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림질
쭈글쭈글한 옷을 입고 나가면 안될 것 같아 서둘러 다림질 판과 다리미를 찾았다. 옷까지 다려입고 밖으로 나가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의 움직임이다. 무늬가 없는 옷이다보니 옷장 속 비좁은 곳에서 한쪽으로 쏠린 옷주름이 감춰지지 않는다. 약간의 노력이라는 것을 해도 괜찮을 듯 싶어 평소와 다른 부지런함을 챙겨 보았다. 뜨겁게 달아오른 스팀 다리미는 쭈글거리는 주름을 편다. 마술이다! 그리고 훨씬 낫다!
우울증이란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에 오랫동안 머무르는 것이라고 한다. 감기에 걸리는 것처럼 그럴 때가 있는 것이다. 옷을 챙겨서 다림질을 하는 행위는 우울감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셀프로 칭찬할 일이기도 하다. 타인의 시선 보다는 옷을 입고 있는 자신은 주글거리는 옷의 상태를 알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소중한 자신을 감싸고 있는 옷을 단정히 하여 자신에게 예의라는 것을 차린 나를 사랑한다.
다림질이 무색하게 앉았다 일어났더니 참을 수 없는 무게감으로 굵은 주름을 만들었다. ㅋ 그래도 내가 내려다 볼 수 있는 앞면은 아직 무사하지 않는가. 앞이라도 반듯해서 다행이다. 부정적인 면면의 주름진 생각을 멈추고 얼른 스팀 다리미가 지나간 듯 활짝 피고 웃고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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