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March 12, 2026

생활의 발견

가지고 있는 허리띠를 버리기엔 너무 아깝고, 허리띠에 구멍을 뚫어주는 곳을 찾아야 했다. 앞서 체중이 줄고 있다라는 사실에 약간의 경각심이 발동하긴 했다. 오랫동안 삶을 '하체비만'으로 살아온 터라 바지의 허리 사이즈가 점점 줄어드는 지금의 상황이 당황스럽긴 하다. 아마도 '나이가 들어서'라는 말이 여기에도 쓰일 것이다. 

 '근육녀'라는 자부심으로 살았던 적이 있었따. 여기 지금의 나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지 않고 있기에 더 이상 나에게 해당이 되지 않는 단어가 되고 말았다.  틈틈이 근육의 필요성을 깨달아 마음과 몸의 근육을 늘리려고 신경은 쓰고 있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생활 속에서 근육을 지켜내는 법으로 계단 오르기와 스쿼트가 접근이 쉬운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늘 큰 맘을 먹어야 실현 가능하다.

어쨋든, 허리가 줄어든 것은 괄목상대할 일이다. 연골도 나이가 들어 닳아지고 있을 것을 고려하면 체중을 가볍게 하는 것도 유리할 수 있다는 점에선 좋은 면도 있다. 다만, 지방을 더 줄이고 근육을 더 늘려야 하는 것은 명심하기로 한다. 오늘 내 몸의 근육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고? 고작 동네 마트에 걸어서 장 보러  다녀온 것 밖에 없네, 하긴 짐이 많아 계단을 오를 수 없었다!오랜만에 친구와 수다를 떨면서 마음의 근육을 이완시키기도 했다.

 동네 허름한 상가를 찾아가, 가방 수선 하는 곳에서 허리띠를 수선해야 할 사명이 내게 있었다.  상권이 죽어 병원 말고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어디 이곳 뿐이겠는가, 여기 저기서 전쟁이 나서 기름 값이 오르고 먹거리 값도 튀어 오르고 모든 것이 오르고 있는 마당에......

구멍 4개에 '5천원'이라니! 요즘 돈의 가치를 생각하니 놀랄 일도 아니다. 아직도 허리띠에 구멍을 내주는 곳이 집 가까이 있는 것에 감사했다. 나선 김에 여기저기 상가를 구경하다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귀여운 모자를 뜨고 있는 알록달록한  '뜨개질 방'을 발견하였다.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 중에 하나가 뜨개질을 배우는 것이다. 실과 바늘로 뭔가를 만들고 있으면 성취감도 생기고, 나이들어 쉽게 생기는 우울감이 치료되고,  단순한 손동작을 반복하는 가운데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앗, 이제야 발견하다니!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구나, 지금은 밖으로 나갈 봄인데...어쩌지ㅠ'

동네 뜨개질방은 오후에 문을 연다고 하니 지금 나의 사정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뜨개질을 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할 수 없다, 한가한 시간이 주워지는 겨울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추운 겨울이 오면 한 달 동안 꼭 배워서 내게 어울리는 모자와 작은 가방을 손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다. 대단한 일이다,뭔가 새롭게 배우고 싶어하는 자신의 모습은.


Wednesday, March 11, 2026

오늘이 제일 젊다

 지난 밤은 뇌가 각성을 하여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길에서 아이보리 색 바지를 잘 입은 여인들을 보게 되었는데, 고개를 돌려 뒷모습까지 훔쳐보았다. 개인적으로 밝은 색 바지를 잘 입지 않는 편이라, 매칭하기 어려워 보이는 아이보리 색 바지를 잘 코디한 고급진 모습에 반했지 싶다.

갑자기 옷에 대한 '영감'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뇌의 각성을 멈추지 아니하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졸음이 밀려오는 저녁시간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농 안에 깊숙이 박혀있는 겨울 바지를 찾아 밖으로 꺼내놓고 말았다. '자, 이제는 잠을 잘 시간이야'하고 최면을 걸어도, 뇌는 쉽게 잠들지 않고 가지고 있는 옷들을 총동원해서 매칭을 하기 바쁘다. 이러다 잠을 못 잘것 같다는 불안함이 들었고 예상은 적중했다. 

예술작품을 할 땐 각성하는 뇌의 활동이 좋았는데, 지금 여기에 있는 나는 피곤하다!

단지 내일 입고 갈 옷을 매칭하느라 잠을 못이루는 자신이 조금은 걱정스럽고 한심스럽기도 했다. 결국 나름의 솔루션을 찾아내어 메모까지 해놓고 잠이 살짝 들었나 보다. 그리고 다시 깨어서는 처리해야 할 오래묵은 젊은 옷들이 계속 생각나기 시작했다. 

날이 밝자, 전날 세웠던 야무진 계획들을 몸의 컨디션에 맞게 바꿀 수 밖에 없었다. 오래되고 입지 않은 젊은 옷들을 비워야겠다는 생각도 잠을 청하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로 서둘러 처리하고 싶었지만,  난 지금 너무 피곤하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또 미루게 되었다. (ㅋ 난 잘 못버리는 사람 맞다!)

바지를 수선하러 동네 수선집에 갔더니,  여사장님께서 느닷없이 전공을 물어보신다. 이유는 너무 멋져보이셔서 궁금증이 생기더란다.ㅋ 염색하지 않은 자연스런 머리카락도 그렇고 스타일이 멋지시다며 칭찬을 하시기에 오랜만에 마음이 춤을 추었나보다. 

지금 누리는 멋짐도 순식간에 지나가고 더 주름진 시간이 진행형으로 슬금슬금 오고있는 것을 생각하면 두렵기도 하지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즐기기로 한다. 오늘이 제일 젊다~~~


Tuesday, March 10, 2026

벌써 11시

 오전 내내 집안 일을 하였다. 분주하다보니 브로컬리를 맛있게 삶아낼 수 있는 시간을 그만 놓쳐 그만 부들부들 흐늘거리는 오버쿡킹 당한 브로컬리를 얻고 말았다. 잡곡밥을 하여 소분하고, 동네 마트 세일에서 구입해 온 오이를 얇게 채썰어 놓고, 사과의 껍질을 먹을 수 있도록 깨끗이 씻어놓고, 고구마를 생으로 먹을 수 있게 채 썰어놓고......건강한 먹거리를 섭취하기 위해선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여행 후 여독이 이제 제법 풀린 것 같다. 하루하루를 버티게 하는 일상의 소중함을 알 것 같다. 

벌써 11시!  오전에도 일을 하나 구해 해볼까 했던 생각을 내려놓은 것은 현명한 결정이었던 것 같다.  지난 밤은 쉽게 잠들지 못했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홈쇼핑에 중독된 자신 스스로를 용서하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할 수 없이 침실에서 벗어나 거실 쇼파에 앉아  저질러놓은 것들을 되돌려 놓고서야 잠을 청할 수 있었다.

홈 쇼핑 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무슨 마술이라도 걸긴 것처럼 멋진 상상을 하고만다. 얼른 그 순간을 벗어나면 그닥 필요하지도 않는 것인데 말이다. (내가 요즘 봄을 타는 것일까?)

하여튼 '쇼핑정지'라는 말을 캘린더에 적어 놓았음에도, 오늘 아침에도 커피를 홀짝거리며 습관처럼 홈쇼핑 방송을 보고 있는 자신을 보았다. 일부러 발품을 팔아 백화점에 나가지 않는 요즈음의 생활을 고려하면 그럴만도 하다. 그리고 체형이 변한 지금 여기에 있는 나는 몇 십년 된 옷들을 정리하고 새롭게 우아하고 단아한 노년의 옷으로 구입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한참이나 뿌리치지 못하고 미적거리다가 겨우 리모컨을 들고 홈쇼핑 방송을 꺼버렸다. 

스마트 폰에서 '80년대 팝송'을 찾아 들으면서 집안 일을 하기로 했다. '하, 마음이 평화롭다.' 그 풋풋했던 푸른 시절로 돌아가니 젊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고등학교과 대학시절 그리고 결혼하였던 80년대! 'speaking words of wisdom, let it be~~~' 그래, 그 때도 좋았지만 지금은 더 좋아~~~ 흘러간 것은 흘러간 대로~~~그런 의미가 있어~~~

Monday, March 09, 2026

봄이구나!

 신문을 읽지 못해 구문으로 사흘이나 밀려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부담스러움이다. '이번 기회에 신문을 끊자'고 말하고 말았다. 한국에 돌아와 적응 차원에서 지금껏 쭈욱 장기 구독자가 되었었는데, 그닥 읽을 거리도 별로 없는 지금의 신문은 없어도 그만일 것 같은 존재의 가벼움을 느끼게 한다. 

이 알뜰한 생각이 '뭔가 아쉬운 느낌'을 동반하는 것은 아마도 오래된 습관때문일까. 나머저 신문을 포기한 것인가. 남들처럼 스마트폰으로 이리저리 세상 돌아가는 것쯤은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너튜브는 유용하고 인공지능도 날로 발달해 가는 지금 아날로그 신문을 그만 놓아야 할 때인가. 그나저나 날마다 최소한의  성실한 읽을거리가 되어줬던 소중한 아날로그적인 것 하나를 놓아 이별하는 느낌을 모른 척 하고 본다.

꽃샘 추위가 매서워 두껍게 옷을 겹겹이 챙겨입고 동네 치과에 다녀오는 길에 길거리 사람들을 보았다. 나이든 사람들은 한결같이 초록색, 분홍색 등등의 얇은 봄 같은 스카프를 두르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지 싶다. 나선 김에 동네 알뜰장에 들러, 바다가 들어있는 싱싱한 곰취와 푸른 브로컬리를 구입해 들어왔다. 여러 봄채소들이 나와있는 것을 보면서 '봄이구나!'했다. 사실 코다리찜 요리를 하려고 일부러 찾아 갔던 길이었는데 생선을 파는 부부는 장을 열지 않았다. 단백질 식단은 코다리 대신 시장 두부로 대체해야 할 모양이다. 커다란 시장 두부는 이상하게 대형 공장에서 나온 여린 두부와 달리 고소한 맛이 더 난다, 신기하다.

어제 오후, 나의 학생중의 한 명이 영어 단어 노트를 꺼내어 나름의 공부를 하며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랬던 일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길에서도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은 너무 위험천만한 행동이기에  칭찬할 일이 절대 아니었다.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될 것인지 한참이나 잔소리를 하였다. 다시 한번 학습 방법에 대한 재고려를 해야 할 시점이 지금인 모양이다. 난 이른 잠이 깨면, 열심을 내는 나의 수줍은 학생을 생각한다. (어떻게 도와줘야 하지?)

중고 물품을 판매하는 과정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다. 구입의사를 밝혀놓고 바쁜 직장 생활 일정 탓으로 정확한 시간을 정하지 못하겠다며 양해를 구한다며 하루 종일 기다리게 하는 사람은 분명 구매의사가 없는 것이다. 잊었었다!, 별별 인간들이 있다는 것을. 결국 밤이 되어서야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의 의중을 알 것 같았다. 앗, 속았구나, 하루 종일 자신을 기다리게 하는 맛으로 온라인에서 존재감을 느끼는 그런 부류의 인간이 즐기고 있다는 것을. 인간과 인간 사이의 신뢰를 갉아먹는 존재들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당신 같은 사람에겐 안 팔기로 했습니다'라고 차마 말 못하고 '개인 사정상 물건을 걷어들인다'며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인연을 싹뚝 잘랐나 보다. 사용하지 않은 물건을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하진 못했지만, 몰상식한 사람들과 엮이지 않는 사실이 더 가치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난 나 자신을 스스로 구해야 한다!)

내일 하루만 더 겨울 추위를 견디고 나면 따뜻한 봄날이 올 것이란다!!

Sunday, March 08, 2026

때를 아는 것

 원래 계획했던 월요일 아침은 중고 스마트 폰을 처리하고, 동네 마트에 가서 신선한 야채거리를 구입해 오는 것이었는데, 두꺼운 겨울 모자를 오래된 샴푸를 사용해 세탁을 하고, 냉동고에 꽁꽁 얼려진 제육볶음을 꺼내어 김치찌개를 하고, 두부를 굽고 내친김에 사용하지 않은 디지털 체중계를 중고마켓에 내놓았다. 밖으로 나가 장을 보기보다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우선 처리한 셈이다. 오전이 순삭으로 다 가버렸다. 

짐을 비워내야 한다. 오랜만에 중고사이트에 들어갔더니 어리벙벙했지 싶다. 인공지능이 글을 작성하는 것까지 도와주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랬지 싶다. 한번 발동이 걸리니 연달아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을 처리하여 봄의 기운이 순환할 수 있도록 공간의 여유를 만들고 싶어진다. 

창문을 열고 김치찌게를 하고 있자니, 여행지 호텔 부페에서 본 기름진 김치찌게가 생각이 난다. 다들 왜 그리도 기름지게 음식을 하는 것인지 손을 대기가 두려웠다. 여행지의 음식을 맛보는 것이 여행의 맛이라고 생각하는 고로 한국 음식을 일부러 찾아 먹지는 않는 편이다. 여행 후 대략 일주일 가량을 시름시름 배가 불편한 끝에, 지금은 매콤한 힘이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더 이상 참을 인내력이 바닥이 난 것 같기도 하고. 냉장고에 여기저기 남겨진 김치들을 냄비에 붓고 제육볶음을 넣고 마늘과 양파를 넣고 바글바글 끓여놓았더니 입에 침이 고인다. 간만이다, 밥도둑 김치찌게! 냉장고에 공간이 생기니 기분이 좋아진다. 

주말 동안 몸도 좋지 않고 해서, 집에서 재밌게 본 '나이트 오브 세븐 킹덤( Night of Seven Kingdom)'을 재미있게 보았다. '왕좌의 게임'의  프리퀄(prequel)로 등치 크고 순진한 기사 '던컨 경'과 그의 어린 종자인 에이곤 5세 타르가르옌 왕자인 '에그'의 이야기로 새로운 맛이 있는 시즌1이였고, 2027년에 시즌2가 나온다고 한다. 어떻게 기다리지!

너무 재미있게 봤던 탓인지, 연이어 보고 싶었던 '만약에 우리'란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집중을 잘 할 수가 없었다. 그래, 사랑은 영원하지 않아~~~모든 것이 기적이며 마술인 사랑이란 감정은 1년을 넘기기 어렵고, 삶을 지탱하는 현실이 녹록치 않을 때 사랑의 힘은 그리 대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만한 나이가 되서 그런 것인지 주인공들의 사랑과 이별에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 서로가 바로 설 수 없는 상태에선 상처를 줄 수 밖에 없다는 것...떠나야 할 때를 알고 가는 자의 뒷모습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것이다.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이형기, '낙화')란 싯구가 생각이 났다. 


지금은 씨앗을 뿌릴 때~~~

 돌이켜보면, 한국으로 돌아오는 공항 라운지에서 가장 의심스런 마지막 '수박 한 조각'을 먹지 않았어야 했다. 이미 배도 부른 상태였는데도 '먹탐'을 누르지 못하고, 그닥 맛있어 보이지도 않은 음식들을 챙겨먹은 댓가로 다른 여행과 유독 다르게 배탈이 나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마음은 아직 젊어 날마다 몸의 모든 것들이 노후해가는 요인을 중요하게 고려하지 못한 선택이었다. 더 보수적으로 안전한 선택을 했어야 했다. 

배가 슬슬 아프니 신경이 이만저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매일 즐기던 건강한 음식을 먹고 활기찬 생활로 돌아와야 하는데, 제대로 음식도 챙겨먹지 못하니 힘도 없고, 힘이 없으니 운동도 안하게 되고 절대 필요한 근육이 쉽게 쑥쑥 빠져나가기 쉽상이다. 아니나다를까 몸무게가 줄었다. 아뿔싸! 

손가락이 시러운 3월의 봄은 두꺼운 겨울 옷을 집어넣지 못하게 한다. 입춘도 지나고 남쪽 어딘가에는 동백꽃이 붉게 피고 지고 하고 있을 것이고 성질 급한 매화가 꽃 피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긴, 이곳 동네에서 목련의 꽃망울이 은빛 코트를 입고서 꽃을 부풀리고 있는 모습을 보긴 하였다. 

몸이 아프니 나도 모르게 학생에게 짜증을 내고 있는 모습을 자각하고 살짝 놀랬다. 더 기다려주고 참았어야 했다. 공부하는 습관이 그리 쉽게 바뀔 리가 없다! 혹시 '최선'을 다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뒤돌아 본다. 한 발 더 뒤로 물러나 학생이 변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인가 아니면 더 열심히 앞으로 밀고 나가야 할 것인가. '흥미'를 잃지 않도록 신중한 코칭이 필요한 시점이다. 때가 되면 꽃처럼 피어날 것이다. 지금은 씨앗을 뿌릴 때~~~


Wednesday, March 04, 2026

풍요로운 땅

 며칠간 동양의 이탈리아라 불리는 '뿌꾸옥' 여행을 다녀왔다. 한밤중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대략 6시간이나 날아 가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기억하지 못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나이 먹은 것을 느낀다. 천만다행으로 다행히 옆자리가 비어있어서 나름 편하게 갈 수 있었던 점은 감사하고 싶다.

베트남 남서부에 위치한 '뿌꾸옥'은 지끔껏 다녀왔던 베트남의 다른 지역의 바다보다 바다가 푸르고 맑았다. 우리나라 겨울이 이곳에선 비가 내리지 않은 맑은 '건기'에 해당된다고 한다. 하루는 리조트에서 오전엔 온전히 바닷가 산책과 수영장에서 수영하며 휴식을 취하고, 오후엔 선셋타운으로 나가 맛집에서 저녁을 먹고 '키스브릿지'의 석양을 감상하고 '심포니 오브 더 씨'란 쇼를 감상하였다. 하루는 오전엔 리조트에서 수영을 하고 세계 최장 케이블카를 타고 들어간 '혼톰'섬은 정말 더워서, 금지했던 망고빙수와 맥주를 마시고 말았다. 그리고 배탈 나고 더위를 먹는 댓가를 톡톡히 치루었던 점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섬 남부에 위치한 선셋타운은 베트남 '선(SUN)그룹이 조성한 곳으로 이탈리아 지중해 연안 마을의 건축양식을 모티브로 해서 조성한 곳이라고 한다. 파스텔톤의 건물, 좁은 골목길, 노천카페, 유럽식 분수대......선셋타운에서 가장 맛있다는 '깜부딘'에서 '반세오'를 3번 먹었다. 물론 3번째에서 기름진 맛에 물리고 말았지만, 늘상 시켜먹던 '모닝 글로리 볶음'도 너무 기름졌던 것 같다.  배탈로 인해 다른 해산물 식당에서 해산물 요리를 먹어보지 못한 것은 좀 아쉬운 부분이긴 했다. 

호텔 조식에서 먹었던 'Passion Fruit(백향과)'는 100가지 향과 맛이 난다는 뜻에서 유래한 열대과일로, 백가지 향과 맛을 느낄 틈도 없이 흡입했나 보다. 새콤달콤하고 오독오둑 씹히는 씨앗의 맛을 참을 수 없어 너무 많이 흡입한 댓가로  노후한 나의 이가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는데도 시릴 정도이다.  백향과의 시큼한 맛에 절여진 나의 치아를 중화시키기 위해선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냥 리조트에서 호텔 조식을 배불리 먹고 실컷 수영도 하고 바닷가 산책도 하고 그러다 지치면 '그랩'을 잡아 선셋타운으로 나가 밤 시간을 보내다보니 그 귀한 여행 시간이 휙 지나버려 아쉬움이 컸다. 뿌꾸옥은 한 일주일 정도를 잡아 다시 가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닷가에서 오랫동안 일광욕을 하는 유럽 사람들을 가장 많이 보았던 것 같다. 재미있었던 점은 멀리서도 나의 동포 한국사람들은 알 수 있었다. 비키니 수영복은 절대 입지 않고, 모자와 선그라스를 쓰고 래시가드와 워터 래깅스를 입은 모습을 하고 그늘진 곳에 모여있는 사람들은 한국 동포임을 금방 알아낼 수 있었다. 

나잇살로 흘러내린 살을 감추려 이번에는 끈나시 야시시한 수영복 대신에 수영장에서 입었던 5부 수영복으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감싸고 리조트 수영장에 들어갔다.ㅋ  첫날엔 수모를 쓰면 수모적일 것 같아 망설였지만 머리가 흘러내려 도저히 수영을 즐길 수 없었다. 누가 나를 지켜본다고? 설사 쳐다본 들 무슨 상관! 그리하여 수모를 쓰고 하고 싶은 대로 나의 수영을 하며 즐겼다. '나 여기 즐기로 온 사람이야~~~'

수영을 안한지 긴 시간이 지났다. 좋아하던 접영은 시도도 해보지 못했다. 리조트 수영장에서 접영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한국사람이라고 했던가. 수영 유형중에 가장 어렵게 배웠던  평영은 오히려 몸이 기억을 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쉽게 배웠고 자신감이 있었던  접영과 배영을 몸이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당황스러웠지 싶다.  수영장을 떠난 지 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이 좋은 것을 안하고 사는 것이지?' 어쩌면 다시 수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Wednesday, February 25, 2026

내려놓자~~~

 덕지덕지 달라붙는 우울감을 털어내려 일부러 시간을 내어 공원산책을 다닌 적도 있었다.  지금 나는 '구원'과도 같았던 공원산책을 다니지 못할 정도로 바쁜(?)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오후에 학생들의 학습을 도와주기 위해  오전에 미리 일상이 매끄럽게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집안 일을 하고 장을 보며 그날의 개인적인 일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바쁜 중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유연성을 길러줄 '춤'을 배울 시간을 아직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자신을 생각하면 행복이다. 물론 나이를 고려하면 근육을 더 길러야 하기에  동네 헬스장을 끊어 전문적인 관리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지만 그것도 쉽지가 않다. 

하지만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타파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할 일이다. 생활에 활력소를 갖게 되고 정지했던 것들을 다시 시작하면서 예전의 열정있는 자신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은 기적이며 축복이다 싶다. 조용히 혼자 있는 오전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아직 도전할 수 있는 일을 내려놓지 못하고 멈칫거리는 자신을 본다. 아직 기회가 있을 때 해보는 것이 현명할 것 같기에 내적 갈등을 겪고 있는 시간은 평화롭지 못하다. '내려놓자~~~~~~소탐대실이라~~~'

요즈음 최고 관심사는 나의 학생들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나의 학생들의 눈동자가 처음 낯설음을 통과하고, 드디어 바라보는 눈동자가 빛나고 있음을 감지하였다. 문제해결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힘이 생기고 재미와 흥미가 생기는 듯해서 기분이 좋다. 

두 학생 간의 거주지가 상당한 거리로 떨어져있기에 오고가는 길에 몸의 해독작용에 좋은 빠른걷기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감사할 부분이다. 버스를 타고 오가려고 했던 결정을 점차  두 다리로 활기차게 걸어다니고 있는 자신을 셀프로 칭찬해 주고 싶다. 물론 초미세먼지와 교통규칙을 어기는 바쁜 운전자가 모는 차량의 진격이 가장 두렵기도 하지만 초민감 경계태세를 취하며 잘 걸어다니고 있다. 무엇보다 여유있는 시간관리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다급하면 누구나 실수라는 것을 저지를 수 있고, 그 실수는 나이를 고려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추신: 한 학생의 어머님께서 감사하고 고맙다며 '마라탕'을 해주셨다. 처음으로 먹어보는 마라탕은 따뜻하고 고소하고 담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