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December 15, 2025

보글보글

 '킁킁', 김치 냉장고로 들어가기 전, 며칠 바깥에서 숙성시키고 있는 김장 김치가 시큼한 냄새를 보글보글 들어올리는 중이다.  모든 것은 적당한 때가 있는 법,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김치 냉장고에 자리를 마련해야 할 날이 오늘인 것이다. 장성한 아들들이 각각 가정을 꾸려 밖으로 나간 탓으로, 김치를 훨씬 덜 먹게 되어 묵은 김치들이 아직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밀려나온 묵은 김치로 김치찌개를 하기 적당한 날이다. 

매일 무슨 일이 있어도 밖으로 나가 한참을 걸었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다. 아침에 늦잠을 자는 새로운 습관은  오전을 짧게 만들어 하루가 지루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하루가 졸리지는 않지만 성장을 멈춘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옷을 야무지게 챙겨입고 김치찌개 고깃감을 구하러  마트에 다녀오는 것이 공원걷기 만큼은 안되겠지만 할 수 없다.

 동네에서 가장 큰 마트는 성탄절과 연말이 붉은 세일전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모든 것이 랠리인 시대에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것은 기쁜 일이다. 겨울 비가 내린 후라 추위가 더 느껴졌다. 아직 냉장고에 사과가 있음에도, 겨울 추위를 견디며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먹거리를 파는 아줌마의 사과를 한 바구니 구입했다. 

김치찌개 냄새가 온 집안을 덮으면 이상하게 미국에서의 미안했던 시간과 만나게 된다. 얼마나 다행인가, 창문을 열어젖히고 마음껏 김치찌개를 해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맛난 김치찌개 속에 들어있는 고기를 챙겨먹고 김치국물이 베여든 고소한 두부를 점심으로 먹었다.  갑자기 고기를 듬뿍 넣은 김치찌게를 좋아했던 나의 아들들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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