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y 20, 2024

붉은 장미



 언제나 엄마의 담장 위 분홍색 장미를 생각나게 만드는 붉은 장미의 처음 모습은 경이롭다. 버스를 기다리며 바라보는 건물 아래서 그늘을 품고 피어나는 붉은 장미도 아리땁다. 결핍 속에서도 붉게 피어나지 않는가. 예전에 비해 콘크리트 건물로 둘러 쌓인 지금이야말로 붉은 장미들이 더욱 필요할 때인지도 모른다.  앞마당 주황색 장미가 향긋하게 피어날 때, 장미 송이를 꺽어 좋아하는 여 선생님 책상 위에 갖다 놓았던 풋풋한 여교시절의 내가 생각나 웃음이 번진다. 부지런하고 말 없는 엄마의 정원을 향기롭게 밝히는 귀한 장미였을텐데......

40대 내 정원에 직접 땅를 파고 심었던 붉은 장미를 기억한다. 자라나는 모습에 눈 도장을 찍으며 코를 킁킁거리며 향기를 맡았던 나의 장미. 살짝 경사가 있는 곳에 터를 잡은 장미들이 뿌리가 습하지 않아 유난히도 무성하게 잘 자랐었다. '재패니스 비틀즈'라는 몹쓸 벌레를 잡느라 애를 썼던 모습도 생각난다. 장미꽃을 뜯어먹는 몹쓸 것들을 박멸할 약을 구입해서 장미에게 뿌려도 끝없이 날아와서, 결국 장갑을 끼고 장미꽃 속에 코를 박고 있는 그것들을 손수 잡아 처형했던 풍경이 생생한데 시간이 참 빠르다. 그렇게 직접 장미 송이 송이를 들여다보며 벌레를 잡아주면 내 정원의 장미들은 건강하고 향기로웠다. 

장미의 '가지치기'의 중요함을 나중에 알게된 아쉬움이 남긴 하였다. 새 가지에서 꽃을 피우기에 묵은 가지를 잘랐어야 했다. 장미가 자라나는 모습에 취해 그때 그것을 알지 못했다. 무성하게 자란 오래된 장미는 가시가 거셌고, 손을 댈 수 없을 정도가 되서야 알았다.  수시로 묵은 가지를 '싹뚝' 잘랐어야 했다. 

버스 정거장에서 붉은 장미를 보며 서성거리다 보니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하였다. 가벼운 목례를 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오늘도 무사히'라는 문구가 보이질 않는다. ㅋ 옛날 버스엔 기도하는 소녀의 모습이 들어있는 문구가 있었는데......언제 적 이야길 떠올리고 있는가. 나 오래 묵은 사람 맞다.ㅋ 

0 Comments:

Post a Comment

<<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