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ugust 31, 2022

Be Smile

 나는 아직 살아있다.

창가에 나무들을 세우고 바라보는 파란 하늘엔 흰구름이 펼쳐있다.

이만하면 행복할 수 있다.


 방향을 어디로 향할 지 모르는 강력한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한다. 늦여름과 초가을의 그 사이에 있는 시간은 맑고 투명해서 이국적이기까지 하다. 불안과 공포스러운 시간들을 기꺼이 마주하며 하루하루를 잘 버티어 온 것에 감사한다. 좌절의 시간들 속에 선택해야 했던 것중에 먼저는 버리는 것이었다. 

 태풍에 의한 손실을 막기위해 과실 나무  지지대를 꼼꼼하게 하는 장면이 뉴스에 나오는 것을 보았다. 붉게 익은 과일을 서둘러 따느라 손이 바쁜 모습이다. 겨울 봄 여름 동안 정성으로 키웠던 모든 것이 떨어질 판이다. 시간과 정성 그리고 물질을 품은 소중한 것을 버리는 것은 심히 안타까운 일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그동안 태풍이 오지 않았음을 감사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태풍이 다른 곳으로 갔으면 바랄 것이다. 하지만 자연이란 변화하며 움직인다는 것이다.

'강해 보인다'라는 말을 자주 듣곤 했다. 왠지 그 기분좋은 부드러움으로 외장관리를 하지 못한 한 무능력에 살짝 화가 나기도 했다. 부드럽고 순한 이미지의 사람들은 우수하다. 강해 보이는 사람은 관계하기가 부담스러우니까 이해한다. 관계를 중요시 한다는 이 사회에서 기본값은 외유내강의 정신력을 가진 사람을 요구하는 것을 인지한 적이 여러번 있었던 것 같다.

내게도 태풍이 불었다. 이제 살아야 할 날들이 살아온 날보다 짧게 남은 지금,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있다. 바람은 구름을 몰고 다닌다고 했던가. 구름이 모이면 비가 온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고난과 위기에 처하게 되면 사람은 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태풍에 임해 마주해야 했던 선택들은 버려야 했다. 책과 옷을 버리고 그림도구도 버리고 인간관계까지 버려야 하는 것이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가!

고마운 마음들이 어둠속에 빛이 되어주고 따뜻한 구원의 손길이 되었음을 기억한다. 

태풍속에 강하게 살아남은 삶이 부끄러운 것인가. 난 강한 사람이다! 그래서 웃기로 한다. 창가로 축복처럼 밀려오는 햇살에 감사하고, 잘 관리되지 않는 공원 자갈 길을 걸으며 넓은 밤하늘을 보는 것에 감사하고, 맛있는 빵집이 동네 근처에 있는 것도 감사하다.

지금 나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