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안녕한가?
길바닥에 떨어진 낙엽을 빗자루를 들고 쓸어야 하는 이 때가 경비원 아저씨들에게 가장 힘든 때일 수도 있겠다. 빗자루를 들고 낙엽을 치워본 경험이 없기에 그 힘겨움을 오로지 알 수는 없다. 나보다 훨씬 나이테를 두른 몸으로 늦가을 비로 젖어버린 낙엽을 땅에서 쓸어 담는 일은 생각외로 힘을 써야 하는 일일 것이다. 이 추운 날에도 등줄기에서 땀이 맺히는 일일 수 있겠다.
그냥 못본 척 그 옆을 지나려고 하는데,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경비원 아저씨는 참 밝다. 조용히 그 옆을 지나려는 나의 의도는 놀랐다. 낙엽 쓸기도 힘드실텐데......
밖으로 나오면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동네를 지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아이들은 아직 학교에 있을 시간이고 젊은이는 일터나 취미 배움터에 있을 시간이니 그것도 그럴만하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를 얻은 사람들이 같은 색 조끼를 껴입고 정거장 통유리를 맑게 닦고 있다.
동네 마트에서 특별할인한 김장 무 다발의 푸른 머리가 삐져나온 카트를 끌고 가는 나이 지긋한 어른들 모습을 두 세명 보았다. 가을무가 가장 맛있을 때 아닌가. 배추 한 포기를 구입해 집으로 향하는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 거동이 불편한 부인을 부촉해 함께 걷는 노부부, 재잘재잘 수다를 떠는 건강한 할머니들......추운 겨울에도 그렇게 삶은 계속되는 것이다.
매서운 겨울이 오기 전에 이파리들을 서둘러 땅으로 내려놓고 있는 중에도 복숭아빛으로 물드는 단풍나무가 아직 이쁘게 물든 가을을 그림처럼 달고 있었다. 빨간 단풍이 아닌 복숭아빛이다! 귀여운 국화꽃이 아무렇게나 피어있는 것도 보았다. 가까이 다가가 사진으로 담고 싶었지만 그냥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말았다.
난 안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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