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아침 출근을 하기 위해서는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아무리 인터넷 검색이 버스가 오는 시간을 알려준다하여도 미리 나가 버스에 대한 예의를 챙긴다.ㅋ 누군가에겐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지만 버스 정거장에서 서성이며 '10분 정도'는 기다리는 것이 나에게는 편안함이다. 시간을 딱 맞추어 나가는 것이 여유가 없고, 쪼이는 느낌을 받아서이다. 깍쟁이처럼 시간을 재고 출발한다면, 괜시리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을 재촉하고 바쁜 걸음으로 경보를 하는 것이 평화롭지 못하다. 그려, 여유있게 아침 새소리도 듣고 골목길에 나와있는 이웃들의 화분도 구경하고......
빌라들이 모여있는 골목길을 걷는 일은 꽃이 피는 화분과 야채가 함께 자라나는 것을 보는 일이다. '아름다움과 실용성'이 함께 하는 이웃들의 가든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내게 있다. 노란 코스모스가 한들거려 쳐다보면 들깻잎이 싱싱하게 올라오고 어린 푸른 고추들이 달려있는 화분들이 보인다. 골목길과 닿아있는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이 심어놓은 것이리라. 야무지게 고추화분과 토마토 화분에 지지대가 설치되어 있다.
행단보도에서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릴테면 건너편 담벼락의 도시미술(?)을 바라보게 된다. 누군가의 디자인 속에는 뭔가 메세지를 담고 있을 것인데 이 지역과 돌고래가 무슨 상관일까. 이 지역이 동해안에 위치한 것도 아니고. 아마도 돌고래가 담고 있는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도시를 순화(?)시킬 의도였을까. 무난하게~~~
버스 정거장 근처에 유혹적인(?) 카페 포스터가 붙어 있다. 신기하게 쳐다보게 된다. '테스'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먹음직한 '딸기'를 바라보는 묘한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이미지이다. 요즈음은 케잌을 '수저'로 떠먹는다고 하지......
정거장에 모인 사람들은 나보다 다들 날씬하다.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은 사람들을 유선 이어폰을 꽂은 내가 힐끗 바라본다. 부럽지 않다. '귀찮어~~~충전시켜야 하고 귀찮어......' 이리저리 이어폰 선이 어지러운 나는 무선 이어폰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뽀글거리는 파마머리를 한 중년과 노년의 연세인 사람들이 보인다. 파마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왜 자꾸 파마를 하는 것일까. 나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예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오랜 시간의 습관을 버리기가 쉽지도 않을 것이고 용기를 낼 시간이 없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들이 '줄'을 서지 않는다. 아침 햇살이지만 뜨겁다. 대충 이리저리 서있다가 무식 용감한 사람이 적극적으로 손을 들면 아무 것도 모르는 버스 운전 기사는 버스 문을 그 앞에 멈춘다. 정거장에 모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누가 자신보다 먼저 와 있었는가를. 온 순서대로 버스를 타라고 교육을 시킬 수도 없고 그냥 버스에 올라탄다. 이곳의 문화인가 보다. '로마에선 로마법을!' 아침부터 불쾌한 말을 내뱉기보다는 그냥 참고 '그러려니'한다.
눈을 감고 첼로 연주를 듣고 버스에서 흔들리다보면 버스가 텅 비어간다. 그리고 내가 내릴 차례이다. 신기하게 버스 멀미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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