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ugust 31, 2025

네^^

 대중교통 웹에서 버스 시간을 체크하고 나갔으나 버스의 배차 시간은 정확하지 않다. 여유있게 정거장에 도착하던 나의 걸음이 그새 늦어진 것일까. 정거장을 떠나 저 멀리 있는 뒷모습을 보이는 버스가 바로 내가 타야했던 버스였나 보다. 집에서 초조하게 시간을 체크하고 있는 것보다 면접 장소에 일찍 도착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서둘러 나갔는데, 버스는 떠나고 말았다.

길가에 심어져있는 플라타너스 나무의 푸른 그늘 아래에서 한참이나 서성거리며 버스를 기다렸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몸의 피곤함이 신경줄의  퍼런 긴장감에 질려 밀리는 것을 느꼈다. 사람의 정신이란 얼마나 오묘한가.  하필, 낮잠을 자야 할 시간에 면접이라 불리하다. 아침에 마신 커피 한잔이 오후까지 말똥거릴 수 있을른지 의심이 들긴 하였지만 두근거리는 긴장감을 믿고 볼 뿐이다.

버스에 올라탄 나는 '간절함'이 결여된 면접을 보러 가는 길이다.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하고 보는 자세로 임하고 보는 것이다.  버스에 올라타니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라는 것을 긍정적으로 깨닫는다. 포기할 순 없고, 그렇다고 마음을 비웠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은,  '탈락'이라는 단어를 원하는 것도 아닌 마음은 합격을 향한 '간절함'이 분명 없는 것이다.  열정(?)이 사라진 스스로를 들키면 안되는데, 티를 내고 말 것 같은 불안함이 들어선다.

'나라는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나은 사람일 수도 있어. 날이 더워서 힘들어서 그런 것이야!'

당황스런 새로운 형태의 면접과정이었지만, 나답게(?) 인터뷰를 잘(?) 하였던 것 같기도 하다. 면접 결과 문자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생각으로 가슴 조리는 것이 싫어 결과문자를 서둘러 부탁을 드렸다. 서둘러 도착한 통지 문자엔 '탈락'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었다. 아무래도 홧팅하자며 바른 붉은 립스틱이 과한 인상을 준 것은 아닐까. ㅋ 아니면 더 절제된 단어를 고르지 못한 탓 아닐까. 혹시 들켰을까? 난 밀린 것이다.ㅠ 갑자기 기준이 궁금해진다. ㅋ 그러나 기준이 뭐냐고 묻지는 않았다. 저항할 힘이 없다.

이상하게 마음이 후련해지며 식욕이 살짝 도는 것이 느껴졌다.ㅋ 문자 통지를 기다리며 '합격'이라는 단어가 두렵기도 하였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 혹시 내가 어디 아픈 것은 아닐까? 선택되지 못한 기준이 궁금하긴 했지만서도 내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마터면 거절 문자에 '감사합니다'라고 쓸 뻔 했다. 친절하게 보내온 기다란 탈락문자에 짧게 답을 하였다. '네^^'

Tuesday, August 26, 2025

빈자리

 아침 출근 전, 짧은 시간이 남았다. 비가 온 덕을 본 것인지 아침 에어컨을 켜지 않고 선풍기 두 대를 돌리고도 참을 수 있는 더위이다. 오늘은 비가 오지 않는 아직도 더운 8월의 수요일이다. 작년 블러그에서 8월의 글들을 읽어보니 그때도 무지 더웠다고 한다. 이제 그만 추운 겨울이 와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후엔 베란다에서 수분을 날리고 있는 세탁한 옷들을 거둬야 하고, 단백질 보충용으로 구입한 백숙용 닭을 삶아야 한다. 아무래도 오후의 일정이 빡빡할 것 같아 서둘러 아침부터 붉은 대추 토마토를 씻어놓고 달걀을 삶아 놓았다.

뻔한 말이지만 다정한 말들을 주고받던 그 시간들이 점차 결여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였다. 전화를 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혹시 귀찮을 수도 있는 뻔한 안부 문자도 조심하는 그런 건조한 시간을 보내는 듯 싶다. 그렇게 나이를 먹는 것인가. 처음 늙어보는 것이라 깊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지만서도,  뭔가 소중한 것을 챙기지 못해 생기는 빈자리는 알 것 같다.

Monday, August 25, 2025

낮잠의 맛

 아이들이 시간을 품고 무럭무럭 자랐나 보다.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로 제법 의젓해진 친구들을 바라보는 순간이 내 삶의 하나의 행복한 그림으로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헤어지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보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비가 내린 하루는 겨우 폭염의 온도 몇도 내리고 오히려 습기로  가득차  급급하다. 적당한 시간을 잡아 쇼파에 앉아 신문을 보다가 잠깐 달콤한 낮잠을 청했다. 낮잠을 청하기 위해 혹시 몰라  틀어 놓았던  너튜브의 유익한 정보는 하나도 듣지 못하고 잠이 들었나 보다.ㅋ 오랜만에 챙겨본 짧지만 달콤한 낮잠이다. 여름 방학 동안 밤이 새도록 잠을 설치고, 오전에야  힘없이 늘어진 잠을 자고서 일어난 탓이다. 

짧은 낮잠을 청할 수 없었던 늘어진 날은 행복하지 않은 느낌을 주었던 것 같다. 뭔가 오전 활동을 하고 오후에 짧은 낮잠을 즐길 수 있는 생활이 내게 유익하고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 것 같다. 그럼, 오늘은 한번 제대로 살아보기로 한다.ㅋ 

 


Sunday, August 24, 2025

바보

 잠을 깊게 이루지 못한 이른 아침은 참으로 괴로운 시작이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피곤함과 괴로움을 더 이상 허락할 수 없는 다시 출근해야 하는 날이다. 어쩌면 출근하지 않았던 날들 속에 쌓아둔 묵직한 우울감과 무력감을 떨쳐 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일지도 모를일이다. (제발 그러기를 바란다.)

출근을 하고 싶은 것인지 그냥 현실에 주저앉고 싶은 것인지 도무지 나를 이해할 수 없는 무력감(?)을 겪고 있었나 보다. 조금이라도  남아있던  열정이라는 불꽃을 이번 여름을 지나면서 날씨탓과 나이탓을 하며 다 소멸시킨 '바보'가 된 느낌을 애써 모른 척한다.(그럴 수도 있지, 살다보면)

지난 밤, 공원을 걷다가 시끄럽던 매미 소리가 작아지고, 고추잠자리가 날고, 산수유와 은행나무의 푸른 열매들이 익어가며 시간이 가을로 흐르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좀처럼 가을이 올 것 같지 않은 무더운 여름이지만 언젠가는 짧은 가을을 지나 빈 가지를 흔드는 겨울로 갈 것이다. (자연 속에서 활동량을 일부러 더 늘릴 필요가 있다, 바보야!) 

넌 너의 답을 찾았니? 뭐? 답이 없는 것이 답이라고? ㅋㅋ



 


Thursday, August 21, 2025

살다보면 살아진다

 무기력의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자신을 인지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 벌떡 일어나 뭔가 의욕 넘치는 일을 하여야 할 것 같은데 날씨 탓을 하며 그냥 주저앉고 싶다. 자신의 에너지를 제대로 발현하지 못한 하루를 보낸 후  잠들기 전 심란한 한숨이 세어 나오고 만다.  후~~~후~~~더위 탓을 하는 자신이 한심해서 다시 한숨 후~~~ 아이고! 어쩌다 내가 이렇게 되었을까 이런 저런 못난 그림들을 떠올리니,  잠은 저 멀리 달아난다.

자부심, 당당함 이런 건강한 단어들이 실종된 지금의  난 수면에 문제를 갖게 되었다. 일찍 잠들었던 그 때가 있었는데 어쩌다가......나라는 사람은 얼마나 연약한 존재란 말인가. 날이 덥다며 활동을 줄이니 식욕도 떨어지고 식욕이 없으니 만사가 재미가 없는 나이가 된 것인가. 날씨 탓 뿐만 아니라 나이 탓도 하고 본다. 그러나 몸과 정신의 근육들이 쉽게도 흐물거리며 주저 앉는다. 이렇게 살 수는 없는데......

블러글에 들어와 몇 자라도 적었던 나는 괜찮은 사람이었다.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에게 용기를 주던 나는 그런대로 건강했던 것이다. 폭염에 폭싹 쭈글거리는 여름의 시간은 참으로 긴 듯하다. 이 더운 여름을 견뎌낸 것만으로도 칭찬해 줄 일 아니던가. 할 수 없다, 일단 에어컨을 틀자!

친애하는 나의 결핍과 결함은 무엇인가를 묻기 전에 나라는 인간을 무조건 사랑하고 볼 일이다. 다가올 시간에 대한 희망 섞인 기대감을 갖고 사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란 말인가. 이 뜨거운 여름도 지나갈 것인데, 살다보면 살아진다고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난 사는 것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