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를 벗고
부처님 생신이라서 붉은 휴일은 비가 내렸다. 우산을 챙겨 나간 동네 공원은 비 소식에 인적이 드물다. 비를 맞는 붉은 장미는 방수로 아직 끄덕없는 듯 자신의 시간을 즐기는 것 같다. 하얀 찔레꽃을 보며 나의 정원에 심었던 주황색(코럴) 노랑색 장미를 한참이나 생각했다. 찔레꽃과 접목을 시킨 장미는 겹겹이 쌓여있는 우아하고 고귀한 영국 로얄 장미와는 다르게 찔레꽃의 단순함과 귀여움을 갖고 있었고 장미의 향기를 품고 있었다. 그보다 더 오래된 기억 속에는 찔레꽃 어린 가지를 뜯어 껍질을 벗겨 질겅질겅 씹어 단맛을 즐겼던 어린 순간도 생각난다. 달디단 사탕이 귀할 때 이야기다. ㅋ
벚꽃과 개나리 라일락과 철쭉이 피고 지고나니 5월의 시간은 그야말로 푸르다. 하얀 꽃들을 늘어뜨린 아까시아와 이팝나무가 꽃길을 만드는 시간 속에 장미가 꽃의 여왕답게 붉게 꽃봉우리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온 세상이 푸른 오월에 붉은 장미는 매혹적이며 이기적이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분다. 끄떡없이 피고지고 붉은 그 길을 갈 것이다.
겨울 내내 묵은 흔적으로도 담을 붙들고 있던 담쟁이들이 어느새 반짝이는 새잎으로 담을 더듬어 붙잡고 기어 오르고 있었다. 날마다 새로운 모습이다. 어제를 벗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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