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어지러움'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유가 불분명한 어지러움은 어느새 불안, 걱정, 염려가 덕지덕지 들러붙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좌절의 무게를 키운다. 아침 이른 시간에 일어나 발을 내딛는 순간에 살짝 어지러움을 느꼈다. 민감하고 불쾌한 하루를 보내고도 쉽게 그 어지러운 불안함은 없어지지 않는다. 균형감각이 좋은 내가 이럴 리가 없다는 생각에, 날을 세운 초예민함이 결국엔 더 큰 불안함을 키워 겁을 내며 바깥 출입을 두렵게 만들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식단에서 비롯된 부작용을 겪는 것일까 아니면 기승전 나이탓일까. 몇년 전 앓았던 증세가 재발한 것인가.
담대하게 무식하게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예민하게 부정적인 에너지를 잡아당기다 못해 무기력해지는 스스로 덫에 걸리고만다.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은 마음을 돌이켜 세워 경과를 지켜보며 몸을 움직여 우선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 보기로 한다. 오랜 시간을 지나와 초라한 모습으로 거울 앞에 있는 자신을 보는 것은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다. 국화꽃처럼 있을 줄 알았는데...'초라한 넋두리'까지 남에게 내보이기 싫을 정도의 무력감을 나는 느끼고 있다. 걷고 볼 일이다!
며칠 겨울을 안내했던 가을 비가 뿌려진 공원의 흙길은 부드러웠다. 초저녁 겨울 바람이 쌀쌀한 동네공원은 조용하다. 날씨에 당황한 사람들이 벌써 따뜻한 곳으로 숨어 버렸나 싶을 정도로. 작년보다 이 주일이나 빠른 겨울의 진격을 받아 들이고 옷을 두껍게 입고 밖으로 나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끝날 것 같지 않았던 긴 여름이 지나갔나 보다. 갑작스런 초겨울 날씨에 나무들도 당황해서 푸른 잎 사이로 서둘러 지난 잎들을 떨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동네 아파트의 감나무들이 주황색 감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풍성한 모습과 산수유 나무의 빨간 열매들의 알뜰한 풍경은 '늦가을'인데 벌써 초겨울!
무사히 밤을 보내고 초겨울 아침을 맞이하였다. 맑고 푸른 초겨울 의 햇살에 감사하며 여름 옷들을 정리하고 여름 이불을 정리하다 보면 초예민함도 무뎌질 것이다. 하루하루를 지탱했던 일상의 건강한 습관을 소홀히 하고 상실한 탓이 클 것이다. 무덥고 긴 여름을 지나며 바깥 활동이 뜸해진 이유와 수면의 질도 좋지 않았던 이유들을 난 알고는 있다. 일시적인 어지러움이었을까? 아직 나는 병원에 가질 않았다.


0 Comments:
Post a Comment
<<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