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비가 온다기에 서둘러 '석모도'에 다녀왔다. 5월의 장미 축제가 이곳저곳에서 한창이지만 강화도와 석모도를 이은 석모대교를 달려 그곳에 가보고 싶었다. 오래전 세기가 바뀌기 전, 새우맛이 나는 '새우깡'을 준비해 석모도로 향했던 뱃길은 어린 아들들을 데리고 함께한 여행이었다. 푸른 바다 위 푸른 하늘로 뿌려지는 '새우깡'에 전투적으로 날아오는 갈매기들의 모습을 보고 신기해 하던 어린 두아들을 위해 새우깡을 투척하던 모습을 생각하니 웃음이 번진다. 하늘을 높이 날아 먹잇감을 구하는 갈매기들의 '야성'을 위해 지양해야 할 일이지만 지금도 어린이들을 동반한 사람들이 새우깡으로 갈매기들을 부르는 모습을 보면 뭐라 비난할 수 없다.
'보문사'가 위치해 있는 산의 진입로의 예사롭지 않은 경사를 쳐다보고는 서둘러 이른 점심을 챙겨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리 준비한 우리 동네 맛집 김밥을 챙겨왔음에도 불구하고 절 입구에 '산채비빕밥'을 파는 식당의 바글거리는 풍경에 눈길이 가고 만다.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광경이 가장 좋은 인테리어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식당 규모가 크고 워낙 위치가 좋다보니 관광 버스 손님이 단체 계약을 하기에 적당한 곳이라는 것을 자리에 앉고 나서야 알았다. 주인 부부는 친절했지만 나물은 약간 짜고 오색으로 구색을 맞춘 푸른 색 나물은 있는 힘을 다해 씹어도 질겼다. 살짝 실망을 하고 계산을 하고 나올려고 하니 여주인이 다정하게 말을 건다.
'이만하면 되었다.' 여주인의 친절함에 말을 할까말까 망설였다. 영수증을 주며 식후담을 묻는 친절한 여주인이 나의 품평을 감당할 수 있을까. '맛있게 먹고 간다'는 말을 하고 그냥 가야하는데.....'. '푸른 색 나물 하나가 약간 질기다'고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었다. 괜히 말했을까? 재료 구입, 가게 세, 인건비...등등의 내가 알 수 없는 지출이 있어서 질긴 나물이라도 끼워서 파는 것 아니겠는가. 푸른 나물의 줄기를 잘 씹지 못하는 내 치아를 탓하고 말걸 그랬나. '향기로 먹는 나물이라서...'라는 말을 돌려 준다.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난 향기도 못느끼고 씹느라 혼쭐이 났다. ㅋ
포기하지 않고 '소망이 이루어진다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 '눈썹 바위' 밑에 있는 마야석불좌상의 부처님의 자비로운 모습을 보았다. 강화도 갯벌을 바라보고 서둘러 사진을 찍느라 소원을 비는 것도 까먹었다. ㅋ 계단을 오르면서 이미 소원이 이루어졌다. '건강'을 더 신경써야 한다...' 조용하게 머물면서 스님의 목탁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 그리고 침묵을 들어야 했는데 사람들의 개인적인 소리가 여기저기다. 속세에서 묻혀오는 소음을 견디고 날마다 수행하는 고충을 생각한다면 입장료를 받는 것은 마땅할 수도 있겠다 싶다. 고즈넉한 절의 풍경을 누릴 수 있는 그런 곳은 없을까.
석모도 수목원엘 갔더니 그 소원이 이루어졌다. 1시간 정도 조용하게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앞뒤로 사람이 없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인공적인 관리가 수준급이라고 하기엔 뭔가 약간 부족한 감이 있어서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 오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좋았다. 인적이 너무 없어서 살짝 무서운 느낌도 받긴 하였다.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온 김에 민머루 해수욕장에 가서 잠시 쉬었다가 '저녁 노을'을 보고 싶었는데 바다도 없고 뻘판이고 나무도 없어 그림자도 없고 그리고 무엇보다 앉을 곳도 없다. 어린 아이들을 동반한 텐트족들이 해변을 가득 채웠다. 어른들은 컵라면을 먹고 아이들은 조개를 파고......
파도 소리도 없고 조용히 숨어 있을 곳이 없다. 후퇴~~~ 집으로~~~ 집이 좋다.
'with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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