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une 18, 2024

거미

 옷을 갈아 입다가 문득 '꿀벅지'가 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점점 팔다리가 가늘어지고 배가 나오는 '거미형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 것인가. 

우연히 유튜브에서 알게된 '초간단 오이 김밥'을 몇 일 손수 만들어 먹다 보니 한 줄로 끝나지 않고 두 줄 이상의 김밥을 입속으로 넣고 만다. 건강을 생각해 몸에 좋다는, 이름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잡곡들을 넣은 밥은 흰 쌀밥보다 친근하지 않고 밥맛이 그닥 좋지 않다. 흰쌀에 다시마를 넣고 고화력으로 지어낸 쌀밥은 참 먹음직스럽다. 탄수화물에 대한 공포심은 뒤로 숨고 촛물을 넣고 가늘게 채썬 아삭한 오이가 들어간 오이 김밥은 상큼하며 아삭거린다. 시큰 달콤한 촛물과 촉촉한 흰밥과 상큼한 오이의 조화는 한 줄로 끝날 일이 아니다. 맛있는 것은 무죄! 나이를 먹을수록 음식을 적게 먹어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웰에이징', '웰다잉' 뭐 이런 단어들을 생각하면 '관리'라는 것을 해야 하는데, 그만 나에게 또 졌다. ㅠ '배불리 먹고' 할 수 있는 관리라는 것은 공원 걷는 것을 평소보다 한 바퀴 더 도는 것으로 마음 편하게 먹고 만다. 반팔 반바지를 입고 힘차게 뛰어가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걷다가 힘을 내어 몇 분이라도 헐떡거리며 뛰어야 한다는 생각은 금세 팔젓기와 발걸음을 더 힘차게 빠르게 하는 것으로 대체되고 만다. 

 꽃답지 않게 여린 연두색 꽃을 주렁주렁 매달은 초록 나무가 인사를 한다. 초록과 연두색의 조화가 특이하여 쳐다보게 된다. 열매가 단단하여 '염주'를 만드는 나무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검색을 해보니 이름이 '무환자나무'이다. 집 근처에 나무를 심으면  환자가 생기지 않는다는 대단한 나무라고 한다. 우와! 눈 앞에 보이는 무환자나무를 보면서 잠시 배부른 '거미'가 발걸음을 재촉한다.  

한동안 맛있는 오이 김밥 앞에서 멈칫거리면서도 또 오이 김밥을 먹겠지 싶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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