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곳을 향한 간절함이 파고드는 지금이 시리도록 추운 시간인 모양이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않고 가을을 보내고 한살을 더 넘기게 되는 십이월의 구석진 곳에 이르러서야 이렇게 스스로에게 어려운 안녕을 고한다.
아직도 적응기를 보내노라고 말하기엔 왠지 비겁하기까지한 무기력이 얼핏 보이기도 하지만 일상의 소소한 시간을 꾸리는 순간들이 그리 억울하지도 않다는 것 미리 말해 두고 싶다.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아짐이라는 정체감의 한 부분이 그리 싫지도 않는 것이 아무래도 더 버거운 무게감을 입을 것 같은 불안감이 없지 않지만 말이다.
돌아보니 건강했던 그 시절이 감사하기 그지없다. 이곳에 돌아와 들어선 시간들은 병원출입과 함께 나이듦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청춘없는 그 늘어짐이기도 하다. 나의 가벼운 영혼이 들어있는 몸이 앓는 소리를 내는 지금은, 찬바람에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시간이다.
'고추장'을 담았다. 물론 김장도 하였다. 또 무엇을 하였을까? 건조기를 구입해 감도 말리고 무말랭이 시래기도 만들고...멋진 주부가 된것일까?
'예술'이란 단어로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고 나 또한 이 말을 입에 담지 않는 평범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두려움을 외면하며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행복하냐고는 묻지 않았으면 한다. 마음에 열망하는 그 무엇이 없어 평온하며 덤덤한 시간을 이겨낼 수 있는 스스로가 대견하다면 내게 품었던 혹시라도 있었던 기대가 빛바랜 사진같은 과거로 박히는 일이겠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