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ne 01, 2026

바다멍~~~

 

'굴업도'는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 탓으로 독자적인 생태계가 유지되어 있어서 '한국의 갈라파고스'라고 불린다고 한다. 사람이 엎드려 있는 형상에서 유래된 '굴업도'란 섬이름은 좀 낯설었고 입에 잘 붙지 않았다. 낯선만큼 사람의 때가 덜 묻었으리란 기대가 생겼고, 무엇보다 푸른 개머리 언덕에서 야생 꽃사슴이 모여있는 모습과 아름다운 저녁노을과 밤하늘의 별들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모처럼 마음이 깨어 설레었다.

하루에 한번 배가 오가기에 최소한 1박2일의 일정을 잡아야 했다. 주말엔 예약이 꽉 차 있어서 평일을 끼고 배와 팬션 예약을 할 수 밖에 없었기도 하다. 승선하기 전 미리 도착한 인천연안부두엔 산악인 복장의 사람들이 가득차 있었다. 짝홀수날의 선택에 따라 이동시간이 다르는 고로, 홀수날이라 여러 작은 섬( 문갑도, 지도, 울도 백아도)을 경유해야 했었다. 

갑갑한 2층 선실에 들어가지 않고 태극기가 흩날리는 맨 꼭대기층에서 시원한 바다바람을 맞으며 가지고 간 견과류에 맥주 한 캔을 마시는 기쁨은 기억할 만하다. 사진도 찍고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도 바라보고 하면서 나름 즐겼지만 바닷바람은 점점 차가워졌고 옷을 잘못 골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모두들 긴바지 긴팔 바람막이 옷을 든든하게 입지 않았는가. 가지고 있는 옷을 레이어링하고 목도리를 하고 했지만 바다바람을 견딜 수 없었다. 그만 겸손하게 따뜻한 2층 선실로 들어가 책을 읽기로 했다. 일찍 집에서 나온 사람들이 배소음에 상관않고 대부분 잠을 청하고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는 옅은 해무가 신비스럽게 끼여 있었다. 흐릿하게 보이는 풍경이 자아내는 신비스러운 반추상화를 보는 것은 기쁨이었지 싶다. 

책을 보다 눈이 피곤해져 다시 선실 밖으로 나와 바다 경치를 구경했다. 특히 백아도와 굴업도 사이 바다 위에 바위 3개가 치솟아 있는 모습은 기대하지 않았던 것으로 특별한 인상을 남겼다. 바다위의 스톤헨지? 바다 한 가운데 보이는 세 개의 돌기둥이 바로 '선단여'라는 이름을 가진 바위섬이다. 멀리서 보거나 방향에 따라 1~2개로 보이지만, 오빠바위, 누이바위, 마귀할멈바위로 불리는 3개의 바위기둥으로 이루어진 '선단여'이다. 

  옛날 마귀할멈의 악행으로 어린 자매가 헤어졌다 성인이 되어 만난 그들은 자매라는 사실을 모르고 사랑하게 되었다.  결국 하늘이 근친상간의 비도덕에 노하여 벼락을 내려 남매와 마귀할멈이 죽였고 이 광경을 본 선녀들이 붉은 눈물을 흘렸다는 유래를 가진 선단여의 풍경은 기대하지 않은 맛으로 가장 인상적이었지 싶다.

마침내 굴업도 섬에 도착하자 선착장에  트럭 몇대와 봉고차가 눈에 보였다. 트럭에 올라타는 사람들의 풍경이 웃기기도 하면서 인상적이었다. 이 또한 예상하지 못했던 여행의 웃긴 맛이었다. 이곳에서 팬션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다 친척이다고 한다. 예약한 팬션 사장님이 픽업을 나오지 않고 이웃 친척집 팬션의 봉고차 빈 자리에 얻어타고 팬션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늦은 점심을 먹었다. 바닷가라 해산물이 풍부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쌀밥에 고등어 구이와 반찬 몇가지가 나오는 백반을 먹었다. 이른 아침을 챙겨먹고 나간 탓에 최고인 반찬인 배고픔으로 과 고소하고 부드러운 흰 쌀밥을 먹으니 그런대로 맛있었다. 섬이라 물이 귀하고 어부말고 팬션하는 사람들만 살고 있어서 해산물이 더 귀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CJ 대기업에서 섬의 97프로를 소유하고 나머지 땅을 소유한 팬션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것이라니 어부는 살지 않는 모양이다.

마을 앞 바다는 물이 빠져도 모래사변이 끝없이 펼쳐졌고 갯벌이 없어서 그런지 바다 색이 동해안 처럼 맑고 푸르렀다. 마을 주민들이 시간을 정해 하루에 한번씩 가가호호 한 사람씩 나와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고 청소를 한다고 한다.  반면에 마을과 떨어진 목기미해변은 해양쓰레기가 나뒹굴고 있어서 눈쌀이 찌푸러졌다. 플라스킥 물병들과 어부들의 생존 쓰레기들이 해안가에 몰려와 나뒹글고, 파도와 시간에 부숴진 플라스틱  부스러기들이 여기저기 있어서 안타까웠지 싶다. 

냉동 삼겹살을 저녁으로 먹고(여기까지 와서 냉동 삼겹살로 저녁을 먹게될 지 몰랐다.)석양을 보기위해 개머리 언덕 대신에 송전소(?) 탑이 있는 팬션 뒷산에 오르기로 하였다. 석양을 보기에 적당한 '개머리 언덕'의 진입로가 초입 부분이 가파르고 험난하기도 하고, 해가 지고 난 후 내려오는 길에서의 안전사고가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석양도 보고 개머미 언덕도 멀리서 바라볼 수도 있고 멀리 선단여도 감상할 수 있었다. 

구름이 한점 없는 맑은 날이라 석양은 그냥그냥했다. 하지만 젊은 학생들로 보이는 무리들이 카메라를 끄지 않고 촬영하는 모습에 호기심을 갖고 지는 해를  다시 한번 새롭게 바라보았다. 웬걸, 태양이 일자로 떨어지는 것 아닌가. 산위에서 바라보면 그리되는 것인가? 해가 지는 반대편으론 달이 떠있는  핑크색 파스텔톤 하늘을 뒤로 하고 있는 선단여의 모습 또한 새로운 발견이었다.  흡족한 저녁이었다. 그래, 이만하면 난 행복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만 밤하늘의 별들을 보는 것을 깜빡하고 말았다.어떻게?  긴 하루끝에 그만 샤워하고 잠이 들고 말았던 것이다.

 밤은 정말 추었다. 제습기를 환풍기로 착각하고 세게 틀고 잠을 청했던 일은 두고 두고 잊지 못할 웃픈 이야기가 될 것 같다. 보일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알랑가 모르겠다. 하, 과학의 기술이 발전하여 제습기를 냉온이 나오는 것으로 착각해서 생긴 일이다.  보일러 사용법과 제습기 사용법을 방에 붙였으면 좋으련만...헐 입안에 습기가 빠져나갔을 것을 생각하니 끔찍스럽다. 

다음날 점심 시간에 출발하는 배시간을 고려해서 얼른 이른 아침을 먹고 꽃사슴이 뛰어논다는 '개머리 언덕'을 다녀오기로 했다. 자본주의 원리가 적용되었던 아침 식사 시간도 인상적이었다.  은근히 배시간을 고려해 아침과 점심의 중간 시간을 권하기에 배꼽 시계가 가리키는 이른 시간을 주장하지 못하고 있었던 터에,  인원이 많은 님들의 아침식사 시간에 맞춰 아침을 일찍 먹게 되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개머리 언덕은 멀리서 볼 때가 더 멋있었던 것 같다. 막상 오르고 보니 그냥 나무가 없는 언덕 느낌은 아무래도 너무 기대한 탓이 아닐까 했다. 그리고 그 유명한 사슴 무리들을 두 팀이나 보게 되었다. 아기 사슴들을 보살피는 엄마 사슴들의 민감성을 고려해 가까이 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미국에서 학교 숲속에서 발생하는 인간과 사슴 충돌 사고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아주 위험한 것이 사슴의 모성애이다. 9월이면 개머리 언덕 능선을 따라 흔들리는 은빛 억새(수크렁)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벌써 9월 주말은 산악인들이 다 예약을 해버렸다고 한다. 할 수 없이 가을 어느 평일에 시간을 내어서 와야 할 것 같다.  

개머리 언덕을 내려와 해안가에 위치한 '다있소 마트'에서 커피 한잔을 마셨는데 이것 또한 멋진 맛이었다. 아름다운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 그리고 파도소리와 섞인 카페음악~~~바다 멍~~~~~~~~



다음엔 바람막이 옷을 더 보수적으로 두껍게 챙겨올 것을 다짐하며 선착장으로 향했다. 얼른 2층 선실에 자리를 잡고 비스켓과 두유를 먹으며 책을 읽었다. 그리고 여객터미날 건너편 연안부두 회센타에 들려 '회'를 떠서 집으로 돌아왔다.  


Wednesday, May 27, 2026

괜찮아^^

  요즈음 나는 짭짜롭고 바삭거리는 비스켓에 중독된 것 같다. 느닷없는 나의 행동에 당황스럽다. 소중한 몸에 단순탄수화물을 집어넣은 미안함에 얼른 무가당 아몬드유를 마시고 본다. 아침을 먹은 후 집안 일을 쉴새없이 하다보니 피곤했던 모양이다. 

창문을 열고 청소기를 돌리고, 양배추 당근 샐러드 준비를 하였고, 대파를 썰어 냉동실에 넣었고, 하얀 옷을 손빨래를 하였고......그리고 미리 밖으로 나갈 오늘의 출근복을 챙겼다. 위대한 님들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골라 시그니처를 만들고, 옷 고르는 시간을 아껴 큰 일을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매일 다른 옷을 코디하여 챙겨 입고 나가려면 나의 의욕이 잠깐 머뭇거려지기도 하는 것 같다. (난 큰일 하는 사람이 아냐! 괜찮아^^)

그날 그날 시간과 장소에 맞는 옷을 고르는 것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한 일은 틀림없어 보인다. 소중한 시간과 정열을 낭비하고 있다는 새로운 시각으로 인해 살짝 자괴감(?)이들긴 했지만 나는 밖으로 나가 큰 일을 하는 위대한 사람이 아니니 그냥 즐기기로 한다. 장마 때도 아닌데 날씨가 온통 흐리고 급급하다. 비가 오면 기온이 떨어져야 하는데 이상하게 급급하다. 색을 빼고 흰 색과 검은 색으로 오늘의 출근 코디를 마쳤다. 너무 감정적이지 않는 담백한 하루를 꾸려 보는 것이다. 

이틀 섬여행을 가야해서 여행가방을  다시 점검하며 챙겨보았다. 지난 주말에 모기가 발목을 물어 놓을 것을 참고하여 벌레기피제를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며칠 날이 흐리고 비가 내려 날씨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일기예보대로 내일은 화창하다니 기분이 벌써 좋다. 오랜만에 배를 타고 간다고 생각하니 배멀미 걱정도 되면서 살짝 흥분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Tuesday, May 26, 2026

뒤늦은 깨달음

 


저어 저어~~

 

바닷가에서 책을 읽고 저녁노을을 즐기기 위해선 편하게 드러누울 수 있는 텐트와 매트 그리고 접이식 의자를 구입했다.  살림살이를 줄이고 미니멀적으로 살기로 했는데, 점점 살림살이가 늘어나는 것은 좀 '짐스러운' 감을 주긴 하지만 여름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으로 괜찮다 싶다. 

바닷가 주차장이 넉넉하지 않기에 진입로는 막힌 갑갑증과 불편감을 주는 것 같다. 마침내 주차를 하고 차 트렁크에서 짐짐을 꺼내어 어깨에 들쳐메고 끙끙거리며 옮기다보니  남들의 튼튼한 카트가 눈에 들어오고 만다. 이제 나이도 충분히 먹고했으니 바퀴의 힘을 이용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자외선 차단이 되고 비도 막아주는 그늘막은 고민끝에 구입하지 않기로 했고, 그늘도 막고 바람도 시원하게 통과하는 파라솔도 구입하지 않기로 했지만, 카트는 대안이 없다. 간소하게 살고 싶었는데, 짐을 늘리고 싶지 않았는데 튼튼한 바퀴달린 카트를 구입하고 말았다. 남들이 써놓은 댓글도 참고하여 슬기롭게 적당한 카트를 선택하고 나니 남들의 더 튼튼한 바퀴달린 카트가 눈에 들어오고 만다. (그만그만^^)

바다가 저만차 물러난 갯벌은 상처투성이이다.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조개를 캐려고 열심히 여기저기 사정없이 긁어놓은 흔적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는 모습이 보기엔 그리 썩 좋지 않았다. 갯벌을 여기저기 긇어서 얻었을 기쁨과 행복감을 생각하기로 했다. 갯벌을 맨발로 걷자니 더 더워진 탓인지 차갑지는 않았다.

얕은 바닷가 근처 갯벌을 걷다가,  주걱 모양의  둥글고 납작한 긴 부리를 가진  '저어새(spoonbill)'가 물속에 부리를 넣고 좌우로 저으며 먹이를 찾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부리를 좌우로 흔드는 모습이 참으로 특이했다. (세계 약 6천여 마리 밖에 납지 않은 우리나라 천연 기념물 제 205호라고 한다.)

 물가에서 부리를 이리저리 젓는 저어새 뒤로 저녁노을이 붉게 내려앉았다. 구름이 있는 날이면 더 드라마틱하고 멋있을 것 같은데 노을이 심심하다. 하긴 구름이 석양을 가린 경우도 있었음을 기억하자면, 지금 말간 노을에 감사할 뿐이다. 

안녕

 '안녕이라 그랬어'(김애란)란 책은 '스마트 폰의 즉각적이고 다양하고 자극적인 마력을 이겨낼 수 있는 '힘'있는 책이다.   누군가 좋다고 해서 책을 구입하고 끝까지 못 읽고 쌓아두는 책들이 있는 것을 생각하면, 스마트 폰과 넷플릭스에 현혹되지 않고  모처럼 다 읽어낸 책이다. 

작가님의 다른 저서들로 '이 중 하나는 거짓말', '바깥은 여름'이란 책 제목이 인상 깊다. 바깥은 여름이지만 한 겨울 같아서 책 나부랭이를 읽을 여유도 없던  그런 시간을 보내던 시절에 만났던 그 책 제목이 '바깥은 여름'이란 책 제목을 보고도 위로(?)를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바야흐로 겨울같은 삭막한(?) 시간도 지나고, 지금 여기에 있는 건강해진 내가 '바깥은 여름'의 작가님의 책을 읽게 되다니 감사하다. 

일곱개의 단편 이야기(홈 파티, 숲속 작은 집, 좋은 이웃, 이물감, 레몬케이크, 안녕이라 그랬어, 빗방울처럼)를 묶어 만든 책으로, 각각의 단편들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지금의 주름진 나이를 생각하면 어쩌면 짧은 이야기가 더 와닷는 것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특히 스마트 폰 때문데 인내력과 지구력이 딸리고 있는 실정을 떠올리자면 책이 분명 끌어당기는 에너지가 대단하다 하겠다. 

'이런 작가님이 있구나'하는 감동과 문체도 깔끔하고 어휘도 신선했지 싶다. 단어와 문장들이 튕겨나가지 않고 뇌 속에 알알이 박히는 것을 느꼈다. 소설책은 읽지 않으려고 했는데,  계속 작가님의 책을 다 구입해서 읽어보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책읽기에 대한 마중물이 되었는지 이책저책 읽고 싶은 책 리스트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번 여름엔 적당한 날이면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드러누워 좋은 책들을 읽을 생각이다. 일주일에 한 권의 책을 읽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조금 두근거리는 것 같기도 하다. 아침을 일어나기 전에 침대 맡의 책을 조금씩 읽기로 약속을 하였지만 오늘도 난 스마트 폰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책을 들기를 미그적거렸다. 천천히 음미하며 꼭꼭 씹어서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 '안녕이라 그랬어'이다. 


Tuesday, May 19, 2026

맥락

'맥락'이라는 주제로한 예술 전시회에 작품을 낸 적이 있었다. 앞뒤 맥락을 고려하면, 좋은 의도로 행한 다정한(?) 행동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었겠다.  상대가 받아들인 감정과 나의 의도와의 '맥락'의  간극을 알아차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군가의 고유한 마음을 다 헤아리며 알 수 없으니까. 먼저 물어보고 행하기엔 좀 그런 상황이란 것이 있지 않은가. 사람을 초라하고 작아지게 만들만한 행동이었을까 자문해 본다.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를 때도 있느데 어찌 타인의 마음을 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모처럼 착한 마음으로 신경을 쓴다고 썼는데, 좀 속상하긴 하지만 할 수 없다. 

Monday, May 18, 2026

something like happiness 2026

 


Sunday, May 17, 2026

따뜻하고 든든한 너

 새로운 즐거움 하나를 이제서야 알게되었다. 따뜻하고 말랑거리며 든든한 땅을 맨발로 한참이나 걸을 수 있었던 시간은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큰 맘 먹고 구입해서 겨우 두 번 사용한 텐트와 접이형 간이 의자, 그리고 돗자리도 생각이 났다. 게다가 5월이지만 여름날이고 벌써 에어컨과 선풍기를 틀 순 없지 않는가. 장마가 시작하는 급급한 6월이 오기 전에 밖으로 나가 5월의 날들을 즐기고 볼 일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한 바닷가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텐트를 치고 있었다. 바다가 저 멀리 물러가 있어서 바닷가에 모인 행복한 사람들의 소리만 난다. 물이 빠진 거무죽죽한 갯벌에 사람들이 옹기 종기 흩어져 각자가 부지런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바다의 물결이 물러나고 드러낸 속살을 긁고 긁어  바다가 키워내는 것들을 캐내며 함께 추억을 만드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른 점심으로 흡입한 음식을 소화시키기 위해서라도 기꺼이 갯벌을 걸어야 했다. 그런데 이것이 무엇인가. 전혀 축축하고 질떡거리지 않는 바다의 땅 아닌가. 따뜻하고 부드럽게 든든한 갯벌은 빨래판 같은 물결의 흔적을 지니고 있었다.  이른 점심으로 먹은 음식을 소화기키기 참으로 적당하다.  여름같은 오월의 햇살이 데운 탓일까, 따뜻하고 적당히 촉촉한 땅을 맨발로 걷고 있자니 '행복하다'라는 인정하기 어려운 단어가 저절로 새어 나오고 만다. 

동해안 푸른 바다는 바라보기 좋지만 바다가 속살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서해안 바다는 찬란하진 않지만 기꺼이 속살을 허락한다는 것이다. 엎드려 진회색 갯벌을 긁고 긁어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뭐가 나오긴 할까  살짝 의심했다, 조개가 제법 들어있는 그물 망태기를 보기 전까진.  바다가 그렇게 많이 육지로부터 밀려나는 것을 몰랐다. 한참이나 드넓은 갯벌을 걸었다. 그리고 물이 급하게 차오르게 있다는 방송이 멀리서 들려왔다. 물이 다시 들어오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텐트가 있는 육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천천히 천천히 속살을 덮어버리는 바다~~~

이제 작고 귀여운 텐트에 들어가 드러누워 잠이 오면 잠을 자고 책을 읽으면 되는 것이다. 텐트 주변의 대부분 어린 아이들을 동반한 어린 부모들의 잔소리들이 신경이 쓰였지만 어쩌겄는가. 시간이 지나자 바다가 가까이에 도착해 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철썩철썩이 아니고 무지막지한 무거운 물의 소리. 

맛집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와 아름다운 석양을 마중나가기로 했다. 하늘이 붉게 물드는 시간의 바다는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뜨거운 태양이 내려앉은 탓인지 빨리 걸으며 자체발열을 하고 싶을 정도로 갯벌은 생각보다 차가웠다. 하지만 붉게 물드는 석양을 보면서 든든한 바다의 땅을 걷는 기쁨을 계속 맛보고 싶다는 결심을 하고 말았다. 

태양이 어둠 속으로 떨어지고, 수레 끄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갯벌로 내려왔다. 가슴 장화를 신고 해드 랜턴을 끼고서 습득물을 담을 카트를 끌고 오는 소리에 저절로 쳐다보게 되었다. 야간 해루질을 하는 사람들이다. 주로 밤에 얕은 바다나 갯벌에서 맨손이나 간단한 도구로 조개나 굴 등 어패류를 잡는 것을 해루질이라고 한다고 한다. 갯벌에 엎드려 조개를 캘 정도의 튼튼한 허리가 아닌 사실을 인정하기로 한다. 젊은 시간에 누렸어야 할 즐거움으로 여겨버린다. (그렇지만 부럽다~~~) 

지금 여기의 난, 따뜻하고 든든한 너를 맨발로 걸었던 것으로 충분히 충분히 족하다! 




Thursday, May 14, 2026

푸른 5월의 어느 여름 날

문득 내가 살고 있는 우리 동네가 참 살기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해가 붉게 물드는 드넓은 하늘을 위로 하고,  붉은 흙 운동장에서 슬로우 조깅을 하는 즐거움은 예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뜻밖의 선물같은 것이기도 하다. 동네 구청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한 흔적은 공원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다. 길바닥에 깔아놓은 매트가 너덜너덜거릴 때까지 교체를 못하고, 스타일이 다른 벤치들이 생각없이 배치되어 있고, 울긋불긋한 꽃들이 심어질 자리에 잡초만 무성한 터들이 있는......관리의 손길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 나름 소박한 맛이 있는 공원임에도 이상하게 감사하기까지 하다. ㅋ 이제 비교하며 울퉁불퉁했던 불만이 수그러들고, 점차 너덜거리는 길도 적응이 되어 그런대로 편안하기까지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우리 동네엔 가성비 좋으면서 품질도 좋은 양말을 파는 노점상이 목요일이면 좌판을 연다. 동네에서 가장 큰 마켓 근처 길목에 좌판을 열고 각종 다양한 양말을 펼쳐 놓고 손님을 기다리신다. 길을 오가는 사람들의 통행과 비싼 월세를 내고 장사하는 사람들의 불편감으로 인해 신고가 들어가지 않고 오랫동안 좌판을 열 수 있는 이유가 살짝 궁금하긴 하다. 아마도 나라를 구하려고 애쓴 독립운동가의 자손이지 않을까? 

불법이겠지만 법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갑자기 여름이 된 5월의 햇살은 뜨거워 그늘이 필요하다. 박스로 양말들을 덮어놓고 양말의 맛을 알고 찾아오는 단골 손님을 기다리는 양말 아저씨가 분명 어딘가에 계실텐데 보이질 않는다. 근처 갑작스럽게 뜨거운 햇살을 피할 수 있는 적당한 거리의  작은 그늘에 피신을 하여 양말들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분명 양말 아저씨 맞다. '저, 양말 주세요~~~' 양말들이 들어간 검은 비닐봉지의 커다란 입을 꼭 야무지게 묶어본다. 바로 옆 큰 마켓에 함께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먹거리를 구입해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아카시아 향기 진한 한 여름 푸른 5월이다. 다행히 아직 습기가 강하지 않아서 견딜만하다. 모든 것이 하, 수상한 시절이다. 전쟁의 끝은 종잡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날씨님 또한 종 잡을 수 없는 수상한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