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좋아서
날이 좋아서, 냉장고를 뒤져 김치찌개를 해먹기로 했다. 그리 거창할 수 없는 일이지만 먹다남은 돼지고기와 두부를 넣고 나를 위해 맛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김장철이 오기 전에 '묵은 지'를 처리하는 것도 슬기로운 일이다.
오랜만에 김치찌개 냄새가 온 집안을 뒤덮어버린다. 김치찌개 냄새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열어놓은 창문으로 날카롭고 시린 바람이 들어온다.
가을 옷을 제대로 입어 보지도 못하고 갑자기 겨울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망설임 없이 '여름'을 집어넣어야 할 시간이다. 이상하게 올 해는 단풍놀이도 별 흥미를 끌지도 않는다.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미국 드라마 '스파르타쿠스'를 심심풀이로 보았다.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드라마로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전개여서, 나중엔 그 지나침에 지쳐 보고 있는 자신을 해방시키고 싶기도 하였다. 리모컨으로 통과시키는 부분이 점점 많아졌던 것은 유감이지만 '저항'이라는 단어의 위대함을 깨닫는 드라마로 기억될 것 같다.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에서 '저항'한다는 것은 댓가를 치루는 일이며 희생을 요구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극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노예의 삶에 순응하지 않고 저항을 선택했던 것은 위대한 일인 것 같다.
지금을 살고 있는 나는 무엇의 노예인가 생각해봤다. 자신을 얽어매는 부정적인 생각들은 진정한 자유를 누리지 못하게 하는 족쇄임에 틀림없다. 일단 난 오늘 김치찌개를 하기로 했다. 매일 감사하고 싶었는데 그만 '욕심'이 난다. 나의 삶에 집중하고 날마다 성장하기로 했는데 어느덧 다른 삶을 들여다 보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날이 좋아서 창문을 활짝 열고 김치찌개를 해 먹기로 했다,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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