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산수유
봄, 여름 ,가을을 지나 다시 도착한 12월이다. 지나간 시간에 대해 후회나 우울함으로 자책하지 않고, 아직 오지 않은 시간에 대한 근심과 염려를 내려 놓기로 하자는 결심은 근력이 없어 힘없이 주저 않고만다. 오랜 시간으로 겹겹이 굳혀진 습관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행복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불안해하고 방어적으로 부정적인 '뇌'를 속여 행복하고 즐겁게 하루 하루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나를 슬프게 하는 거울을 보지 말아야 한다. 거울 속의 얼굴은 더 이상 빛나지 않고 중력의 법칙을 벗어나지 못하고 어김없이 밑으로 처지며 잠을 제대로 못이룬 탓으로 양 미간사이의 주름이 깊이를 더하고 있는 얼굴.
후딱 밖으로 나가고 볼 일이다. 그런데 오늘은 춥다!
갑자기 엊그제 보았던 동네공원의 붉은 열매를 달고 있던 산수유 나무가 생각난다. 마른 겨울을 견디고 지나 이른 봄에 튀어낸 노란 산수유 꽃의 귀여운 모습을 기억한다. 무더위 한 여름 동안 푸른 이파리들로 풍성한 여름을 키워 푸른 열매를 맺고, 가을의 맑은 햇살과 선선한 바람으로 자잘한 푸른 열매들을 붉게 키우며, 찬바람 부는 겨울에 모든 푸른 이파리들을 내려놓고 끝끝내 붉은 열매를 지키고 있는 산수유 나무. 다시 봄비가 내리는 오는 날에 붉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산수유의 새봄이 노랗게 시작될 것이다.
동네 공원의 산수유 나무는 밤마다 지나온 시간을 헤집고 잠을 설치며 피부가 너덜너덜해지는 것인가. 아직 오지도 않은 시간들의 끝을 생각하며 무기력에 빠져 있을까. 아니, 봄이 다시 시작될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뿌리 깊은 산수유는 그냥 봄을 기다리며 하루 하루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미끈거리는 피부를 가진 다른 나무들과 비교를 하지 않고, 그냥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해 살아 가고 있을 것이다.
일단 밖으로 나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