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rch 25, 2024

나의 겸손함

 비오는 화요일 아침이다. 주말에 담은 봄 김장 김치가 김치 유산균을 만드느라 부글거리며 시큰한 냄새를 피운다. 적당한 용기를 골라 나누어 정리를 하였다. 김치는 언제나 맛있다. 김치는 살을 찌우는 일등공신으로 위험한 음식이다. ㅋ 눈에 보이지 않게 냉장고 깊숙한 곳에 넣어 버렸다. 앞서 담은 담백하고 시원한 열무 물김치를 먹어야 하는 과업을 생각했다.

봄비가 내린다. 더디 오던 봄이 성큼 와버렸다. 하얀 백목련은 언제나 우아하고 아름답다. 아파트 베란다 풍경에서 바라보았던 백목련이 싹뚝 잘려져 나간 것을 보았다. 어찌 이런 일이... 건물 가까이에 있다보니 내가 알 수 없는 문제들이 있었나 보다. 다시는 그 하얀 우아함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가득이지만 어쩌겄는가. 영원한 것이 없다. 대신 나는 사진이 있지 않는가.

어제는 올해 들어 세번째 면접을 보았다. 첫 면접이 있던 날의 떨림을 생각하면 전혀 떨림감이 없다는 것이 문제일까 아니면 벌써 마음에 군살이 생겨 감각이 없는 것일까. 두배 수의 면담자들과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침묵을 지키려던 결심은 쉽게 풀리고 말았다.ㅋ 서로의 정보를 주고 받으며 어쩌면 일년 동안 서로의 의지가 되어 줄 동료들 아닌가.  서로가 경쟁자지만 선택은 우리에게 주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음이다. 선택은 면접관으로 앉아 계시는 분들의 선택일 뿐이다. 경계심을 풀고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보니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았다. 

면접에서 두번의 낙방을 경험한 난 면접요령을 스마트폰에서 검색을 해보았다. ㅋㅋ 쉽사리 할 수 없는 방법을 결국 실행하고 말았다. '제가 보기와 달리 아주 겸손합니다. 그리고 눈치도 빠르고 정신연령도 아주 낮아 소통에 문제가 없습니다.'

 면접관을 곤란하게 하는 어울리지 않는 불쌍한(?) 호소는 당당하게 보이는 멋진 사람이 취할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두번 면접에서 떨어지고 얻게 된 생각은 혹시 활기찬 에너지와 기가 세어 보이는 인상이 누락의 주 요인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내기 어려웠던 것이다.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애절함에, 면접실에 앉아있는 모두가 곤란함을 숨기려는 듯 소리내어  화기애애 웃고 말았다. ㅋ

최근까지도 동종 업종에 경험이 있는 다음 차례의 대기자는 궁금해했다. '뭘 그리 재미있게 면접을 하셨나요?'

오늘 발표가 있는 날이다. 되면 좋겠지만 안되어도 더 좋은 문이 나를 위해 열릴 것을 믿어 버린다.  아직도 난 변함이 없다. 날 뽑지 않으면 국가적인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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