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1시
오전 내내 집안 일을 하였다. 분주하다보니 브로컬리를 맛있게 삶아낼 수 있는 시간을 그만 놓쳐 그만 부들부들 흐늘거리는 오버쿡킹 당한 브로컬리를 얻고 말았다. 잡곡밥을 하여 소분하고, 동네 마트 세일에서 구입해 온 오이를 얇게 채썰어 놓고, 사과의 껍질을 먹을 수 있도록 깨끗이 씻어놓고, 고구마를 생으로 먹을 수 있게 채 썰어놓고......건강한 먹거리를 섭취하기 위해선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여행 후 여독이 이제 제법 풀린 것 같다. 하루하루를 버티게 하는 일상의 소중함을 알 것 같다.
벌써 11시! 오전에도 일을 하나 구해 해볼까 했던 생각을 내려놓은 것은 현명한 결정이었던 것 같다. 지난 밤은 쉽게 잠들지 못했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홈쇼핑에 중독된 자신 스스로를 용서하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할 수 없이 침실에서 벗어나 거실 쇼파에 앉아 저질러놓은 것들을 되돌려 놓고서야 잠을 청할 수 있었다.
홈 쇼핑 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무슨 마술이라도 걸긴 것처럼 멋진 상상을 하고만다. 얼른 그 순간을 벗어나면 그닥 필요하지도 않는 것인데 말이다. (내가 요즘 봄을 타는 것일까?)
하여튼 '쇼핑정지'라는 말을 캘린더에 적어 놓았음에도, 오늘 아침에도 커피를 홀짝거리며 습관처럼 홈쇼핑 방송을 보고 있는 자신을 보았다. 일부러 발품을 팔아 백화점에 나가지 않는 요즈음의 생활을 고려하면 그럴만도 하다. 그리고 체형이 변한 지금 여기에 있는 나는 몇 십년 된 옷들을 정리하고 새롭게 우아하고 단아한 노년의 옷으로 구입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한참이나 뿌리치지 못하고 미적거리다가 겨우 리모컨을 들고 홈쇼핑 방송을 꺼버렸다.
스마트 폰에서 '80년대 팝송'을 찾아 들으면서 집안 일을 하기로 했다. '하, 마음이 평화롭다.' 그 풋풋했던 푸른 시절로 돌아가니 젊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고등학교과 대학시절 그리고 결혼하였던 80년대! 'speaking words of wisdom, let it be~~~' 그래, 그 때도 좋았지만 지금은 더 좋아~~~ 흘러간 것은 흘러간 대로~~~그런 의미가 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