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산에 갔었지
오랜만에 동네 산에 다녀왔다. 연분홍 진달래가 피는 봄에 둘레길을 걷곤 했는데, 초록이 짙은 6월의 산은 낯설기까지 하다. 산입구에 도착하니 밤나무 꽃 향기가 바람에 날려 코끝에 와닿는다. 노란 금계국 꽃도 반갑다고 한들거린다.
둘레길을 가기 위해서는 처음 시작하는 가파른 진입로만 잘 견디면 된다며 허벅지에 힘을 실어 잘 올라갔나 보다. 올라가야 할 곳을 올려다 보니 미리 피곤하다. 얼른 눈을 내리깔고 발을 내딛을 곳을 바라보며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발걸음을 옮기니 금방 둘레길에 도달하였다. 가끔은 보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ㅋ 못본척~~~
몸을 움직이니 자신을 괴롭히던 감정들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별 것 혹은 별 일도 아닌 별 사람도 아닌 것에 사로잡혔던 감정들이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특히 푸른 산 속에 있으니 더욱 그러한 것임에 틀림없다.
한참이나 말 없이 걸었나 보다. 산의 소리가 들린다. 작은 새소리와 멀리 도시의 소리 그러다 뒤따라 오는 사람들의 멈출 것 같지 않는 재잘거림을 내내 듣고 가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얼른 발걸음을 재촉해서 도망가야 한다. '피할 수 있는 내가 피해야 한다~~~'
'침묵'이 지겹고 부담스러웠든지 스마트 폰으로 개인적인 사운드를 켜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경우도 얼른 도망을 가야 하는데... 참교육을 시킨다며 지적질을 할 수도 없고...귀마개를 가지고 가야 하나 생각해 보았다. 산에 대한 예절은 어디서 시키지? 다행히도 타인을 배려하여 조용히 산을 즐기는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산에는 역시 모든 것이 있구나~~~
활엽수와 침엽수가 반반인 산이 좋은 숲의 모습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시름시름한 '소나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염려가 들긴 하였다. 푸른 활엽수와 다르게 소나무가 싱싱하지 않고 갈잎을 많이 달고 있는 모습을 여러 곳에서 목격을 하였다. 숲속의 시름시름한 소나무는 그 이상적인 언제나 푸른 소나무가 아니다. 관할 구청에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알고도 재정이 열악해서 방치하는 것일까.
푸른 산은 투박하고 평온하고 자연스러웠다. 자연은 불완전하다~~~그래서 바람이 불고 새가 살 수 있다는 생각을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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