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나의 생각과 느낌을 적어보자고 하면, 경험 부족으로 할 말이 없고 적을 것이 없어 막막하고도 난감한 얼굴을 마주할 때가 있다. 자신의 것을 꺼내어 표현하는 것은 공부를 하며 차차 익히면 된다지만,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나날 속에서도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찾을 수도 있고 생각의 힘을 키울수도 있다는 것을 깨우쳐 주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요즘 어린 학생들은 오래된 나의 어린시절에 비해 너무도 바쁜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학교 생활과 방과후 학원수업을 하고 그에 따른 학교와 학원 숙제를 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낸다. 한정된 짜투리 시간을 흥미롭고 자극적인 컴퓨터 게임이나 스마트폰 대신에, 책을 들고 읽는 독서활동을 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떤 아이는 책을 읽으며 생각을 키우고 조리있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어렸던 그 오래된 시절은 동네 아이들하고 밖에서 흙을 밟으며 마냥 놀기 바빴던 것 같다. 실컷 친구들과 놀다가 저녁 밥 먹을 시간이 되서야 집에 들어갔던 그 시절의 난, 다음 날 무탈한(?) 학교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방 바닥에 엎드려 나폴레옹이 그려진 두꺼운 전과를 보고 겨우 숙제를 해가는 어린 학창시절의 모습이 지금도 떠오른다. 그리하여 어린시절의 난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아니었지만 별 불행하다는 생각없이 잘 놀았던 건강한(?) 아이였던 것은 인정한다.
마냥 놀긴했지만 '놀이'를 통해서 신체가 튼튼해졌던 것 같다. 이기고자하는 승부욕을 갖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규칙을 지키며 집중과 몰입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나름의 '주제파악'을 했었던 것 같다. 놀이는 놀이니깐, 상대의 승리를 쿨하게 인정하며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았던 그 시절의 난 사회적 관계를 잘 유지했던 것 같다. 어린시절의 뛰어놀았던 힘으로, 오랫동안 근거있는 자신감으로 잘하는 것은 잘하고 못하는 것은 인정하고 잘 살았지 싶다.
하긴 그때, 신속하게 학습에 결손된 부분을 알아차리고 기초를 튼튼히 했더라면 더 나은 학창시절로 연결되었을 것이고 그것은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