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이 없는 사람
전날 밤, 다음 날의 날씨를 체크한 후 출근할 때 입을 옷을 챙겨 놓았는데 느닷없이 아침 마음이 변덕을 부려 다른 옷을 '부랴부랴' 뒤적거릴 때가 있다. 바로 오늘 아침이 그렇다. 쫓기는 마음으로 옷을 코디를 하다보니 즐겁지가 않다. 나이를 먹은만큼 나답지 않은, 편하지 않는 옷차림에 민감해진다. 특별할 일 없는 금요일이지만 한번도 살아보지 못한 오늘을 내가 최선을 다해 나다운 옷으로 기념하면 안될 이유가 있는 것인가.
요며칠 살이 차오른 모양이다. 오랜만에 체중계에 올라서서 확인한 숫자는 먹은만큼 성실하다. 울퉁불퉁 못난 부분을 가려줘야 하는데 마땅하지 않아 입었다 벗었다를 여러 차례 했더니 자신의 변덕스러움과 결정장애로 인해 피곤함이 느껴진다. 아침 '루틴'이라는 것이 있는데 어긋나게 아침을 시작하는 마음은 불안한 것이다.
'상상력'이란 단어는 참 어려운 단어임에 틀림없다. 옷장에서 오늘에 맞는 옷을 추리는 것에도 나만의 상상력이 필요한 일이다. 다양성과 창의성을 배양할 수 있는 문화적인 풍토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마침내 '무난하고 무채색의 옷'을 추려놓은 아침의 옷은 금요일을 기념하는 것과 꽤 거리가 멀다. 아무 일 없이, 튀는 일 없이 그런 조용한 무난한 하루에 맞는 옷차림!
입을 다물고 눈치를 잘 보는 사람이 취해햐 할 옷은 무난함의 틀을 갖추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나를 길들이고 있다. 무채색의 옷을 입으니 편하긴 하다. 시간과 장소에 맞는 옷을 골라입는 것도 슬기로운 선택임이라는 것을. 나 또한 시간과 장소에 어울리는 옷차림으로 '배려'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난 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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