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멍~~~
'굴업도'는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 탓으로 독자적인 생태계가 유지되어 있어서 '한국의 갈라파고스'라고 불린다고 한다. 사람이 엎드려 있는 형상에서 유래된 '굴업도'란 섬이름은 좀 낯설었고 입에 잘 붙지 않았다. 낯선만큼 사람의 때가 덜 묻었으리란 기대가 생겼고, 무엇보다 푸른 개머리 언덕에서 야생 꽃사슴이 모여있는 모습과 아름다운 저녁노을과 밤하늘의 별들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모처럼 마음이 깨어 설레었다.
하루에 한번 배가 오가기에 최소한 1박2일의 일정을 잡아야 했다. 주말엔 예약이 꽉 차 있어서 평일을 끼고 배와 팬션 예약을 할 수 밖에 없었기도 하다. 승선하기 전 미리 도착한 인천연안부두엔 산악인 복장의 사람들이 가득차 있었다. 짝홀수날의 선택에 따라 이동시간이 다르는 고로, 홀수날이라 여러 작은 섬( 문갑도, 지도, 울도 백아도)을 경유해야 했었다.
갑갑한 2층 선실에 들어가지 않고 태극기가 흩날리는 맨 꼭대기층에서 시원한 바다바람을 맞으며 가지고 간 견과류에 맥주 한 캔을 마시는 기쁨은 기억할 만하다. 사진도 찍고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도 바라보고 하면서 나름 즐겼지만 바닷바람은 점점 차가워졌고 옷을 잘못 골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모두들 긴바지 긴팔 바람막이 옷을 든든하게 입지 않았는가. 가지고 있는 옷을 레이어링하고 목도리를 하고 했지만 바다바람을 견딜 수 없었다. 그만 겸손하게 따뜻한 2층 선실로 들어가 책을 읽기로 했다. 일찍 집에서 나온 사람들이 배소음에 상관않고 대부분 잠을 청하고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는 옅은 해무가 신비스럽게 끼여 있었다. 흐릿하게 보이는 풍경이 자아내는 신비스러운 반추상화를 보는 것은 기쁨이었지 싶다.
책을 보다 눈이 피곤해져 다시 선실 밖으로 나와 바다 경치를 구경했다. 특히 백아도와 굴업도 사이 바다 위에 바위 3개가 치솟아 있는 모습은 기대하지 않았던 것으로 특별한 인상을 남겼다. 바다위의 스톤헨지? 바다 한 가운데 보이는 세 개의 돌기둥이 바로 '선단여'라는 이름을 가진 바위섬이다. 멀리서 보거나 방향에 따라 1~2개로 보이지만, 오빠바위, 누이바위, 마귀할멈바위로 불리는 3개의 바위기둥으로 이루어진 '선단여'이다.
옛날 마귀할멈의 악행으로 어린 자매가 헤어졌다 성인이 되어 만난 그들은 자매라는 사실을 모르고 사랑하게 되었다. 결국 하늘이 근친상간의 비도덕에 노하여 벼락을 내려 남매와 마귀할멈이 죽였고 이 광경을 본 선녀들이 붉은 눈물을 흘렸다는 유래를 가진 선단여의 풍경은 기대하지 않은 맛으로 가장 인상적이었지 싶다.
마침내 굴업도 섬에 도착하자 선착장에 트럭 몇대와 봉고차가 눈에 보였다. 트럭에 올라타는 사람들의 풍경이 웃기기도 하면서 인상적이었다. 이 또한 예상하지 못했던 여행의 웃긴 맛이었다. 이곳에서 팬션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다 친척이다고 한다. 예약한 팬션 사장님이 픽업을 나오지 않고 이웃 친척집 팬션의 봉고차 빈 자리에 얻어타고 팬션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늦은 점심을 먹었다. 바닷가라 해산물이 풍부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쌀밥에 고등어 구이와 반찬 몇가지가 나오는 백반을 먹었다. 이른 아침을 챙겨먹고 나간 탓에 최고인 반찬인 배고픔으로 과 고소하고 부드러운 흰 쌀밥을 먹으니 그런대로 맛있었다. 섬이라 물이 귀하고 어부말고 팬션하는 사람들만 살고 있어서 해산물이 더 귀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CJ 대기업에서 섬의 97프로를 소유하고 나머지 땅을 소유한 팬션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것이라니 어부는 살지 않는 모양이다.
마을 앞 바다는 물이 빠져도 모래사변이 끝없이 펼쳐졌고 갯벌이 없어서 그런지 바다 색이 동해안 처럼 맑고 푸르렀다. 마을 주민들이 시간을 정해 하루에 한번씩 가가호호 한 사람씩 나와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고 청소를 한다고 한다. 반면에 마을과 떨어진 목기미해변은 해양쓰레기가 나뒹굴고 있어서 눈쌀이 찌푸러졌다. 플라스킥 물병들과 어부들의 생존 쓰레기들이 해안가에 몰려와 나뒹글고, 파도와 시간에 부숴진 플라스틱 부스러기들이 여기저기 있어서 안타까웠지 싶다.
냉동 삼겹살을 저녁으로 먹고(여기까지 와서 냉동 삼겹살로 저녁을 먹게될 지 몰랐다.)석양을 보기위해 개머리 언덕 대신에 송전소(?) 탑이 있는 팬션 뒷산에 오르기로 하였다. 석양을 보기에 적당한 '개머리 언덕'의 진입로가 초입 부분이 가파르고 험난하기도 하고, 해가 지고 난 후 내려오는 길에서의 안전사고가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석양도 보고 개머미 언덕도 멀리서 바라볼 수도 있고 멀리 선단여도 감상할 수 있었다.
구름이 한점 없는 맑은 날이라 석양은 그냥그냥했다. 하지만 젊은 학생들로 보이는 무리들이 카메라를 끄지 않고 촬영하는 모습에 호기심을 갖고 지는 해를 다시 한번 새롭게 바라보았다. 웬걸, 태양이 일자로 떨어지는 것 아닌가. 산위에서 바라보면 그리되는 것인가? 해가 지는 반대편으론 달이 떠있는 핑크색 파스텔톤 하늘을 뒤로 하고 있는 선단여의 모습 또한 새로운 발견이었다. 흡족한 저녁이었다. 그래, 이만하면 난 행복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만 밤하늘의 별들을 보는 것을 깜빡하고 말았다.어떻게? 긴 하루끝에 그만 샤워하고 잠이 들고 말았던 것이다.
밤은 정말 추었다. 제습기를 환풍기로 착각하고 세게 틀고 잠을 청했던 일은 두고 두고 잊지 못할 웃픈 이야기가 될 것 같다. 보일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알랑가 모르겠다. 하, 과학의 기술이 발전하여 제습기를 냉온이 나오는 것으로 착각해서 생긴 일이다. 보일러 사용법과 제습기 사용법을 방에 붙였으면 좋으련만...헐 입안에 습기가 빠져나갔을 것을 생각하니 끔찍스럽다.
다음날 점심 시간에 출발하는 배시간을 고려해서 얼른 이른 아침을 먹고 꽃사슴이 뛰어논다는 '개머리 언덕'을 다녀오기로 했다. 자본주의 원리가 적용되었던 아침 식사 시간도 인상적이었다. 은근히 배시간을 고려해 아침과 점심의 중간 시간을 권하기에 배꼽 시계가 가리키는 이른 시간을 주장하지 못하고 있었던 터에, 인원이 많은 님들의 아침식사 시간에 맞춰 아침을 일찍 먹게 되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개머리 언덕은 멀리서 볼 때가 더 멋있었던 것 같다. 막상 오르고 보니 그냥 나무가 없는 언덕 느낌은 아무래도 너무 기대한 탓이 아닐까 했다. 그리고 그 유명한 사슴 무리들을 두 팀이나 보게 되었다. 아기 사슴들을 보살피는 엄마 사슴들의 민감성을 고려해 가까이 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미국에서 학교 숲속에서 발생하는 인간과 사슴 충돌 사고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아주 위험한 것이 사슴의 모성애이다. 9월이면 개머리 언덕 능선을 따라 흔들리는 은빛 억새(수크렁)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벌써 9월 주말은 산악인들이 다 예약을 해버렸다고 한다. 할 수 없이 가을 어느 평일에 시간을 내어서 와야 할 것 같다.
개머리 언덕을 내려와 해안가에 위치한 '다있소 마트'에서 커피 한잔을 마셨는데 이것 또한 멋진 맛이었다. 아름다운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 그리고 파도소리와 섞인 카페음악~~~바다 멍~~~~~~~~
다음엔 바람막이 옷을 더 보수적으로 두껍게 챙겨올 것을 다짐하며 선착장으로 향했다. 얼른 2층 선실에 자리를 잡고 비스켓과 두유를 먹으며 책을 읽었다. 그리고 여객터미날 건너편 연안부두 회센타에 들려 '회'를 떠서 집으로 돌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