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하루
'한파 주의보'란 말로 시퍼렇게 시작한 아침이었다. 바삐 여름 이불을 세탁하고 두꺼운 겨울 이불을 꺼내고, 두꺼운 겨울 실내복을 찾아 입고서야 창문을 열고 쌀쌀한 하루를 시작하였다. 집안 일을 하느라 이러저리 몸을 움직이고 나니 '괜찮은 하루'가 시작된 것 같기도 하다. 여름을 집어넣은 세탁기 소리가 윙윙 돌아가는 초겨울 아침이다.
'한파 주의보'란 말로 시퍼렇게 시작한 아침이었다. 바삐 여름 이불을 세탁하고 두꺼운 겨울 이불을 꺼내고, 두꺼운 겨울 실내복을 찾아 입고서야 창문을 열고 쌀쌀한 하루를 시작하였다. 집안 일을 하느라 이러저리 몸을 움직이고 나니 '괜찮은 하루'가 시작된 것 같기도 하다. 여름을 집어넣은 세탁기 소리가 윙윙 돌아가는 초겨울 아침이다.
비를 내리며 시작한 겨울 아침(?)의 햇살은 맑고 눈부시다. 늦가을과 초겨울의 시간, 그 어디쯤일 것이다. 겨울을 부르는 비가 내린 아파트 주차장 바닥은 전 날보다 검다. 오후엔 찬바람이 불며 체감온도가 훅 떨어질 것이라는 뉴스에 싸늘한 긴장감이 들기도 한다.
창문을 활짝 열고 오전 집안 일을 했더니 느닷없이 발이 시럽다. 따뜻하고 포근한 수면 양말을 찾아 신으니 휑하던 마음이 따뜻하다. 이제부터 한참 동안 따스한 봄날을 기다리며 살게 될 것이다. 행복처럼 보이는 맑은 날씨가 창밖에서 빛나고 있다.
'분리불안'으로 울부짖던 이웃의 반려견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뭔일이지? 적응을 했을까 아니면 누군가 집안에 있는 것일까. 조용한 아침이다.
아직 단풍이 들지 않은 가로수 밑으로 걷다보면 추운 겨울이 멀게만 느껴지는 시간이지만, 학생의 학습 지도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점점 빨리 어두워지고 있다. 비가 내린 후라 기온이 훅 떨어졌고 맑은 태양이 사라진 저녁시간은 생각보다 춥다. 해가 있는 시간엔 좀 덥게 느껴졌지만 그런대로 옷을 잘 껴입은 자신을 칭찬해 본다. 잘했어^^
참고로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배가 고픈 시간이다. 만만하게 맛있는 가게 맛집이 있다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것을 쉽게 허락할 수 있을 것 같은 배고픔이 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마지막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마음은 배고픔이 있어 제일 바쁜 것인지도 모른다.
아마 여름이 오기 전이었을 것이다. 횡단보도가 세 개나 있고, 지나는 행인이 제법 많은 길목에 하얀 가게 하나가 새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난 그 집에 손님이 있는 것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참고로 나의 오가는 시간은 학생들의 귀가시간이며 학원 가는 시간으로 가장 유혹적인 시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깨끗하고 하얀 창백한 가게는 오늘도 손님이 하나도 없다. 그렇고 보니 지나가는 행인을 사로잡는 맛있는 냄새도 없는 것 같다. 손님이 없는 그 가게가 은근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바삐 횡단보도를 지나가는 나로서는 그 창백한 하얀 가게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파는 지 사실 관심이 없다. 하지만 손님이 없는 것은 알 수 있다. 시장 조사도 하지 않고 가게 문을 열었으리 없다는 생각이다.
무슨 사정이 있길래 손님이 한 명도 없는 가장 비참한 그림을 마주하고 있는 것일까. 아직도 어떤 혁신적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남들은 장사가 안되면 종목을 바꾸던지 무슨 변화를 주던데...
그래도 그 가게는 오늘도 문을 닫지 않았다. 내가 지나가는 시간을 제외하고 손님들이 찾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창백하게 질린 하얀 인테리어는 청결미는 있어 보이지만 나의 침샘을 자극하지 않는 빛이다. 건널목 신호등불이 바뀌기를 바라면서 슬쩍 가게 안을 들여다 보았다.
하얀 조명아래 흰색 테이블에 마주 앉은 흰 셔츠를 입은 두 사람을 발견하였다. 앗, 손님인가, 아니다! 마주 않아 어떤 간절한 기도를 드리는 두 사람은 손님이 아니다.
윗집 댕댕이가 끙끙거리는 소리와 이웃의 인테리어 공사 소리가 미세먼지 불청객처럼 섞여있지만, 날은 해맑게 반짝거리고 있는 중이다. 눈이 부시게 해맑은 햇살을 거실 블라이드로 가리고 본다. 그럼에도 온 집안을 환하게 침투해 들어오는 빛을 가릴 수 없다. '감사'라는 말을 이럴 때 써야 할 것이다.
댕댕이 때문에 아침을 더 일찍 움직여야 했던 탓으로 지난 밤은 그런대로 잠드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습관처럼 아침을 더 드러눕고 싶었지만 문 밖서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아닌가. 걱정스러운 소리이다. 배가 고픈가 아니면? 어쨋든 댕댕이가 날 부르는 것이기에 마음이 불편했지 싶다.
결국엔 참다못해 끙끙거리는 것을 넘어 짖기까지 하지 않는가. 이제는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야 한다. 조용한 아침에 감당하기 힘든 강한 외침이다! 밤 사이 참아온 생리적 요구를 해결해 주라는 것일게다. 문을 두드리면 될 것을 왜 끙끙거리고 짖기까지 하는 것인지. 하긴 어제보다 침대에서 더 미그적거리고 있는 나를 참아내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댕댕이는 후다닥 제 아침을 먹어치웠고 나도 아침을 서둘러 씹어 먹었다. 얼른 댕댕이의 생리적인 것을 해결해주기 위해 커피도 마시지 않고 이른 아침(?) 낯선 시간에 집밖으로 나가야 했던 것이다. 엘리베이터에 아침출근 하는 사람들이 가득이다. 다행히 댕댕이가 얌전히 앉아 예의를 차린다.
킁킁거리며 볼 일을 다 해결한 댕댕이는 아침산보는 집어치우라며 노골적으로 저항을 한다. 엉덩이에 무게를 실어 주저앉는 댕댕이의 힘을 거스릴 힘이 나에게 없다. 나도 귀찮다! 나처럼 나이를 먹은 티를 내는 것인가. 조용하고 맑은 아침 산책을 하는 것을 포기하고 계단을 올라 집으로 가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오늘도 내리고 말았다. 그래, 덕분에 근육운동이라도 하자^^
어제 아침 갑작스런 계단오르기로 인해 다리 허벅지가 뻐근한 상태지만 할 수 없다.
댕댕이는 무슨 재미로 사는 것이지? 댕댕이의 깜한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슬픈 느낌을 받는다. 말 없이 바라보는 슬픔이(?) 가슴을 적신다. 동병상련의 느낌인가 아니 내 감정을 투사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맨날 먹고 자는 단순한 삶을 사는 댕댕이가 이상하게 부럽지 않고 불쌍하기 그지 없다. 때로는 말썽도 부리지 않고 얌전한 댕댕이를 바라보는 것이 참으로 슬프다. 댕댕이 때문에 하루가 길어지고 있다.
베란다 창문이 열려있을 것이다. 창문을 내려다보며 강아지는 울부짖고 있는데, 방치하고 나간 견주는 모를 것이고 집안에 있는 이웃들은 그 슬픈(?) 소리를 견뎌야 하는 아침이다. 무슨 사정이 있길래? 시끄럽다며 관리실에 전화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의 나는 귀찮게 관리실에 전화를 하지 않을 것이다.
찬바닥에 몸을 엎드려 아침 잠을 청하는 아들의 댕댕이는 아파트에 울려퍼지는 호소에도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는다. 영화처럼 여러 댕댕이들이 짖어대는 댕댕이에게 마땅히 호응하며 함께 짖을 것 같은데 실상은 아주 평온하고 조용하다. '왜 그래? 새삼스럽게!'
10월의 개천절 붉은 연휴가 끝났다. 하지만 한글날 연휴로 긴 주말이 남아있기에 급하게 쌀쌀해지는 날들이 덜 당황스럽지 싶다. '한파주의보'라는 말이 뉴스에서 이렇게 빨리 뛰쳐나올 지 몰랐다. 난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댕댕이 아침 거사를 위해 두터운 옷과 얇은 목도리까지 챙겨입고서 밖으로 나가야 했다. 두꺼운 선택은 옳았다. 아침 출근을 하는 사람들의 복장은 단단했다.
길다란 아침산책은 포기하고 댕댕이와 함께 계단을 올라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해야 할 일을 하나 해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