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그리고 찬찬히
4월의 첫날 아침이다. 출근 길에 챙겨갈 우엉차 끓는 소리가 요란하다. 주말에 '실치 축제'에 다녀왔다. 우리나라 지역 축제란 천막 치고 음향 시설 갖다 놓고 노래 부르며 흥을 올리고, 먹고 마시는 음식으로 귀결된다고 하는데 다른 나라 축제도 비슷한 것 아니겠는가. 결국 입이 즐겁자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 들이기로 한다. 다양한 볼거리가 결여된 행사에 '축제'라는 말을 붙인 '서민 문화'의 예가 아닌가 싶다.
주인공인 '실치' 외엔 그닥 볼거리도 없었지만 바다가 옆에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실치를 야채에 함께 가득 몸 안에 넣은 사람들은 바닷가를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서성인다. 고운 모래 사장이 아니다. 잘못했다가는 발목을 삘 수 있는 위험한 상태라는 것을 인지하였다. 겸손히 고개를 숙여 바다가 길러낸 '바다 석화'를 들여다 본다. 얼굴을 들어 먼 바다를 바라 볼 수가 없었던 것은 유감이다. 그나마 해풍에 깍여 나간 기암괴석들이 주는 기괴함이 있기도 하였다. 바위틈 사이로 뿌리를 내린 분홍색 진달래를 보게 되었다. 진달래다! 그래, 찬찬히 들여다보니 볼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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