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March 24, 2024

적자생존

먼 윗층에서 이른 아침인데 세탁기를 돌린다. 덩달아 세탁기를 돌리고 싶었지만 이것은 아니다 싶다. 밤새 전전반측 잠을 못이루다 동이 터오는 시간에서야 잠든 누군가의 귀한 잠을 방해하는 것일 것이다. 누군가는 생계를 위해 대리 운전을 하고 새벽에야 들어와 잠이 들었을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 조금만 참았다가 세탁기를 돌려야겠다.

해야 할 일들이 많은 월요일 아침이다. 일단 이메일로 서류를 보내고, 두군데 문의 전화를 하고 방문 약속을 잡아야 하고,  면접 방문해야 할 곳이 한 곳이다. 적고보니 그리 복잡하지 않은 일이다 싶다. 역시 '적자생존'인 모양이다. 

아침 커피에 우유를 넣어 마시는데 우유를 넣지 못했다. 마음이 바빠서이다. 냉장고 문을 열고 우유를 꺼내어 넣기만 하면 되는데 그것을 허할 수 없을 정도로 아침이 분주했나 보다. 아, 지난 주말에 담은 김치를 김치 냉장고에 넣어야 하는 중요한 일이 있다. 추운 바람을 견디고 자라난 월동배추가 환경탓으로(?) 질길 것 같았는데 달고 부드럽다. 김치 냉장고에 제자리를 만들어 주면서 냉장고 정리 하기 좋은 날이 오늘 월요일 아침이다. 

김치 냉장고에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을 김치 생각을 하니 위장이 뿌듯해지며 힐링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살다보면 연을 쌓을 필요 없이 서둘러  제거 삭제를 해야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먹고 살려고 잔머리를 굴리고, 이해득실을 따져 자신이 뱉은 말을 뒤집고 치사한 행동을 일삼는 모습은 불쌍하기도 하면서 씁쓸하고도 구린 뒷맛을 남긴다. 그런 개념없고 양심없는 사람이 세상을 잘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들때도 있다.  그려, 휙 지나가도록 하자. 남기고 간 구린 냄새에 계속 사로 잡혀 있으면 안된다. 창문을 열고 휙 내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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