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pril 09, 2026
Wednesday, April 08, 2026
너의 대한 예의
새로 구입한 트웨이드 자켓은 벚꽃처럼 하얀 핑크빛으로 눈부시게 반짝거린다. 옛날 같았다면면 너무 반짝임이 부담스럽다며 마다했을 것이다. 무대에 서서 스포트 라이트를 받으며 주위를 집중시키는 연예인의 의상아닌가. 내가 늙었나 보다, 반짝거리는 것이 좋아지다니. 언제 어디로 입고 나갈 것인가 묻지 않기로 했다. 결국엔 너를 데려오고 말았다. 내가 저지른 과한 선택이 부담스러워 잠시 하루 동안 눈에 띄지 않게 감추워 두었다. 그런데 이른 시간 잠이 깨자마자 생각했다, 반짝이는 네가.
늦잠이라도 자며 잠을 보충했어야 했는데, 미지적거리지 않고 이른 아침을 덕분에 일어나야했다. 내가 구입한 옷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할 의무가 있다. 나답게 나다운 코디를 완성해야 한다. 반짝이는 너를 소화하려면 단순한 옷을 받쳐입어야 하고, 채도를 생각하면 바지 색은 하얀 바지 아니면 밝은 회색바지로 가야겠지.....이런 일련의 과정도 더 늙으면 못하려니......즐기도록 하자^^
갑자기 흰색 바지에 꽂힌 자신에게 살짝 놀라고 있는 중이다. 학교 체육복 흰바지 말고는 입은 적이 없는데 왜 갑자기? 더 늙기전에 입어보지 않은 색에 도전하고 싶기도 하다. '도전'이란 말을 의상구입에 사용하기가 조금은 죄책감이 느껴지는 것은 또 뭐람.
온라인에서 사이즈를 다운시켜 구입한 흰색 바지는 허리가 크고 바지 길이도 길다. 왕성한 소비활동에 따른 죄책감 때문인지 수선가게에 가지않고 자체적으로 수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나보다. 돋보기를 쓰고 바늘귀에 실을 꿰어 엉성하고 누가 볼까싶을 정도로 뚝딱뚝딱 바지길이를 수선하였다.
그러고 보니 이제 신발이 문제이다. 흰바지에 어떤 신발을 신어야 할까. 밝고 얇아진 바지의 특징을 고려해 얄상한 운동화를 챙겨보았다. 마침내 다 이루었다 ㅋㅋ 반짝거리는 너를 책임을 지려고 소중한 오전 시간을 다 썼음에도 이상하게 기분이 반짝거린다.
Tuesday, April 07, 2026
반짝이는 너
내가 봄처럼 저지르고(?) 있는 소비활동을 이해할 수 있으려면, 어린시절 겪어야 했던 '겹핍'이란 단어를 내밀며 불안한 마음을 잠재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친구들의 이쁜 옷을 무지 부러워했던 시절이 내게 있었다. 그런데 지금 주름지고 있는 이 시간에도 무슨 옷타령? 아냐, 어쩌면 '봄'이니까 봄꽃처럼 화사한 옷을 입고 싶어지는 것은 건강한 반응일지도.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스스로를 고발하며 자백했더니 나처럼 주름지고 있는 친구도 새옷으로 봄단장을 했다고 한다. 다행이다, 나만 봄을 타는 것 아니니 말이다^^
새 옷을 구입하지 않고 가지고 있는 옷을 깨끗이 세탁하여 슬기롭게 코디하여 입고 다니겠다는 결심이 무색하게 자꾸만 보암직도 하고 예쁘고 멋진 봄옷을 장만하여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올 해 봄처럼 많이 들었던 적이 없었다. 그동안 코디가 딱 떨어지지 않아 옷장에서 시들고 있는 옷들을 구해낼 수 있는 아이템들을 보며 아이디어가 샘솟아 참을 수가 없다.
그러던 중에 동네 옷가게에 걸려있는 벚꽃 분홍색 자켓에 눈이 꽂히고 말았다. 눈을 감으면 보암직도 하고 이쁜 옷이 자꾸 생각난다! 저항할 수 없다. 동네 옷가게 앞을 지나갈 때면, 목이 자꾸 해바라기처럼 그 반짝이는 옷을 향하지 않는가 말이다. 그래도 비싼(?) 댓가를 치루어야 할 나의 무모한 욕구(?)에 대한 이성적인 저항을 나름 하였지 싶다. 온라인에서 세일 중인 비슷한 옷을 골라 시도를 해보았지만, 결국 만족할 수 없어 반품까지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치루고 말았다. 그래, 입자! 더 늙어지면 못입어보나니~~~결국엔 그 보암직도 하고 아리따운 핑크빛 자켓을 구입하고 말았다.
이렇게 반짝이는 핑크빛 옷을 어디에 입고 갈 것이지? 반짝이는 나의 은발과 너무 어울리지 않는가 말이다! 너무 반짝거려도 상관없다! 내 삶을 살아가는 태도가 중요하다. 난 내 삶을 반짝이며 사랑하기로 결정했다. 근거있는 자신감은 밑받침하는 근거들이 사라지면 버티기 어렵지만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은발에 주름지고 있는 나를 칭찬하고 보살피면 되는 것이다. 당당하게!
Monday, April 06, 2026
신문을 끊는 방법
구독하던 신문을 끊는 방법을 인공지능에게 물어보았다. 신문을 끊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도 쉽지 않는 모양이다. 한국에 돌아와 10여년이 넘게 구독한 신문을 정지하기로 하기까지,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로 내내 잡고 있었다. 신문을 읽으면서 한국에 적응을 하는데 적지 않은 긍정적인 도움을 받기도 하였고 특히나 저명한 분들이 좋은 글을 읽는 것을 좋아했었다. 하지만 신문을 그만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언제부턴가 들기 시작했다.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에 살다보니 신문이 구문이 되고, 구문이 쌓여 부담스러운 것이 되고 말았다.
한번 끊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결정을 내리고 고지를 했더니만 그동안 상냥하던 대리점 측의 태도가 끔찍하다. 애걸복걸 어려운 사정을 하며 구독을 해달라며 불쌍모드로 매달리기도 하고, 달콤한 무료 써비스로 붙들려고 하기도 한다. 그것도 안되니 목소리를 바꿔 강압적인 권유까지 하면서 포기를 하지 않는다. 그 과정에 좋지 않은 감정이 쌓여 절대 신문을 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지고 말았다. 더군다나 타인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 신문을 끊을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상당히 불쾌했지 싶다.
그리고 신문 대리점은 막무가내식으로 신문을 계속 넣고 있는 중이다. 자동이체에서 구독료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정지를 하고 신문 본사에 전화를 걸어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소용없이 없다. 집앞에 지저분하게 신문들이 쌓이는 꼴을 보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함께 쌓이고 있는 중이다. 아마도 이 점을 노려 10년 애독자의 이별통지에 나름의 복수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Sunday, April 05, 2026
봄꽃처럼
칙칙하고 삭막한 시간을 묵묵히 참고 견뎌낸 봄꽃이 한꺼번에 피어나 세상을 밝히는 시간, 비가 내리고 있다. 바람이 강하지도 않고 강수량이 많지 않아 여린 꽃잎들이 우수수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여린 꽃잎이 물에 젖지만 한편으론 비가 내려야 말랑거리며 촉촉한 대지에 씨앗을 심을 것이다.
오랜만에 가까운 산에 다녀왔다. 한참이나 산을 오르지 않았던 탓인지 산으로 올라가는 발걸음이 무거웠지 싶다. 봄 햇볕을 즐기는 사람들과 봄꽃들이 어울린 모습이 이토록 신나고 즐거운 풍경인지 몰랐던 사람처럼 감탄했지 싶다. 다음엔 작년에 구입한 작은 텐트를 가져와 나무 아래에서 빈둥거리며 책도 읽고 달콤한 낮잠도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산행 중에 신발을 벗고 돌팍이 박혀있는 딱딱한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보았다. 내 발다닥에 통증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얼마나 몸이 좋지 않으면 뾰족한 날고통을 참고 걷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에는 연분홍 진달래가 아리땁게 피어있었다. 가파르고 메말라 보이는 곳에 뿌리를 박고 여리여리하게 무리로 피어있는 진달래꽃은 맑은 봄햇살을 내려받아 투명하다. 진달래가 가장 아름다운 시간에 산을 찾게 되어 감사했다. 자꾸만 이름을 잊어먹는 작은 꽃들이 길가에 옹기종기 귀엽게 피었고, 나무잎들은 초록 물감을 뿌려놓은 듯 쫑긋거리며 나뭇가지를 물들이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채집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궁금하여 물었더니, 화살나무의 어린 잎을 따서 나물무침을 하려고 한단다. 산에서 채집행위는 불법이란 현수막이 붙어있음에도, 아는 맛이 무섭다고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동참하고 싶었지만 그냥 통과하기로 했다. 잠깐이지만 봄이면 봄나물 캐러 다니던 시절의 순수하고 건강했던 내가 생각났다. 엄마가 시키지도 않아도 봄나물을 캐러 갔었던 것 같다. 시골에서 언니들과 했던 일이라 아마 당연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공부한 기억은 없고 보자기를 허리에 묶고 조그마한 칼을 들고 밭두렁 논두렁에서 나물을 캐던 나. 잠을 자려고 눈을 감으면 집중력의 크기만큼 선명하게 떠오르던 봄나물들의 형태!
산 아래 공원에 많은 사람들이 봄꽃들처럼 쏟아져 나왔던 것 같다. 주차장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에 숲세권 아파트들이 새로 생기고 보니 주차장이 문제이고 할 수 없이 좁은 길 양쪽에 주차를 해야 한다. 방법이 없다! 도시 행정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기분좋게 산에서 내려왔더니 불법주차로 인한 벌금을 즉시 부과한다는 안내장이 차에 붙어있었다. 어떤 대안도 마련하지 않고 주차금지라는 현수막만 걸어놓고 즉시 벌금을 부과하면 되는 일인가. 할 수 없다. 내가 지불하는 벌칙금으로 국가발전에 슬기롭게 쓰이기를 바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