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대중교통 웹에서 버스 시간을 체크하고 나갔으나 버스의 배차 시간은 정확하지 않다. 여유있게 정거장에 도착하던 나의 걸음이 그새 늦어진 것일까. 정거장을 떠나 저 멀리 있는 뒷모습을 보이는 버스가 바로 내가 타야했던 버스였나 보다. 집에서 초조하게 시간을 체크하고 있는 것보다 면접 장소에 일찍 도착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서둘러 나갔는데, 버스는 떠나고 말았다.
길가에 심어져있는 플라타너스 나무의 푸른 그늘 아래에서 한참이나 서성거리며 버스를 기다렸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몸의 피곤함이 신경줄의 퍼런 긴장감에 질려 밀리는 것을 느꼈다. 사람의 정신이란 얼마나 오묘한가. 하필, 낮잠을 자야 할 시간에 면접이라 불리하다. 아침에 마신 커피 한잔이 오후까지 말똥거릴 수 있을른지 의심이 들긴 하였지만 두근거리는 긴장감을 믿고 볼 뿐이다.
버스에 올라탄 나는 '간절함'이 결여된 면접을 보러 가는 길이다.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하고 보는 자세로 임하고 보는 것이다. 버스에 올라타니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라는 것을 긍정적으로 깨닫는다. 포기할 순 없고, 그렇다고 마음을 비웠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은, '탈락'이라는 단어를 원하는 것도 아닌 마음은 합격을 향한 '간절함'이 분명 없는 것이다. 열정(?)이 사라진 스스로를 들키면 안되는데, 티를 내고 말 것 같은 불안함이 들어선다.
'나라는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나은 사람일 수도 있어. 날이 더워서 힘들어서 그런 것이야!'
당황스런 새로운 형태의 면접과정이었지만, 나답게(?) 인터뷰를 잘(?) 하였던 것 같기도 하다. 면접 결과 문자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생각으로 가슴 조리는 것이 싫어 결과문자를 서둘러 부탁을 드렸다. 서둘러 도착한 통지 문자엔 '탈락'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었다. 아무래도 홧팅하자며 바른 붉은 립스틱이 과한 인상을 준 것은 아닐까. ㅋ 아니면 더 절제된 단어를 고르지 못한 탓 아닐까. 혹시 들켰을까? 난 밀린 것이다.ㅠ 갑자기 기준이 궁금해진다. ㅋ 그러나 기준이 뭐냐고 묻지는 않았다. 저항할 힘이 없다.
이상하게 마음이 후련해지며 식욕이 살짝 도는 것이 느껴졌다.ㅋ 문자 통지를 기다리며 '합격'이라는 단어가 두렵기도 하였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 혹시 내가 어디 아픈 것은 아닐까? 선택되지 못한 기준이 궁금하긴 했지만서도 내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마터면 거절 문자에 '감사합니다'라고 쓸 뻔 했다. 친절하게 보내온 기다란 탈락문자에 짧게 답을 하였다. '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