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것들
아들의 댕댕이가 나보다 나이를 빠르게 먹는 모양이다. '눈치껏' 행동을 하는 것이 편해진 것 같기도 하고 서글픈 것 같기도 하고... 나의 움직임을 재빨리 알아채기 위해 두 귀를 쫑긋 세우고, 가장 가까운 쇼파 위로 올라 앉아 조용한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어릴 적엔 시도때도 없이 먹을 것 달라 끙끙거리고 부산하더니 때를 알아 움직임이 덜하다.
제일 무서운 스마트폰의 위력을 언제부터 알차챈 것일까. 네모난 스마트폰을 들면, 포기한 듯 제 자리를 찾아 간다. 거실 한 가운데 버티고 있는 검은 네모가 현란한 색으로 소리를 켜면, 쉽게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챌 수 없다는 것도 알아버린 것 같다. 커다란 네모 종이 신문을 펼쳐들면 나의 얼굴을 살필 수 없으니 당황스러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때로는 바스락거리는 신문을 발로 치워보기도 한다.ㅋ
주방에서 움직이는 사람이 먹이를 줄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것도 알아낸 것 같다. 얌전히 한 자리에 앉아 동그란 두 눈으로 집중하고 쳐다보면 맛있는 먹이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도. 조용히 인내하며 앉아있는 아들의 댕댕이는 어쩌다가 떨어지는 부스러기가 있을 것을 경험으로 축적했을 것이다. 너무 나에게 초집중하고 쳐다보고 있는 댕댕이의 동그란 시선은 단지 먹을 것 때문인 것은 알지만서도, 가끔은 부담스럽게 사랑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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