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아래 그 나무
월요일 같은 목요일 아침이다. 날씨님이 봄비를 살짝 내린다고 하니 초록 물감을 뿌린 듯, 작은 새싹들은 더욱 초록을 입어 크기가 커질 것이고 시간을 다한 꽃들은 땅으로 떨어질 것이다. 벚꽃 잎이 한올 한올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모습은 언제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낭만적이다. 바람이 데리고 간 자리는 길모퉁이 낮은 곳. 핑크빛 연약한 꽃잎들이 조그마한 섬을 군데 군데 이루고 있음을 보았다. 꽃이 지고 있는 것이다.
시간의 얼굴이다. 피고 지고 지고 피고~~~
너무 빠르게 가버리는 봄꽃 잔치를 잡고 싶어 차를 끌고 멀리 나가고 싶은 마음을 뒤로 하고 동네에서 봄날을 자연스럽게(?) 즐기기로 하였다. 충분히 햇빛을 보지 못하고 그늘에 서있던 벚꽃들이 늦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좀 늦으면 어떠리~~~이것 또한 시간을 감추고 거스릴 수 없는 자연의 얼굴이다. 자신의 잠재력을 꽃 피울 그 시간이 있는 것이다. 가난한 햇빛이어도 뿌리를 땅 속 깊이 단단히 박고 온갖 바람을 견디고 서있는 성실한(?) 나무는 언젠가 나름의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이다. 어찌 그 나무의 깊은 상처를 알 수 있으리요마는, 그늘에서 올린 꽃이 너무 아름답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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