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버
나의 무장아찌는 꼬들거리지 않고 이상하게 아삭거린다. 생각보다 간간한 맛에 식초를 첨가했더니 아삭거리는 무맛과 쪽파의 향긋한 맛이 어우러져 그런대로 맛이 나서, 거칠거리며 겉도는 잡곡밥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소금과 시간의 삼투압 현상으로 무의 수분이 빠져나가, 쪼글쪼글 꼬들꼬들 하지 않고 아삭거리는 맛을 내는 나의 무장아찌는 신기하다.
한 달 동안 인내하며 기다려온 검사를 했고, 드디어 그 결과를 확인하러 병원에 다녀왔다. 병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초조하게 서둘렀다. 얼른 닥치고 볼 일이다. 부정적인 '만약에'를 상상하며......갑자기 맥문동 보라색 꽃이 피어 있는 것이 보였다. 아이, 불안해~~~
그 동안 은근 스트레스 받으며 두려움과 불안으로 시달려 온 것이 억울하게 결과는 간단하게 '괜찮다'고 한다. 순간 순간 부정적인 상상을 하며, 그럴 리 없다며 무더운 한 달을 보냈던 것이 억울하게. 정말 어딘가 아픈 것 같았던 그 시간들은 뭐지?
'좋아지셨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서 다행이었지만 금세 의구심이 든다. 무엇이 추적 검사까지 할 수 밖에 없는 숫자를 만들었단 말인가. 두번 다시 같은 이유로 병원에 오고 싶지 않았기에 '챗지피티'에게서 얻은 정보까지 동원해서 의심할 수 있는 원인을 나열해 보았다. '그것은 아닙니다.' 라고 짧게 대답하는 의사선생님은 전문적으로 무심하다. 잠시 무심하게 짧고 건조한 전문적인 태도에 당황했다. 바쁜가 아니면 내가 오버인가.
원인을 알 수 없으니 더 막막함이 든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뭣 때문에 그런 숫치가 나온 것이지? 당사자인 나만 궁금한 모양이다. 의사 선생님은 전혀 궁금해 하지 않는다. 그만큼 별 일 아닌 모양일 수도 있다. 그지!
이왕 말 나온 김에 당면한 피곤함과 무기력함을 진술하였다. '약이 필요없습니다!' 또 다시 단호한 처방을 내리신다. 아무래도 내가 오버인가 보다며 진료실에서 후딱 후퇴하고 볼 일이다.
어쨋든 결과가 좋게 나왔으니 기뻐할 일이다. 바른 생활과 착한 음식을 먹고 건강하게 저속노화를 누려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거의 한 달 동안 스트레스로 있던 찝찝한 문제가 풀려서 얼마나 다행인가. 그동안 더위탓을 하며 챙기지 못했던 건강한 습관들을 실천하고 더 즐거운 일들을 만들어야 한다.
기념삼아 미처 끝내지 못했던 책을 집어 들고 읽어 보고 귀찮았던 스쿼트도 해보았다. 마음과 허벅지가 묵직해진 건강한 느낌이 든다. 어제 내린 비로 정말 선선한 가을이 되었나 보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나의 나무들이 흔들리며 기뻐한다. 스트레스는 오버할 수 있단다.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