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May 29, 2024

단순한 평안

 어라, 하룻밤 사이에 '접시꽃'이 피어버렸네! 건널목 가장 자리에 무심하게 위치한 접시꽃은 노란 금계국 조직에 시선이 뺏겨 아무런 눈길조차 끌지 못하고 그냥 있었는데 밤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짜잔~~~' '벌써?' 6월경에 피기 시작한다는데 한국이 더워지고 있나보다. 한여름이 아닌 지금 초여름의 접시꽃은 뙤약볕에 지치지도 않고 타오르지도 않아 선선하니 보기에 좋다. 초여름 초저녁 바람에 흔들리는 '처음'이란 순간은 연약하지만 아름답다. 접시꽃도 가슴이 뛰고 있을까. 건널목 접시꽃이 피었다.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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