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아는 것
원래 계획했던 월요일 아침은 중고 스마트 폰을 처리하고, 동네 마트에 가서 신선한 야채거리를 구입해 오는 것이었는데, 두꺼운 겨울 모자를 오래된 샴푸를 사용해 세탁을 하고, 냉동고에 꽁꽁 얼려진 제육볶음을 꺼내어 김치찌개를 하고, 두부를 굽고 내친김에 사용하지 않은 디지털 체중계를 중고마켓에 내놓았다. 밖으로 나가 장을 보기보다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우선 처리한 셈이다. 오전이 순삭으로 다 가버렸다.
짐을 비워내야 한다. 오랜만에 중고사이트에 들어갔더니 어리벙벙했지 싶다. 인공지능이 글을 작성하는 것까지 도와주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랬지 싶다. 한번 발동이 걸리니 연달아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을 처리하여 봄의 기운이 순환할 수 있도록 공간의 여유를 만들고 싶어진다.
창문을 열고 김치찌게를 하고 있자니, 여행지 호텔 부페에서 본 기름진 김치찌게가 생각이 난다. 다들 왜 그리도 기름지게 음식을 하는 것인지 손을 대기가 두려웠다. 여행지의 음식을 맛보는 것이 여행의 맛이라고 생각하는 고로 한국 음식을 일부러 찾아 먹지는 않는 편이다. 여행 후 대략 일주일 가량을 시름시름 배가 불편한 끝에, 지금은 매콤한 힘이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더 이상 참을 인내력이 바닥이 난 것 같기도 하고. 냉장고에 여기저기 남겨진 김치들을 냄비에 붓고 제육볶음을 넣고 마늘과 양파를 넣고 바글바글 끓여놓았더니 입에 침이 고인다. 간만이다, 밥도둑 김치찌게! 냉장고에 공간이 생기니 기분이 좋아진다.
주말 동안 몸도 좋지 않고 해서, 집에서 재밌게 본 '나이트 오브 세븐 킹덤( Night of Seven Kingdom)'을 재미있게 보았다. '왕좌의 게임'의 프리퀄(prequel)로 등치 크고 순진한 기사 '던컨 경'과 그의 어린 종자인 에이곤 5세 타르가르옌 왕자인 '에그'의 이야기로 새로운 맛이 있는 시즌1이였고, 2027년에 시즌2가 나온다고 한다. 어떻게 기다리지!
너무 재미있게 봤던 탓인지, 연이어 보고 싶었던 '만약에 우리'란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집중을 잘 할 수가 없었다. 그래, 사랑은 영원하지 않아~~~모든 것이 기적이며 마술인 사랑이란 감정은 1년을 넘기기 어렵고, 삶을 지탱하는 현실이 녹록치 않을 때 사랑의 힘은 그리 대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만한 나이가 되서 그런 것인지 주인공들의 사랑과 이별에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 서로가 바로 설 수 없는 상태에선 상처를 줄 수 밖에 없다는 것...떠나야 할 때를 알고 가는 자의 뒷모습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것이다.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이형기, '낙화')란 싯구가 생각이 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