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도
학생의 학습 지도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은 점점 빨리 어두워지고 있다. 아직 단풍이 들지 않은 가로수 밑으로 걷다보면 추운 겨울이 멀게만 느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비가 내린 후라 기온이 훅 떨어졌고, 맑은 태양이 사라진 저녁시간은 생각보다 춥다. 해가 있는 시간엔 좀 덥게 느껴졌지만 그런대로 옷을 잘 껴입은 자신을 칭찬해 본다. 잘했어^^
참고로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배가 고픈 시간이다. 만만하게 맛있는 가게 맛집이 있다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것은 쉽게 허락될 수 있을 것 같은 배고픔이 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마지막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마음은 제일 바쁜 것인지도 모른다.
아마 여름이 오기 전이었을 것이다. 행단보도가 세개나 있고, 지나는 행인이 제법 많은 길목에 하얀 가게 하나가 새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난 그 집에 손님이 있는 것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참고로 나의 오가는 시간은 학생들의 귀가시간이며 학원 가는 시간으로 배가 출출한 시간이기도 하다.
너무 깨끗하고 하얀 창백한 가게는 오늘도 손님이 하나도 없다. 그렇고 보니 지나가는 행인을 사로잡는 맛있는 냄새도 없는 것 같다. 손님이 없는 그 가게가 은근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바삐 횡단보도를 지나가는 나로서는 그 창백한 하얀 가게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파는 지 사실 관심이 없다. 하지만 손님이 없는 것은 알 수 있다. 시장 조사도 하지 않고 가게 문을 열었으리 없다는 생각이다.
무슨 사정이 있길래 손님이 한 명도 없는 가장 비참한 그림을 마주하고 있는 것일까. 아직도 어떤 혁신적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남들은 장사가 안되면 종목을 바꾸던지 무슨 변화를 주던데...
그래도 그 가게는 오늘도 문을 닫지 않았다. 내가 지나가는 시간을 제외하고 손님들이 찾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창백하게 하얀 인테리어는 청결미는 있어 보이지만 나의 침샘을 자극하지 않는 빛이다. 건널목 신호등불이 바뀌기를 바라면서 슬쩍 가게 안을 들여다 보았다.
하얀 조명아래 흰색 테이블에 마주 앉은 흰옷을 입은 두 사람을 발견하였다. 앗, 손님인가, 아니다! 마주 않아 어떤 간절한 기도를 드리는 두 사람은 손님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