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February 25, 2026

내려놓자~~~

 덕지덕지 달라붙는 우울감을 털어내려 일부러 시간을 내어 공원산책을 다닌 적도 있었다.  지금 나는 '구원'과도 같았던 공원산책을 다니지 못할 정도로 바쁜(?)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오후에 학생들의 학습을 도와주기 위해  오전에 미리 일상이 매끄럽게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집안 일을 하고 장을 보며 그날의 개인적인 일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바쁜 중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유연성을 길러줄 '춤'을 배울 시간을 아직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자신을 생각하면 행복이다. 물론 나이를 고려하면 근육을 더 길러야 하기에  동네 헬스장을 끊어 전문적인 관리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지만 그것도 쉽지가 않다. 

하지만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타파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할 일이다. 생활에 활력소를 갖게 되고 정지했던 것들을 다시 시작하면서 예전의 열정있는 자신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은 기적이며 축복이다 싶다. 조용히 혼자 있는 오전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아직 도전할 수 있는 일을 내려놓지 못하고 멈칫거리는 자신을 본다. 아직 기회가 있을 때 해보는 것이 현명할 것 같기에 내적 갈등을 겪고 있는 시간은 평화롭지 못하다. '내려놓자~~~~~~소탐대실이라~~~'

요즈음 최고 관심사는 나의 학생들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나의 학생들의 눈동자가 처음 낯설음을 통과하고, 드디어 바라보는 눈동자가 빛나고 있음을 감지하였다. 문제해결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힘이 생기고 재미와 흥미가 생기는 듯해서 기분이 좋다. 

두 학생 간의 거주지가 상당한 거리로 떨어져있기에 오고가는 길에 몸의 해독작용에 좋은 빠른걷기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감사할 부분이다. 버스를 타고 오가려고 했던 결정을 점차  두 다리로 활기차게 걸어다니고 있는 자신을 셀프로 칭찬해 주고 싶다. 물론 초미세먼지와 교통규칙을 어기는 바쁜 운전자가 모는 차량의 진격이 가장 두렵기도 하지만 초민감 경계태세를 취하며 잘 걸어다니고 있다. 무엇보다 여유있는 시간관리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다급하면 누구나 실수라는 것을 저지를 수 있고, 그 실수는 나이를 고려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추신: 한 학생의 어머님께서 감사하고 고맙다며 '마라탕'을 해주셨다. 처음으로 먹어보는 마라탕은 따뜻하고 고소하고 담백했다. 


Tuesday, February 24, 2026

개념 있는 사람

 나의 한 학생에게 '어떤 수'를 찾는 법을 도와줘야 한다. 쉬운 개념이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다면 모르는 어떤 수를 알아내는 과정은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계획과 반복 연습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알 수 없는, 아니 알아낼 수 있는 '어떤 수'에 대한 사고과정에서 '기초개념'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복잡한 계산과정을 이해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거꾸로 추적해 나가는 유추과정을 어떻게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다, 갑자기 나의 삶을 뒤돌아 보게 되었다. 그때그때 난 개념을 갖고 최선의 선택으로 나의 삶을 충실히 살았던 것일까. 시시때때로 삶이 던지는 변화구에 우선순위로 정해진 개념을 갖고 흔들리며 적응하며 꽃을 피웠던 시간도 있었고, 어둠 속에 주저앉아 내적 에너지를 발산 할 그 때를 인내하며 기다리기도 했던 것 같다. 다들 그렇게 사는 것처럼 최선을 다해서 선택을 했을 것이다. 

과거의 푸르고 붉었던 젊은 욕망들을 내려놓은 지금의 시간은 선택지가 많지 않아 어쩌면 평화롭다. 너무 평화롭지 못해 지루하고 무기력한 시간도 없지 않았지만, 마침내 포기하지 않고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기로 했던 나를 셀프로 칭찬하고 싶다. 

 '무엇이 중한가?'란 개념이 있어야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고 후회를 덜 할 수 있는 것 같다. 때때로 아직도 욕심을 부릴 때가 있다. 노년의 시간에 들어선 나에겐 '건강'이 최우선 순위이다. 하지만 더 일할 기회가 있다면 하고 싶기에 고민스럽기도 하다. 

 아이들의 학습을 도우기 위한 강력한 내적동기가 내게 삶의 활력소를 주며 붉은 열정을 되살리는 동력이 되고 있는 지금의 시간은 감사함으로 가득이다. 어제는 기초 사회를 한 학생과 공부하면서 '다름'과 '존중'이란 귀한 단어를 마주하였다. 각자의 경험과 기억이 다르기에, 어떤 일에 대한 생각과 느낌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말은 말처럼 쉽게 실천되지 않기에 상호간의 노력이란 것이 필요한 것 같다.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에선 시간과 장소 상황에 맞는 기본적인 예절을 아는 것, 다름에 대한 열린 마음으로 역지사지하며 존중하는 태도, 솔직함과 무례함을 구별할 수 있는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덕분에 되새기게 된 것 같다. 난 개념있는 사람인가?

Sunday, February 22, 2026

시간은 그저 흘러갈 뿐!

 '시간은 늙지 않는다, 그저 흘러갈 뿐!' 신문을 읽다가 발견한 문장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한정되어 있음을 때때로 잊어버리고 사는 것 같다. 바야흐로 시간이 흘러, 주름지며 약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시시때때로 천년만년 살 사람처럼 굴고 있는 모습이 내게 있다. 사실 변화와 발전을 멈추면 시간은 늙는다는 관점에선 뭔가 노력이란 것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시간을 따라 주름지는 얼굴이 자연스럽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시간의 흔적을 지운 고급진(?) 얼굴을 보면 간혹 부러움이 생기기도 한다. 이른 아침 TV 홈쇼핑엔 가장 노령의 사람들을 위한 상품들을 팔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나 또한 처음 늙어보는 참이라 트랜드를 좇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귀를 종긋거린다. 오늘 아침은 월요일 아침이고해서 이래저래 바쁜 탓으로,  무사히 홈쇼핑에 걸려들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선물과 같이 주어진 '지금'에 집중하고, 어제보다 더 나은 변화를 가지려고 노력하다보면, 내 삶이 아무 의미없이 주름지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잘 살다 가자.

Friday, February 20, 2026

알 수 없는 일

 엊그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를 확인하는 날이었다. 걱정이 살짝 되기도 하였다. 아무리 관리를 한다고 했어도 사이사이 저지른 나의 비리를 잘 알기에 결과에 신경이 쓰였지 싶다. 다행이 칫수가 전보다 좋게 나와서 기쁘기 그지없다. 

하지만 분석 결과에 의하면 상급 병원에 가서 전문적인 소견을 들어야 하는 부분이 생겼다. 지금으로서는 아무런 이상증상은 보이지 않지만 보통의 정상의 숫치에 못미치는 숫자의 의미를 알 필요가 있지 않을까 고민하게 한다. 

아직 이상 증상이 없기도 하고 요즈음의 바쁜 일정을 고려하자면  그냥 소극적으로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한번쯤 전문가와 상담을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해서 이리저리 알아 보고 있는 중이다.  더 주름진 시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미리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일 수도 있겠다. 

그것은 그렇고, 요즘 들어 가장 에너지가 향하는 것은 학생들과의 시간이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면서 시무룩하던 학생의 눈빛이 빛나고 얼굴에 미소가 담기는 것을 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새로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누릴 수 없는 기쁨을 누리게 된 것이다. 나의 학생들의 좋은 학습 습관을 기르기 위해, 시시때때로 연구하며  맞춤형 지도를 찾고 있는 중이다. 물론 아직도 피곤하고 힘겨운 모습을 보이는 아이도 있다.

 가장 하기 싫은 과목에 흥미를 돋구고 재미를 붙이도록 도와주어야 하는데 자꾸만 조바심이 생긴다. 재미없고 자신 없는 과목이 우선 순위가 밀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결코 포기할 순 없는 일이기에 열심을 다해 안내하고자 하는 모습이 혹시 과하지 않을까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집중력이 떨어지며 흐트러지는 학습 태도를 보이는 학생을 이끄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학생 내면에서 이끄는 '동기'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피곤함을 물리칠 정도로 재미있는 시간이 되어야 하는데 조급함이 앞서 그만 여유를 잃는 순간이 생기는 것 같다. 조급함을 뒤로하고, 한 발 뒤로 물러나 지금은 학생들과 친해져야 할 시간임을 잊지 않기로 한다. 더 나의 학생들을 알아야 한다. 

Wednesday, February 18, 2026

옳은 일을 하다가

붉은 구정연휴가 끝난 다음날 서둘러 병원을 다녀왔다. 봄으로 가는 햇살은 훨씬 맑아지고 추운 독기를 뺀 것 같지만,  봄을 부르는 바람은 손가락이 무색하게 시럽다.  장갑 없는 시린 손을 자꾸만 주머니에 밀어넣게 되는 아침은 월요일 같은 목요일 아침이다.

연휴 마지막 날에 '왕과 사는 남자'란 한국 영화를 보았다. 꽃미남은 아니나 연기력이 월등한 배우와  감독의 유머코드와 미감이 찰떡으로 들어맞고, 출연진 모두가 조화롭게 훌륭했던 것 같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무거움과 가벼움을 오가는 밀땅을 무리없이 표현하며 역사적인 비극미와 인간미를 잘 표현한 것 같다. 게다가 '한명회' 역할의 배우의 선택은 참신했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웃기고 재밌는 영화라야 요즈음 사람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재미도 있고 감동도 줄 수 있는, 잘 만든 영화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난 후, '단종'에 대해 검색을 해봤다. 그렇고보면 왕권의 세습을 능력이 있는 아들 대신에 오로지 '장손'이라는 이유로 물려주고 싶어했던 것이 비극을 잉태한 잘못된 선택이었지 않나 싶다. 수렴청정 할 수 있는 엄마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없는 상황에서 어린 왕 주변에 권력을 가진 군신들은 정치적인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결국 집안의 능력있고 야심있는 숙부, '수양대군'에 의해 어린 왕은 쉽게 제거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어린 단종의 죽음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영화관이 어두워서 다행이다 싶었다,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붉은 연휴가 끝나고 다시 보통의 새 날이 되었다. 햇살 받은 꽃들이 툭툭하고 꽃망울이 피어날 것 처럼,  베란다 창문에서 집안으로 스며들어오는 햇살은 봄햇살처럼 화사하다. '왕과 사는 남자'의 '엄흥도'처럼 인간에 대한 의와 예를 잃어버리지 않는 하루를 보내보기로 한다. '옳은 일을 하다가 화를 당하더라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자신의 목숨과 가문을 멸할 수 있는 위험을 무릎쓴 선택을 나는 '엄흥도'처럼 할 수는 없을게다. 하지만 거창하지 않는 의와 예를 지키는 선택을 매일 실천할 수는 있을 것이다. 

Tuesday, February 17, 2026

새해에는 복을

 

우리우리 설날을 맞이한 아침의 햇살은 축복이라도 하듯이,  거실 빈 벽에 스며들어 그림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황금색으로 빛나며 흔들리는 그림자를 보며 '아름답다'란 단어를 떠올렸다.  2026년 여러 새로운 날이 이미 지나갔음에도 다시 한 번 더 새해맞이가 주어진다는 사실이 고맙다. 그래, 늦은 때는 없어, 지금부터라도 성실하게 내 삶을 가꿔보는 것이야~~~

Saturday, February 14, 2026

미친 사랑

 에밀리 브론데의 소설, 'Wuthuring Heights'(폭풍의 언덕)을 각색한 영화를 우리우리 설날 기념으로 보았다. 소설의 제목은 '폭풍의 언덕'으로 훨씬 감각적으로 번역되어 한국과 일본에서 출판되었다고 한다. 원 제목 'Wuthuring Heights'은 영국 오오크셔 지방의 바람 많고  들판의 언덕 위에 있던 저택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워더링(Wuthuring)은 바람이 거세게 부는'의 뜻을 가진 방언인 것을 고려하면  '바람이 거세게 부는 높은 곳'이라 할 수 있었겠다.

'폭풍의 언덕'이란 제목이 연상하게 만드는 것은 '질풍노도의 사랑'이다. 지금 나의 나이는 감당할 수 없는ㅋ 그런 사랑이기에  낭만적인 사랑 영화를 보러가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조금은 당황했지 싶다.  영화관에 들어가서 놀랬던 점은 대부분의 관람객이 주름진 사람들이었다.  

명절을 앞두고 다들 바쁠 때인데, 유난히도 나이가 든 사람들이 많았던 것은 특이했다. 물론 뒷자리에 앉은 나이들고 매너 없는 사람들이 의자를 발로 건드리기를 멈추지 않고 자기 집 거실처럼 중얼거리며 영화를 보는 탓에 들끓는 사랑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과 내 마음을 들끓는 화를 가라앉히느라 꽤 힘들었음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영화가 끝난 후 불이 켜지면 얼굴 한 번 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영화로 돌아가, 시각적인 영상이 참으로 감각적이었다. 처음 도입부부터 관객의 감각을 놀리며 시작하며 흥미를 끌었다. 배경이 되는 무채색인 장소에 젊음과 사랑 그리고 욕망을 뜻하는 붉은 빨강이 꽃처럼 피어나고 번져나가는 각각의 장면은 압도적이었던 것 같다. 꽤 긴 시간이었지만 지루하지 않고 시각적으로 충분한 즐거움을 느꼈던 것 같다. 

'미친 사랑', 사랑에 빠진다면 당연한 것 아닐까.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캐서린이 사랑하면서도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럼에도 가슴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몸이 원하는 사랑을 선택했다하여 도덕적인 잣대로 쉽게 비판할 수 있을까. 끝없는 황야와 거친 바람을 무채색으로  음침함을 표현했다면 욕망과 사랑을 붉은 색으로 꽃처럼 표현하면서도 동시에 파괴적인 면을 시각적 감각으로 이끌었기에 충분히 황홀했다. 

서로가 들끓는 사랑을 치명적으로 멈출 수 없어, 서로를 해치며 사랑하는 미친 이야기.  나처럼 나이지긋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궁금하였다. 한 때의  붉은 꽃처럼 피어나던 시간, 화양연화 같은 시간들을 떠올렸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