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une 27, 2024

돌돌 말아진 이별

 지난 밤 동네 산책 길에 우리 나라 꽃, '무궁화'를 보았다. 오래전(?)이란 말을 담고 싶지 않다. 하긴 벌써 10년이 지난 기억이니 '오래전 기억'이라고 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여기에 있는 난 아직 내 정원에 흙을 파고 나무를 심고 키워냈던  무궁화를 '시들지 않는 기억'으로 붙잡고 싶다. 그때 그곳에서 나의 무궁화가 필 때는  7월이었고 무궁화 꽃잎을 파먹는 '재패니스 비틀스'라는 곤충을 잡아주고 있노라면 대학의 3개월의 긴 여름방학이 다 끝나가는 시간이었다. 일요일 초저녁에 찾아드는 왠지모를 불안과 초조감 그  유사한 느낌이 무궁화가 피는 '7월'이란 시간에 있었다. 

무궁화는 꽃말 그대로 변함없이 '찬란하고 단정하게' 피고졌다.  시든 모습을 보이지 않고 아니 들키지 않고, 해가 지면 무심하게 이별을 감행했던 무궁화. '돌돌' 말아진 이별의 밤을 우수수 땅으로 남기고, 아침이면 찬란하게 피어나던 나의 무궁화를 위해 기꺼이 나는 벌레를 잡아 주었다. 여기 이곳의 동네 공원은 관공서의 '관리의 의지'가 희박한 탓에 무척 '자연'스럽다. ㅋ  '가지치기'라는 호사스러운 관리도 받지 않고서 세월을 머금은 무궁화는 풍성한 꽃잔치를 벌리지는 않지만 산산하니 괜찮다. 다행히 그 이쁘고도 해악한 '재패니스 비틀스'라는 벌레가 보이질 않는다. 

아침 해가 이슬을 말리고 난 '오전 10시쯤' 꽃이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다고 한다. 나도 오전 10시면 상태가 말똥말똥 괜찮은데......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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