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anuary 01, 2026

최종합격~~~

 우연히 길거리 현수막에서 구인광고를 보았다. 한 해가 저무는 길이기도 하였고 차디찬 겨울이 들이닥치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이미 한 겨울의 바람이 일고 있는 마음을 두꺼운 옷으로 꽁꽁 감싸고 동네 공원으로 향하던 길에 구인광고 현수막을 본 것이다. 

지원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고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생각외로 무덤덤했다. 그럼에도 그 기다림은 무기력을 털어낼 수 있는, 생동하는 기운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희망'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혹시라도 합격이 된다면 내 삶을  성장시킬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난 주저앉아 늙지 않고 성장하며 성숙할 것이다. 아직 '세상에서 필요한  쓸모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기회를 꼭 잡고 싶었지만 덤덤하게 시간을 보냈나 보다. '되면 좋고 안되어도 괜찮고~~~'

마침내 '최종합격'이란 문자가 스마트 폰으로 날아왔다~~~

많은 사람들이 지원한 것을 고려한다면 최종합격의 문자에 가슴이 날뛰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거늘, 새로운 일에 대한 낯선 두려움이 앞선 탓인지 아니면 한 살을 더 먹게 된 탓인지 가슴은 담담하다.^^ 

Tuesday, December 30, 2025

네모난 것들

 아들의 댕댕이가 나보다 나이를 빠르게 먹는 모양이다.  '눈치껏' 행동을 하는 것이 편해진 것 같기도 하고 서글픈 것 같기도 하고... 나의 움직임을 재빨리 알아채기 위해 두 귀를 쫑긋 세우고, 가장 가까운 쇼파 위로 올라 앉아 조용한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어릴 적엔 시도때도 없이 먹을 것 달라 끙끙거리고 부산하더니 때를 알아 움직임이 덜하다. 

제일 무서운 스마트폰의 위력을 언제부터 알차챈 것일까. 네모난 스마트폰을 들면, 포기한 듯  제 자리를 찾아 간다. 거실 한 가운데 버티고 있는 검은 네모가 현란한 색으로 소리를 켜면, 쉽게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챌 수 없다는 것도 알아버린 것 같다. 커다란 네모 종이 신문을 펼쳐들면 나의 얼굴을 살필 수 없으니 당황스러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때로는 바스락거리는 신문을 발로 치워보기도 한다.ㅋ

주방에서 움직이는 사람이 먹이를 줄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것도 알아낸 것 같다. 얌전히 한 자리에 앉아 동그란 두 눈으로 집중하고 쳐다보면 맛있는 먹이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도. 조용히 인내하며 앉아있는 아들의 댕댕이는 어쩌다가 떨어지는 부스러기가 있을 것을 경험으로 축적했을 것이다. 너무 나에게 초집중하고 쳐다보고 있는 댕댕이의 동그란 시선은 단지 먹을 것 때문인 것은 알지만서도, 가끔은 부담스럽게 사랑스럽기도 하다. 


 



Tuesday, December 23, 2025

이름 새기기

내 이름 석자가 새겨진 오래묵은 도장이 보이질 않는다. 있을만한 자리를 뒤집고 이리저리 한참이나 뒤졌지만 끝내 찾아내지 못하였다. 그것도 그럴 것이 도장을 사용할 일이 어디 흔한 일인가,  서명으로 도장을 대신하는 세상에. 그래도 내 이름 석자가 새겨진 오래된 그것을 소중하게 보관해야 할 물건이었다. 일상에서 사용할 일이 자주 있을리 없으니 존재의 유무를 쉽게 눈치채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도장이 없이도 개인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지금 당장 필요하지도 않음에도, 굳이 도장을 파러 가야 할까 조금은 망설였다. 여기저기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다행히 집에서 운동겸 걸어갈 수 있는 도장 가게를 간신히 발견하였다. 

사람 손으로 연장을 들고 직접 파는 것이 아니라, 이름 석자와 글자 스타일을 컴퓨터에 입력하니 연동된 기계가 지지직지지직 글자를 새기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어라, 그럼 이름과 글자 스타일만 입력하면 도장은 쉽게 복사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네, 무엇이든 그대로 복사할 수 있는 시대죠!'

도장가게 사장님과의 짧은 대화는 공포스럽고 허무했다.

 '개인인증'을 통한 절차가 중요한 것이라는 말씀인 것이다. 도장 없이도 개인 서명 증명을 할 수 있는 세상에 굳이 도장을 다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그럼에도 난 모질하게 오늘 헛된 사치를 부린 모양이다.  도장에 내 이름 석자를 새기고 난 후  마음이 놓이고 편안한 것을 보면, 난 옛날 습성을 버리지 못한 '오래된 사람'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Thursday, December 18, 2025

어느새 방콩살이

 동네공원을 다녀오려고 작심을 했는데 하필 오늘의 날은 온통 회색빛으로 찌푸린 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공원 마실을 다녀와야 하는데 이미 굳혀진 습관의 무게로 그 자리에서 머뭇거린다. 어느새 12월, 바로 앞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선 '방콕살이'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냥 집안에 있고 싶은 여러가지 핑계들을 물리치고, 밖으로 나가야 하거늘~~~그것이 쉽지 않다. 


Monday, December 15, 2025

보글보글

 '킁킁', 김치 냉장고로 들어가기 전, 며칠 바깥에서 숙성시키고 있는 김장 김치가 시큼한 냄새를 보글보글 들어올리는 중이다.  모든 것은 적당한 때가 있는 법,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김치 냉장고에 자리를 마련해야 할 날이 오늘인 것이다. 장성한 아들들이 각각 가정을 꾸려 밖으로 나간 탓으로, 김치를 훨씬 덜 먹게 되어 묵은 김치들이 아직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밀려나온 묵은 김치로 김치찌개를 하기 적당한 날이다. 

매일 무슨 일이 있어도 밖으로 나가 한참을 걸었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다. 아침에 늦잠을 자는 새로운 습관은  오전을 짧게 만들어 하루가 지루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하루가 졸리지는 않지만 성장을 멈춘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옷을 야무지게 챙겨입고 김치찌개 고깃감을 구하러  마트에 다녀오는 것이 공원걷기 만큼은 안되겠지만 할 수 없다.

 동네에서 가장 큰 마트는 성탄절과 연말이 붉은 세일전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모든 것이 랠리인 시대에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것은 기쁜 일이다. 겨울 비가 내린 후라 추위가 더 느껴졌다. 아직 냉장고에 사과가 있음에도, 겨울 추위를 견디며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먹거리를 파는 아줌마의 사과를 한 바구니 구입했다. 

김치찌개 냄새가 온 집안을 덮으면 이상하게 미국에서의 미안했던 시간과 만나게 된다. 얼마나 다행인가, 창문을 열어젖히고 마음껏 김치찌개를 해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맛난 김치찌개 속에 들어있는 고기를 챙겨먹고 김치국물이 베여든 고소한 두부를 점심으로 먹었다.  갑자기 고기를 듬뿍 넣은 김치찌게를 좋아했던 나의 아들들 생각이 난다~~~



Sunday, December 07, 2025

붉은 산수유

 봄, 여름 ,가을을 지나 다시 도착한 12월이다. 지나간 시간에 대해 후회나 우울함으로 자책하지 않고, 아직 오지 않은 시간에 대한 근심과 염려를 내려 놓기로 하자는 결심은 근력이 없어 힘없이 주저 앉고만다.  오랜 시간으로 겹겹이 굳혀진 습관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행복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불안해하고  방어적으로 부정적인 '뇌'를 속여 행복하고 즐겁게  하루 하루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나를 슬프게 하는 거울을 보지 말아야 한다. 거울 속의 얼굴은 더 이상 빛나지 않고 중력의 법칙을 벗어나지 못하고 어김없이 밑으로 처지며 잠을 제대로 못이룬 탓으로 양 미간사이의 주름이 깊이를 더하고 있는 얼굴.

후딱 밖으로 나가고 볼 일이다. 그런데 오늘은 춥다! 

갑자기 엊그제 보았던 동네공원의 붉은 열매를 달고 있던 산수유 나무가 생각난다. 마른 겨울을 견디고 지나 이른 봄에 튀어낸 노란 산수유 꽃의 귀여운 모습을 기억한다. 무더위 한 여름 동안 푸른 이파리들로 풍성한 여름을 키워 푸른 열매를 맺고, 가을의 맑은 햇살과 선선한 바람으로 자잘한 푸른 열매들을 붉게 키우며, 찬바람 부는 겨울에 모든 푸른 이파리들을 내려놓고 끝끝내 붉은 열매를 지키고 있는 산수유 나무. 다시 봄비가 내리는 오는 날에 붉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산수유의 새봄이 노랗게 시작될 것이다. 

동네 공원의 산수유 나무는 밤마다 지나온 시간을 헤집고  잠을 설치며 피부가 너덜너덜해지는 것인가. 아직 오지도 않은 시간들의 끝을 생각하며 무기력에 빠져 있을까. 아니, 봄이 다시 시작될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뿌리 깊은 산수유는 그냥 봄을 기다리며 하루 하루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미끈거리는 피부를 가진 다른 나무들과 비교를 하지 않고, 그냥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해 살아 가고 있을 것이다. 

일단 밖으로 나가자!

Sunday, November 30, 2025

난 안녕한가?

 길바닥에 떨어진 낙엽을 빗자루를 들고 쓸어야 하는 이 때가 경비원 아저씨들에게 가장 힘든 때일 수도 있겠다. 빗자루를 들고 낙엽을 치워본 경험이 없기에 그 힘겨움을 오로지 알 수는 없다. 나보다 훨씬 나이테를 두른 몸으로 늦가을 비로 젖어버린 낙엽을 땅에서 쓸어 담는 일은 생각외로 힘을 써야 하는 일일 것이다.  이 추운 날에도 등줄기에서 땀이 맺히는 일일 수 있겠다. 

그냥 못본 척 그 옆을 지나려고 하는데,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경비원 아저씨는 참 밝다. 조용히 그 옆을 지나려는 나의 의도는 놀랐다. 낙엽 쓸기도 힘드실텐데......

밖으로 나오면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동네를 지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아이들은 아직 학교에 있을 시간이고 젊은이는 일터나 취미 배움터에 있을 시간이니 그것도 그럴만하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를 얻은 사람들이 같은 색 조끼를 껴입고 정거장 통유리를 맑게 닦고 있다. 

 동네 마트에서 특별할인한 김장 무 다발의  푸른 머리가 삐져나온 카트를 끌고 가는 나이 지긋한 어른들 모습을 두 세명 보았다. 가을무가 가장 맛있을 때 아닌가. 배추 한 포기를  구입해 집으로 향하는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  거동이 불편한 부인을 부촉해 함께 걷는 노부부, 재잘재잘 수다를 떠는 건강한 할머니들......추운 겨울에도 그렇게 삶은 계속되는 것이다. 

매서운 겨울이 오기 전에 이파리들을 서둘러 땅으로 내려놓고 있는 중에도 복숭아빛으로 물드는 단풍나무가 아직 이쁘게 물든 가을을 그림처럼 달고 있었다. 빨간 단풍이 아닌 복숭아빛이다! 귀여운 국화꽃이 아무렇게나 피어있는 것도 보았다. 가까이 다가가 사진으로 담고 싶었지만 그냥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말았다. 

난 안녕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