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pril 05, 2026

봄꽃처럼

 칙칙하고 삭막한 시간을 묵묵히 참고 견뎌낸  봄꽃이 한꺼번에 피어나 세상을 밝히는 시간, 비가 내리고 있다. 바람이 강하지도 않고 강수량이 많지 않아 여린 꽃잎들이 우수수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여린 꽃잎이 물에 젖지만 한편으론 비가 내려야 말랑거리며 촉촉한 대지에 씨앗을 심을 것이다. 

오랜만에 가까운 산에 다녀왔다. 한참이나 산을 오르지 않았던 탓인지 산으로 올라가는 발걸음이 무거웠지 싶다.  봄 햇볕을 즐기는 사람들과 봄꽃들이 어울린 모습이 이토록 신나고 즐거운 풍경인지 몰랐던 사람처럼 감탄했지 싶다. 다음엔 작년에 구입한 작은 텐트를 가져와 나무 아래에서 빈둥거리며 책도 읽고 달콤한 낮잠도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산행 중에 신발을 벗고 돌팍이 박혀있는 딱딱한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보았다. 내 발다닥에 통증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얼마나 몸이 좋지 않으면  뾰족한 날고통을 참고 걷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에는 연분홍 진달래가 아리땁게 피어있었다. 가파르고 메말라 보이는 곳에 뿌리를 박고 여리여리하게 무리로 피어있는 진달래꽃은 맑은 봄햇살을 내려받아 투명하다. 진달래가 가장 아름다운 시간에 산을 찾게 되어 감사했다. 자꾸만 이름을 잊어먹는 작은 꽃들이 길가에 옹기종기 귀엽게 피었고, 나무잎들은 초록 물감을 뿌려놓은 듯 쫑긋거리며 나뭇가지를 물들이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채집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궁금하여 물었더니, 화살나무의 어린 잎을 따서 나물무침을 하려고 한단다. 산에서 채집행위는 불법이란 현수막이 붙어있음에도, 아는 맛이 무섭다고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동참하고 싶었지만 그냥 통과하기로 했다. 잠깐이지만 봄이면 봄나물 캐러 다니던 시절의 순수하고 건강했던 내가 생각났다.  엄마가 시키지도 않아도 봄나물을 캐러 갔었던 것 같다. 시골에서 언니들과 했던 일이라 아마 당연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공부한 기억은 없고 보자기를 허리에 묶고 조그마한 칼을 들고 밭두렁 논두렁에서 나물을 캐던 나. 잠을 자려고 눈을 감으면 집중력의 크기만큼 선명하게 떠오르던 봄나물들의 형태!

산 아래 공원에 많은 사람들이 봄꽃들처럼 쏟아져 나왔던 것 같다. 주차장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에 숲세권 아파트들이 새로 생기고 보니 주차장이 문제이고 할 수 없이 좁은 길 양쪽에 주차를 해야 한다. 방법이 없다! 도시 행정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기분좋게 산에서 내려왔더니 불법주차로 인한 벌금을 즉시 부과한다는 안내장이 차에 붙어있었다. 어떤 대안도 마련하지 않고 주차금지라는 현수막만 걸어놓고 즉시 벌금을 부과하면 되는 일인가. 할 수 없다. 내가 지불하는 벌칙금으로 국가발전에 슬기롭게 쓰이기를 바래본다. 

Thursday, April 02, 2026

살다보니

 

봄 길잡이 목련화는 북쪽을 향해 꽃을 피우기 때문에 '북향화'라고도 한다고 한다. 따뜻한 남쪽 햇살을 더 많이 받은 남쪽의 꽃잎을 축으로 하여 피어나기 때문에 북쪽으로 기울어진 것이라는 말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강한 쪽을 더 강하게, 영양분의 다른 배분을 생존전략으로 선택한 것일게다.  어쩔 수 없는 이유로 바람 맞으며 살다보니, 찬바람 불어오는 쪽을 향해 두려움 없이 의연히 서 있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며, 기꺼이 피어나는 목련은 완벽한 최고의 스타일을 취한 것 분명하다^^ 

세상를 밝히다

 

뭔가 삶의 깊이가 있어 우아하고 아름다운 사람을 생각나게 만드는 하얀 목련이 지금 여기를 촛불처럼 밝히고 있다. 아직 세상은 차갑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때를 알아 피어나는 것이다. 봄이다~~~

Wednesday, April 01, 2026

설레임^^


어라, 벚꽃들이 서둘러 피어버렸다. 남쪽에서 꽃이 피면 일주일 정도 차이를 두고 피어야 하는데 왜 이리도 서두르는 것일까. 출근하는 길에 벚꽃 나무 아래서 잠깐 서성였다. 팝콘처럼 터져버린 꽃들을 머리에 위고 있는 풍경은 얼마나 마음이 설레고 들뜨게 하는 것인지^^

Tuesday, March 31, 2026

To be or not to be

 어쩌다가 '쓰레기 봉투 대란'이란 말을 마주하게 된 것일까.  쓰레기 봉투 수급에는 아직 차질이 없는 상태임에도 사람들의 '불안심리'로 인한 현상이라고 한다. 쓰레기 봉투를 넉넉하게 구입해 놓고 살았었는데 하필 이때 떨어질 것은 무엇인가. 운 좋게 동네 마트에서 쓰레기 봉투 10장을 구입해 놓았지만, 불안감이 밀려온다. '어쩌다가 세상이 이리 된 것이지ㅠ'

여차저차하여 아들의 댕댕이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아들의 댕댕이는 오늘도 먹고 응아하고 자고 또 먹고 자고.....강아지들은 램수면 상태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잔다고 한다. 먹이를 향한 욕망은 대단하다 싶다. 하긴 무슨 낙으로 사는 것인지 궁금하긴 하다. '먹는 낙'으로 사는 것이 틀림없다. 검은 구슬같은 눈으로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으면 어찌 그 간절함을 외면할 수 있단 말인가. 충분히 먹이를 먹은 것을 알면서도 나만 쳐다보는 그 눈동자를 거역하기 힘들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어느새 아들의 댕댕이가 집으로 돌아가고 허전함이 스며들어 소리를 내고 모습을 남겨두고 있는 며칠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그 동안 정이 듬뿍 들었던 모양이다. '툭툭툭'하고 걷는 발걸음 소리가 나기도 하고, 현관 중문 앞에 길게 누워서 자고 있는 모습이 선하다. 

새봄처럼 나도 생동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봄김장을 하였고, 남은 양념으로 여린 열무김치도 담았고, 맛난 김치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느라 김치 냉장고 정리도 하며 봄꽃이 활짝 피어버린 것도 몰랐다. 원래 겨울을 뚫고 나오는,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란 시간이 이리도 바쁜 것이었을까.

중고 핸드폰을 처리하러 가까운 서비스센타에 걸어가는 길에 우아한 흰 목련을 보았고 활짝 핀 개나리를 보았다. 앗, 벌써 꽃들이 피어버렸네! 동네 마트에서 돌아오는 길에 귀여운 '제비꽃'을 보았다.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저멀리 있는 꽃 대신에, 가까이에 있는 작은 소중함을 알 것 같다. 옛날엔 몰랐었다. 

아직도 밖에서 '나'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기쁨을 주는 일인가.  생활의 리듬을 주는 일이며 부지런함과 성실함으로 매일매일이 알차기에 무기력하고 우울감을 느낄 틈이 나질 않는다는 사실은 내가 체험할 수 있는 '구원'이며 '기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해마다 감당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겸손하게(?) 하고 있었지만, 특히 올해 내게 주어진 일은 더욱 감사하다. 지금을 위한 모든 것들이 지금껏 준비되어 왔었던 것처럼.  

지난 주말에  클로이 자오 감독의 영화, 헴넷(Hamnet) ' 영화를 집에서 보았다. 햄릿의 유명한 대사,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s the question.)의 문장으로 기억되는 햄릿의 창작과정을 상상해서 만든 영화로 신선했지 싶다.  '사랑의 두려움' 그리고 '죽음의 상실'에 관한 비극적 이야기며, 삶이 던지는 고통과 시련을 극복하며 새로운 활로를 찾아가며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삶의 고통과 시련은 예술의 자양분임에 틀림없기에, 대처하는 슬기로운 자세가 중요한 것을 알 것 같다. 


Tuesday, March 24, 2026

오늘의 감사

 일주일을 알차게 보내고 있는 중이라서 그런가, 시간이 예전보다 훨씬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다. '휴, 다행이다 싶다.'  정말 지난 가을과 겨울은 무기력하고 우울했었기에 지금의 화창한 봄날이 감사하기 그지 없다. 모든 것이 착착 정리되고, 내것을 찾아가고 있는 평온한 느낌이 든다.

돌이켜보면 오랫동안 나다운 시간을 꾸리지 못하는 자신을 못본척 하기도 하며 견뎌야 했던 시간이 있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였지만, 내려 놓을 것 내려놓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여 마침내 내것을 찾은 것 같다. 커다란 욕심 없이, 누구의 성공을 부러워하거나 비교하며 열등감을 느끼지 않고, 평안하게 내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수영장 바로 옆으로 이사온 나는 아직도 좋아했던 '수영'을 등록하지 않았다. 여기 지금의 나로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사람들과 더 어울리는 것이 필요하지만 현재의 내가 그런대로 괜찮게 느껴지기 때문일 수도 있다. 미국에서 돌아와 적응 차원에서 수영에 몰두하던 그 시절의 나는 그야말로 조금은 미쳐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스튜디오에서 창작활동을 하던 치열했던 정열을 어디에다 쏟아부을 수 있단 말인가.

 많은 시간을 수영장에서 보내고, 수영장에서 만난 사람들로 인해 '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던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 수영을 하며 그 부드러운 물 속에서 불안과 두려움를 식혔으며 삶의 균형감과 조화를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물속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평정심을 갖는 것이 조금 어려운 과제이기도 했었다. 돌이켜보면 '수영장의 흐름'을 더 잘 맞추어 흘러갔어야 했다.ㅋ 

미국에서의 약 10년이란 세월이 쌓은 것을 내려놓고 다시 한국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다. 그때의 나는 '수영'이란 운동에 몸과 열정을 쏟지 않았더라면 쉽게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삶이 굴곡지게 데려온 지금 여기에 있는 나는 '수영중독'에서 벗어난 생활을 하고 있다. 사는 것은 '세옹지마'로 좋은 일이 있으면 겸손하고 나쁜 일이 있으면 인내하며 견디며 되는 것을. 

수영을 하던 시절보다 지금의 나는 몸무게가 훨씬 줄었고 물론 근육도 많이 빠진 것 같다. 동네 수선가게에 가서 바지들을 줄이느라 바쁜 것도 감사할 일이다. 체지방이 빠지면서 근육도 빠져나가긴 했지만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음을 감사하고 싶다. 감사한 마음으로 챙기자 몸과 마음의 근육을~~~

Monday, March 23, 2026

그대로 일어나기

 

봄이 마침내 도착한 모양이다. 이번 겨울은 눈도 제대로 내리지 않고도 춥고 길었던 것 같다.  아직도 한 겨울 옷을 집어 넣지 못하고 있고 내의를 껴입고 있은데, 봄꽃은 누구도 탓하지 않고 때를 알아 그대로 일어나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주말에  월동배추로 봄김장을 하기로 했기에, 동네 알뜰장에 가서 쪽파와 미나리 그리고 무우를 구입해야 했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노란색개나리를 바라보고 걷자니 먼 미국 땅에 두고온 나의 노란 수선화들이 생각나며 그리웠지 싶다. 20년전 100개의 알뿌리를 심었으니, 보통 1년에 2~3배 정도 알뿌리가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지금은 수천개 이상의 꽃을 피우고 있을 것이다. 동쪽 햇살 가득한 곳에 심어서 그런지 동네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 봄을 알리던 나의 수선화가 그립다.

아울러 개나리 울타리를 만들려고 개나리 가지를 꺽어서 그냥 땅에 꽂아 놓았던 이웃의 쉬우면서도 신기한(?) 울타리도 기억난다. 생명력이 강한 개나리의 특성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 맨땅에 꽃혀진 개나리는 잔뿌리를 내려 땅을 부여잡고 기어이 살아냈을 것이다.

아파트 주변의 하얀 목련도 겨울을 견딘 강한 힘으로 봄바람에 끄덕없이 하얀 등불을 짱짱하게 들어 올리며 자신의 때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검은빛 가지의 벚나무도 신비한 분홍빛 꽃망울들이 팝콘처럼 터질 날이 멀지 않은 시간이다.

오늘 봄꽃처럼 발견한 멋진 글귀를 기록해 본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사건이 벌어지길 기대하질 말고, 있는 그대로 일어나기를 바라라. 그러면 인생이 순조롭게 흘러갈 것이다.'(에픽테토스) 스토아 철학의 거장인 에픽테토스는 외부 환경보다 통제 가능한 내면의 태도와 반응을 중요시 했다고 한다. 님의 명언들을 모아 보았다.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사물이 아니라 사물에 대한 견해이다.'

'너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우리의 판단이다.'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매달리는 사람은 노예처럼 살게 된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단 하나뿐이다. 우리 의지밖에 있는 일들에 대한 근심을 내려놓는 것이다.'

'먼저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될지 생각하라. 그 다음에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하라.'

'발전하는 사람은 누구도 탓하지 않으며,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다.'



Sunday, March 22, 2026

가고 있어, 기둘려 친구~~~

'프로젝트 해일메리(2021)'는 마션( 화성에서 감자를 키우며 생존하는 이야기)을 쓴 미국 작가, '앤디 위어'의  공상과학소설을 영화한 것이다. 노트북과 발렌타인 데이에서 달달하게 나왔던 꽃미남, '라이언 고슬링'의 단독쇼라 볼 수 있다. 

지구가 멸망을 앞 둔 상황에서, 마지막 희망을 걸고 참여하는 자살 프로젝트 해일 메리에 강제로 참여하게 된 생물학 박사이며 중학교 교사인 그레이스의 이야기다. '아스트로파지'란 미지의 미생물이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면서 지구는 물론 다른 행성들까지도 멸망의 위기에 처한 상황으로, 자살임무나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 과정은 전혀 영웅적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우주선에 동행했던 일행 두 명은 시체로 남아있고 자신은 기억 상실에 걸린 상태로 영화는 시작되었다. 영화전개의 방식이 흥미있었던 것 같다. 뻔할 수 있었는데 뻔하지 않은 전개는 참신했던 것 같다. 홀로 우주선에서 적응해 나가며 기억상실을 회복해 나가는 중에 외계 생물체인 '로키'를 만나게 되어 서로 소통하고 서로 의지하며 희망을 붙잡는 과정이 과학적이며 인간적이며 따뜻했지 싶다. 

거미와 돌메이를 합친듯한 모습의 '로키'는 얼굴이 없다. 소리의 화음으로 소통하며 금속을 먹고 사는 로키의 모습이 내게 '돌게'를 너무 연상시켜서 웃기기도 했다. 난 과학과 먼 사람이지만 영화를 보면서 참으로 과학의 힘과 기술의 힘은 위대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구로 돌아갈 수 있었음에도, 위험에 처한 로키를 구하기로 결정한 그레이스의 선택은 위대하였던 것 같다.  힘들고 어려울 때 같니 있어 준 친구! '가고 있어, 기다려 친구~~~'  '프로젝트 해일메리' 영화는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