하다.  내가 쓰고 싶은 모자를 못 쓸 이유가 있는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적당한 좌절과 시련도 맛보았고 나의 결함도 잘 알고 있는 나는 힘이 있다. 난 나의 모자들을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남들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지금 여기 있는 내가 모자가 쓰고 싶다는데......그리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오늘 하루도 즐거운 하루~~~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한 26년 처음 본 동백 한 송이로 부터~~~


Tuesday, March 17, 2026

나도 블루스가 좋아^^

 '죄인들(Sinners)'(라이언 쿠글러'가 제작 각본 감독)이란 영화는 까다로운 아이맥스 카메라로 찍은 영화이기에 큰 대형 상영관을 감독이 추천했었다. 그럼에도 이제야 겨우 거실에서 걸작을 주말의 영화로 집에서 편안하게 보게 되었다. 

'라이언 쿠글러'가 제작 각본 감독을 맡은 미국 영화로, 1932년 블루스 음악의 타생지로 알려진 '미시시피 델타'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로  벰파이어 공포 영화이다.  최근 '마이클 B. 도던'이 이번 '오스카 남우 주연상'을 받았다고 한다. 놀란 사실 하나는 영화에서 쌍둥이 형제역으로 1인2역을 하였다는 사실이다.  눈썰미 있는 내가 전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연기와 연출을 잘했던 점도 있지만서도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되었다.  상 받을만 하다!

영화 제목, 죄인들(Sinners)이 말하듯이, 세상에는 선인과 악인의 음악이 있다. 종교 생활을 열심히 할 때, 교회에서 사탄의 음악을 추려  인쇄물을 만들어 배포한 것을 받아든 적이 있다.  멜로디가 좋아 흥얼거리던 팝송들이 얼마나 그 가삿말이 신실하지 못했던지. 좋아하던 팝송들의 대부분의 가삿말은 인간적이며 낭만적이고 개인의 욕망을 노래했다. 그렇다고 그것이 죄인들의 음악이고 사탄의 것인가.

개인의 '욕망'을 노래하는 노래들은 '악마의 음악'이라고해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을 보면,  내 믿음이 신실하지 못한 면도 있었을 것이고 아니면 그 회색지대에 놓여있던 나의 믿음이 다행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거룩하시고 신실하신 '신'을 찬양하지 않고 인간의 사랑과 고뇌 그리고 갈망을 노래하는 것이 죄이며 악마의 노래라는 논리는 그때도 지금도 불편하다. 

영화의 중심 축을 끌고 나가는 '새미'는 끝내 세상 음악인 기타를 내려 놓지 않았다! 흑인 노예의 역사의 '한'이 있을 것이며 굴레와 같은 그 편견과 선입관으로부터 쉽게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음악'으로 승화시키며 굴곡진 삶을 버티며 살아낸 사람들은 대단하다 싶다. 

'블루스'는 삶의 고통과 고난을 잠시라도 잊기위한 생존형 음악이며 아프리카인의 영혼이 들어있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특유한 리듬과 정서적인 면에서 흑인 음악은 개인적으로 참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나도 블루스가 좋아^^

벰파이어들이 'Let us in'라고 말하며 초대를 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개인은 없고 '우리'라는 단체나 조직이 우선시 되는 사회는 간혹 위험을 초래하곤 한다. 종교집단이나 정치집단 그리고 이익집단은 '정의'라고 외치는 것들에 대해 편협적인 사고방식에 갖히지 않도곡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Sunday, March 15, 2026

내가 원래...

학생 어머님으로부터 '선생님은 최고세요'란 말을 선물 받는 순간은 잊혀지질 않을 것 같다. 학생의 어머님과 주고받는 꽃피는 미담 속에  피곤함이 사라지고 새로운 힘이 더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그래, 내가 원래 이런 능력자였지 ㅋ' 하루가 저물고 있었지만 마음 속에 빛이 만발하여 집으로 귀가하는 발걸음은 얼마나 신났던지~~~

칭찬 받아 춤추고 싶은 마음을 누리는 것은 짧았다. (산다는 것은 때때로 그렇다.) 때때로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  같다. 그래서 똑같은 현상을 두고 자신만의 경험과 느낌으로 해석을 하곤 한다. 각자 자신의 경험에서 나오는 해석은 나름으로 존중하지만, 왜 상대방에게 충고하고 가르치려 드는 것일까. 특히 나이가 들면 들수록 심해지는 것 같으니 스스로 경계하고 조심해야겠다는 깨우침을 까칠거리게 얻었다. 

그리고 난 '신학기 환절기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개학 전엔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었는데, 일교차가 심한 지금, 나의 학생들은 다들 미열이 나고 목이 아프고...아뿔싸 '연로하신 나'를 보수적으로 보호하지 못했다. 스스로 마스크를 서둘러 사용했어야 했다. 꼭 아프고나서야 깨닫는다.'아프서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없다~~~'

학생들의 증상과 같은 미열이 나고 몸이 으스스 하고 콧물이 나서 서둘러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은 '찬바람 알러지'라는 병명으로 약을 처방하시는 것 아닌가. 그 엄동설한에도 마스크 쓰지 않고 밖으로 나가고도 아프지 않았는데, 분명 학생들에게서 옮은 것이 분명한데, 처방은 '찬바람 알러지'라니, 받아들이기 어려웠지 싶다. 알러지 비염은 옮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다행히 처방받은 약을 주말 동안에 먹었더니 차차 나아지고 있는 것을 보면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맞긴 한 것 같다. (그래도 난 의심이 간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다음부턴 전문적인 의사 선생님의 진단을 의심하지 않기로 하고 존중하고 겸손하기로 한다. 나도 살만큼 살아본, 알 것 다 아는, 어리석은 인간인지라 알게모르게 선을 넘기도 한다. 조심!

Thursday, March 12, 2026

생활의 발견

가지고 있는 허리띠를 버리기엔 너무 아깝고, 허리띠에 구멍을 뚫어주는 곳을 찾아야 했다. 앞서 체중이 줄고 있다라는 사실에 약간의 경각심이 발동하긴 했다. 오랫동안 삶을 '하체비만'으로 살아온 터라 바지의 허리 사이즈가 점점 줄어드는 지금의 상황이 당황스럽긴 하다. 아마도 '나이가 들어서'라는 말이 여기에도 쓰일 것이다. 

 '근육녀'라는 자부심으로 살았던 적이 있었따. 여기 지금의 나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지 않고 있기에 더 이상 나에게 해당이 되지 않는 단어가 되고 말았다.  틈틈이 근육의 필요성을 깨달아 마음과 몸의 근육을 늘리려고 신경은 쓰고 있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생활 속에서 근육을 지켜내는 법으로 계단 오르기와 스쿼트가 접근이 쉬운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늘 큰 맘을 먹어야 실현 가능하다.

어쨋든, 허리가 줄어든 것은 괄목상대할 일이다. 연골도 나이가 들어 닳아지고 있을 것을 고려하면 체중을 가볍게 하는 것도 유리할 수 있다는 점에선 좋은 면도 있다. 다만, 지방을 더 줄이고 근육을 더 늘려야 하는 것은 명심하기로 한다. 오늘 내 몸의 근육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고? 고작 동네 마트에 걸어서 장 보러  다녀온 것 밖에 없네, 하긴 짐이 많아 계단을 오를 수 없었다!오랜만에 친구와 수다를 떨면서 마음의 근육을 이완시키기도 했다.

 동네 허름한 상가를 찾아가, 가방 수선 하는 곳에서 허리띠를 수선해야 할 사명이 내게 있었다.  상권이 죽어 병원 말고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어디 이곳 뿐이겠는가, 여기 저기서 전쟁이 나서 기름 값이 오르고 먹거리 값도 튀어 오르고 모든 것이 오르고 있는 마당에......

구멍 4개에 '5천원'이라니! 요즘 돈의 가치를 생각하니 놀랄 일도 아니다. 아직도 허리띠에 구멍을 내주는 곳이 집 가까이 있는 것에 감사했다. 나선 김에 여기저기 상가를 구경하다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귀여운 모자를 뜨고 있는 알록달록한  '뜨개질 방'을 발견하였다.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 중에 하나가 뜨개질을 배우는 것이다. 실과 바늘로 뭔가를 만들고 있으면 성취감도 생기고, 나이들어 쉽게 생기는 우울감이 치료되고,  단순한 손동작을 반복하는 가운데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앗, 이제야 발견하다니!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구나, 지금은 밖으로 나갈 봄인데...어쩌지ㅠ'

동네 뜨개질방은 오후에 문을 연다고 하니 지금 나의 사정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뜨개질을 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할 수 없다, 한가한 시간이 주워지는 겨울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추운 겨울이 오면 한 달 동안 꼭 배워서 내게 어울리는 모자와 작은 가방을 손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다. 대단한 일이다,뭔가 새롭게 배우고 싶어하는 자신의 모습은.


Wednesday, March 11, 2026

오늘이 제일 젊다

 지난 밤은 뇌가 각성을 하여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길에서 아이보리 색 바지를 잘 입은 여인들을 보게 되었는데, 고개를 돌려 뒷모습까지 훔쳐보았다. 개인적으로 밝은 색 바지를 잘 입지 않는 편이라, 매칭하기 어려워 보이는 아이보리 색 바지를 잘 코디한 고급진 모습에 반했지 싶다.

갑자기 옷에 대한 '영감'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뇌의 각성을 멈추지 아니하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졸음이 밀려오는 저녁시간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농 안에 깊숙이 박혀있는 겨울 바지를 찾아 밖으로 꺼내놓고 말았다. '자, 이제는 잠을 잘 시간이야'하고 최면을 걸어도, 뇌는 쉽게 잠들지 않고 가지고 있는 옷들을 총동원해서 매칭을 하기 바쁘다. 이러다 잠을 못 잘것 같다는 불안함이 들었고 예상은 적중했다. 

예술작품을 할 땐 각성하는 뇌의 활동이 좋았는데, 지금 여기에 있는 나는 피곤하다!

단지 내일 입고 갈 옷을 매칭하느라 잠을 못이루는 자신이 조금은 걱정스럽고 한심스럽기도 했다. 결국 나름의 솔루션을 찾아내어 메모까지 해놓고 잠이 살짝 들었나 보다. 그리고 다시 깨어서는 처리해야 할 오래묵은 젊은 옷들이 계속 생각나기 시작했다. 

날이 밝자, 전날 세웠던 야무진 계획들을 몸의 컨디션에 맞게 바꿀 수 밖에 없었다. 오래되고 입지 않은 젊은 옷들을 비워야겠다는 생각도 잠을 청하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로 서둘러 처리하고 싶었지만,  난 지금 너무 피곤하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또 미루게 되었다. (ㅋ 난 잘 못버리는 사람 맞다!)

바지를 수선하러 동네 수선집에 갔더니,  여사장님께서 느닷없이 전공을 물어보신다. 이유는 너무 멋져보이셔서 궁금증이 생기더란다.ㅋ 염색하지 않은 자연스런 머리카락도 그렇고 스타일이 멋지시다며 칭찬을 하시기에 오랜만에 마음이 춤을 추었나보다. 

지금 누리는 멋짐도 순식간에 지나가고 더 주름진 시간이 진행형으로 슬금슬금 오고있는 것을 생각하면 두렵기도 하지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즐기기로 한다. 오늘이 제일 젊다~~~


Tuesday, March 10, 2026

벌써 11시

 오전 내내 집안 일을 하였다. 분주하다보니 브로컬리를 맛있게 삶아낼 수 있는 시간을 그만 놓쳐 그만 부들부들 흐늘거리는 오버쿡킹 당한 브로컬리를 얻고 말았다. 잡곡밥을 하여 소분하고, 동네 마트 세일에서 구입해 온 오이를 얇게 채썰어 놓고, 사과의 껍질을 먹을 수 있도록 깨끗이 씻어놓고, 고구마를 생으로 먹을 수 있게 채 썰어놓고......건강한 먹거리를 섭취하기 위해선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여행 후 여독이 이제 제법 풀린 것 같다. 하루하루를 버티게 하는 일상의 소중함을 알 것 같다. 

벌써 11시!  오전에도 일을 하나 구해 해볼까 했던 생각을 내려놓은 것은 현명한 결정이었던 것 같다.  지난 밤은 쉽게 잠들지 못했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홈쇼핑에 중독된 자신 스스로를 용서하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할 수 없이 침실에서 벗어나 거실 쇼파에 앉아  저질러놓은 것들을 되돌려 놓고서야 잠을 청할 수 있었다.

홈 쇼핑 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무슨 마술이라도 걸긴 것처럼 멋진 상상을 하고만다. 얼른 그 순간을 벗어나면 그닥 필요하지도 않는 것인데 말이다. (내가 요즘 봄을 타는 것일까?)

하여튼 '쇼핑정지'라는 말을 캘린더에 적어 놓았음에도, 오늘 아침에도 커피를 홀짝거리며 습관처럼 홈쇼핑 방송을 보고 있는 자신을 보았다. 일부러 발품을 팔아 백화점에 나가지 않는 요즈음의 생활을 고려하면 그럴만도 하다. 그리고 체형이 변한 지금 여기에 있는 나는 몇 십년 된 옷들을 정리하고 새롭게 우아하고 단아한 노년의 옷으로 구입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한참이나 뿌리치지 못하고 미적거리다가 겨우 리모컨을 들고 홈쇼핑 방송을 꺼버렸다. 

스마트 폰에서 '80년대 팝송'을 찾아 들으면서 집안 일을 하기로 했다. '하, 마음이 평화롭다.' 그 풋풋했던 푸른 시절로 돌아가니 젊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고등학교과 대학시절 그리고 결혼하였던 80년대! 'speaking words of wisdom, let it be~~~' 그래, 그 때도 좋았지만 지금은 더 좋아~~~ 흘러간 것은 흘러간 대로~~~그런 의미가 있어~~~

Monday, March 09, 2026

봄이구나!

 신문을 읽지 못해 구문으로 사흘이나 밀려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부담스러움이다. '이번 기회에 신문을 끊자'고 말하고 말았다. 한국에 돌아와 적응 차원에서 지금껏 쭈욱 장기 구독자가 되었었는데, 그닥 읽을 거리도 별로 없는 지금의 신문은 없어도 그만일 것 같은 존재의 가벼움을 느끼게 한다. 

이 알뜰한 생각이 '뭔가 아쉬운 느낌'을 동반하는 것은 아마도 오래된 습관때문일까. 나머저 신문을 포기한 것인가. 남들처럼 스마트폰으로 이리저리 세상 돌아가는 것쯤은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너튜브는 유용하고 인공지능도 날로 발달해 가는 지금 아날로그 신문을 그만 놓아야 할 때인가. 그나저나 날마다 최소한의  성실한 읽을거리가 되어줬던 소중한 아날로그적인 것 하나를 놓아 이별하는 느낌을 모른 척 하고 본다.

꽃샘 추위가 매서워 두껍게 옷을 겹겹이 챙겨입고 동네 치과에 다녀오는 길에 길거리 사람들을 보았다. 나이든 사람들은 한결같이 초록색, 분홍색 등등의 얇은 봄 같은 스카프를 두르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지 싶다. 나선 김에 동네 알뜰장에 들러, 바다가 들어있는 싱싱한 곰취와 푸른 브로컬리를 구입해 들어왔다. 여러 봄채소들이 나와있는 것을 보면서 '봄이구나!'했다. 사실 코다리찜 요리를 하려고 일부러 찾아 갔던 길이었는데 생선을 파는 부부는 장을 열지 않았다. 단백질 식단은 코다리 대신 시장 두부로 대체해야 할 모양이다. 커다란 시장 두부는 이상하게 대형 공장에서 나온 여린 두부와 달리 고소한 맛이 더 난다, 신기하다.

어제 오후, 나의 학생중의 한 명이 영어 단어 노트를 꺼내어 나름의 공부를 하며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랬던 일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길에서도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은 너무 위험천만한 행동이기에  칭찬할 일이 절대 아니었다.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될 것인지 한참이나 잔소리를 하였다. 다시 한번 학습 방법에 대한 재고려를 해야 할 시점이 지금인 모양이다. 난 이른 잠이 깨면, 열심을 내는 나의 수줍은 학생을 생각한다. (어떻게 도와줘야 하지?)

중고 물품을 판매하는 과정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다. 구입의사를 밝혀놓고 바쁜 직장 생활 일정 탓으로 정확한 시간을 정하지 못하겠다며 양해를 구한다며 하루 종일 기다리게 하는 사람은 분명 구매의사가 없는 것이다. 잊었었다!, 별별 인간들이 있다는 것을. 결국 밤이 되어서야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의 의중을 알 것 같았다. 앗, 속았구나, 하루 종일 자신을 기다리게 하는 맛으로 온라인에서 존재감을 느끼는 그런 부류의 인간이 즐기고 있다는 것을. 인간과 인간 사이의 신뢰를 갉아먹는 존재들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당신 같은 사람에겐 안 팔기로 했습니다'라고 차마 말 못하고 '개인 사정상 물건을 걷어들인다'며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인연을 싹뚝 잘랐나 보다. 사용하지 않은 물건을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하진 못했지만, 몰상식한 사람들과 엮이지 않는 사실이 더 가치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난 나 자신을 스스로 구해야 한다!)

내일 하루만 더 겨울 추위를 견디고 나면 따뜻한 봄날이 올 것이란다!!

Sunday, March 08, 2026

때를 아는 것

 원래 계획했던 월요일 아침은 중고 스마트 폰을 처리하고, 동네 마트에 가서 신선한 야채거리를 구입해 오는 것이었는데, 두꺼운 겨울 모자를 오래된 샴푸를 사용해 세탁을 하고, 냉동고에 꽁꽁 얼려진 제육볶음을 꺼내어 김치찌개를 하고, 두부를 굽고 내친김에 사용하지 않은 디지털 체중계를 중고마켓에 내놓았다. 밖으로 나가 장을 보기보다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우선 처리한 셈이다. 오전이 순삭으로 다 가버렸다. 

짐을 비워내야 한다. 오랜만에 중고사이트에 들어갔더니 어리벙벙했지 싶다. 인공지능이 글을 작성하는 것까지 도와주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랬지 싶다. 한번 발동이 걸리니 연달아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을 처리하여 봄의 기운이 순환할 수 있도록 공간의 여유를 만들고 싶어진다. 

창문을 열고 김치찌게를 하고 있자니, 여행지 호텔 부페에서 본 기름진 김치찌게가 생각이 난다. 다들 왜 그리도 기름지게 음식을 하는 것인지 손을 대기가 두려웠다. 여행지의 음식을 맛보는 것이 여행의 맛이라고 생각하는 고로 한국 음식을 일부러 찾아 먹지는 않는 편이다. 여행 후 대략 일주일 가량을 시름시름 배가 불편한 끝에, 지금은 매콤한 힘이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더 이상 참을 인내력이 바닥이 난 것 같기도 하고. 냉장고에 여기저기 남겨진 김치들을 냄비에 붓고 제육볶음을 넣고 마늘과 양파를 넣고 바글바글 끓여놓았더니 입에 침이 고인다. 간만이다, 밥도둑 김치찌게! 냉장고에 공간이 생기니 기분이 좋아진다. 

주말 동안 몸도 좋지 않고 해서, 집에서 재밌게 본 '나이트 오브 세븐 킹덤( Night of Seven Kingdom)'을 재미있게 보았다. '왕좌의 게임'의  프리퀄(prequel)로 등치 크고 순진한 기사 '던컨 경'과 그의 어린 종자인 에이곤 5세 타르가르옌 왕자인 '에그'의 이야기로 새로운 맛이 있는 시즌1이였고, 2027년에 시즌2가 나온다고 한다. 어떻게 기다리지!

너무 재미있게 봤던 탓인지, 연이어 보고 싶었던 '만약에 우리'란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집중을 잘 할 수가 없었다. 그래, 사랑은 영원하지 않아~~~모든 것이 기적이며 마술인 사랑이란 감정은 1년을 넘기기 어렵고, 삶을 지탱하는 현실이 녹록치 않을 때 사랑의 힘은 그리 대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만한 나이가 되서 그런 것인지 주인공들의 사랑과 이별에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 서로가 바로 설 수 없는 상태에선 상처를 줄 수 밖에 없다는 것...떠나야 할 때를 알고 가는 자의 뒷모습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것이다.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이형기, '낙화')란 싯구가 생각이 났다. 


지금은 씨앗을 뿌릴 때~~~

 돌이켜보면, 한국으로 돌아오는 공항 라운지에서 가장 의심스런 마지막 '수박 한 조각'을 먹지 않았어야 했다. 이미 배도 부른 상태였는데도 '먹탐'을 누르지 못하고, 그닥 맛있어 보이지도 않은 음식들을 챙겨먹은 댓가로 다른 여행과 유독 다르게 배탈이 나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마음은 아직 젊어 날마다 몸의 모든 것들이 노후해가는 요인을 중요하게 고려하지 못한 선택이었다. 더 보수적으로 안전한 선택을 했어야 했다. 

배가 슬슬 아프니 신경이 이만저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매일 즐기던 건강한 음식을 먹고 활기찬 생활로 돌아와야 하는데, 제대로 음식도 챙겨먹지 못하니 힘도 없고, 힘이 없으니 운동도 안하게 되고 절대 필요한 근육이 쉽게 쑥쑥 빠져나가기 쉽상이다. 아니나다를까 몸무게가 줄었다. 아뿔싸! 

손가락이 시러운 3월의 봄은 두꺼운 겨울 옷을 집어넣지 못하게 한다. 입춘도 지나고 남쪽 어딘가에는 동백꽃이 붉게 피고 지고 하고 있을 것이고 성질 급한 매화가 꽃 피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긴, 이곳 동네에서 목련의 꽃망울이 은빛 코트를 입고서 꽃을 부풀리고 있는 모습을 보긴 하였다. 

몸이 아프니 나도 모르게 학생에게 짜증을 내고 있는 모습을 자각하고 살짝 놀랬다. 더 기다려주고 참았어야 했다. 공부하는 습관이 그리 쉽게 바뀔 리가 없다! 혹시 '최선'을 다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뒤돌아 본다. 한 발 더 뒤로 물러나 학생이 변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인가 아니면 더 열심히 앞으로 밀고 나가야 할 것인가. '흥미'를 잃지 않도록 신중한 코칭이 필요한 시점이다. 때가 되면 꽃처럼 피어날 것이다. 지금은 씨앗을 뿌릴 때~~~


Wednesday, March 04, 2026

풍요로운 땅

 며칠간 동양의 이탈리아라 불리는 '뿌꾸옥' 여행을 다녀왔다. 한밤중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대략 6시간이나 날아 가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기억하지 못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나이 먹은 것을 느낀다. 천만다행으로 다행히 옆자리가 비어있어서 나름 편하게 갈 수 있었던 점은 감사하고 싶다.

베트남 남서부에 위치한 '뿌꾸옥'은 지끔껏 다녀왔던 베트남의 다른 지역의 바다보다 바다가 푸르고 맑았다. 우리나라 겨울이 이곳에선 비가 내리지 않은 맑은 '건기'에 해당된다고 한다. 하루는 리조트에서 오전엔 온전히 바닷가 산책과 수영장에서 수영하며 휴식을 취하고, 오후엔 선셋타운으로 나가 맛집에서 저녁을 먹고 '키스브릿지'의 석양을 감상하고 '심포니 오브 더 씨'란 쇼를 감상하였다. 하루는 오전엔 리조트에서 수영을 하고 세계 최장 케이블카를 타고 들어간 '혼톰'섬은 정말 더워서, 금지했던 망고빙수와 맥주를 마시고 말았다. 그리고 배탈 나고 더위를 먹는 댓가를 톡톡히 치루었던 점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섬 남부에 위치한 선셋타운은 베트남 '선(SUN)그룹이 조성한 곳으로 이탈리아 지중해 연안 마을의 건축양식을 모티브로 해서 조성한 곳이라고 한다. 파스텔톤의 건물, 좁은 골목길, 노천카페, 유럽식 분수대......선셋타운에서 가장 맛있다는 '깜부딘'에서 '반세오'를 3번 먹었다. 물론 3번째에서 기름진 맛에 물리고 말았지만, 늘상 시켜먹던 '모닝 글로리 볶음'도 너무 기름졌던 것 같다.  배탈로 인해 다른 해산물 식당에서 해산물 요리를 먹어보지 못한 것은 좀 아쉬운 부분이긴 했다. 

호텔 조식에서 먹었던 'Passion Fruit(백향과)'는 100가지 향과 맛이 난다는 뜻에서 유래한 열대과일로, 백가지 향과 맛을 느낄 틈도 없이 흡입했나 보다. 새콤달콤하고 오독오둑 씹히는 씨앗의 맛을 참을 수 없어 너무 많이 흡입한 댓가로  노후한 나의 이가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는데도 시릴 정도이다.  백향과의 시큼한 맛에 절여진 나의 치아를 중화시키기 위해선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냥 리조트에서 호텔 조식을 배불리 먹고 실컷 수영도 하고 바닷가 산책도 하고 그러다 지치면 '그랩'을 잡아 선셋타운으로 나가 밤 시간을 보내다보니 그 귀한 여행 시간이 휙 지나버려 아쉬움이 컸다. 뿌꾸옥은 한 일주일 정도를 잡아 다시 가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닷가에서 오랫동안 일광욕을 하는 유럽 사람들을 가장 많이 보았던 것 같다. 재미있었던 점은 멀리서도 나의 동포 한국사람들은 알 수 있었다. 비키니 수영복은 절대 입지 않고, 모자와 선그라스를 쓰고 래시가드와 워터 래깅스를 입은 모습을 하고 그늘진 곳에 모여있는 사람들은 한국 동포임을 금방 알아낼 수 있었다. 

나잇살로 흘러내린 살을 감추려 이번에는 끈나시 야시시한 수영복 대신에 수영장에서 입었던 5부 수영복으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감싸고 리조트 수영장에 들어갔다.ㅋ  첫날엔 수모를 쓰면 수모적일 것 같아 망설였지만 머리가 흘러내려 도저히 수영을 즐길 수 없었다. 누가 나를 지켜본다고? 설사 쳐다본 들 무슨 상관! 그리하여 수모를 쓰고 하고 싶은 대로 나의 수영을 하며 즐겼다. '나 여기 즐기로 온 사람이야~~~'

수영을 안한지 긴 시간이 지났다. 좋아하던 접영은 시도도 해보지 못했다. 리조트 수영장에서 접영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한국사람이라고 했던가. 수영 유형중에 가장 어렵게 배웠던  평영은 오히려 몸이 기억을 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쉽게 배웠고 자신감이 있었던  접영과 배영을 몸이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당황스러웠지 싶다.  수영장을 떠난 지 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이 좋은 것을 안하고 사는 것이지?' 어쩌면 다시 수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