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une 13, 2024

어디서든~~~!

 '걷는 것'을 좋아하면 어느 정도는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 내게 적당한 등산화를 신고 여기저기 신고 다녔더니 몇개월도 되지 않아 신발 밑창이 달아진다. 수선을 맡긴 등산화를 찾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뙤약볕이 중천이었다. 검은 양산을 쓰고 걷는다 하여도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에서 튕겨져 나오는 복사열로 '그냥 버스를 탈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살짝 들기도 하였다. 

작고 귀여운 분홍 나팔꽃, 알고보니 메꽃이라고 한다. 구별법은 푸른 이파리가 길죽길죽 갈라져 있고나팔꽃의 둥글게 세개로 나누어진 모습과 다르다고 한다. 행단보도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는 무료한 그 짧은 순간에 해마다 잡초 무성한 곳에서 자라나는 야성적으로 귀여운 메꽃의 강인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길을 건너니 주차장 입구 영양가 하나 없는 땅에서도 뿌리를 심고 피어있는 접시꽃도  땡볕 샤워를 즐기고 있는 중이다.  쨍쨍한 여름을 피우는 꽃들이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도 난 초여름이 벌써 이미 뜨겁다. 아직 여름이라는 시간은 한참 남았는데......

어! 보도에 덩쿨없는 진분홍의 꽃이 나팔 한개를 불고 있지 않은가! 화분 속에 있어야 할 나팔꽃이 어떻게 사람들이 오가는 길 한 복판에서 그것도 혼자서 꽃을 올렸단 말인가. 누군가 화분에 씨를 심었을 것이고 아마도 씨가 바람을 타고 거리에 떨어진 모양이다. 깜짝 놀랐다.  혼자 사람들의 걸음에 밟히면서도 이 꽃 피울 시간을 기다렸단 말인가! 그렇고보니 모든 것이 단순하고나. 그런데 꽃의 사이즈를 줄이지도 않고 실컷 자신답게 피워냈구나! 넌 너를 믿었니? 고독이 두렵지 않았어? 포기하지 않았구나!

어디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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