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괜찮아'란 말이 좋다. 예전엔 그리 와닿지 않았던 말이다. 누군가 나를 토닥거리며 주었던 말, '괜찮아'란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단어가 가진 따뜻한 온도를 애써 외면하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뭐가 괜찮아.' '하나도 안괜찮아!'
때로는 안부를 물으면 그냥 그렇게 대답해야 할 것 같아 괜찮다고 말한 적이 내게도 있었다. 사실 괜찮지 않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괜찮다'라고 말하면 삶의 쓰라림과 고통이 크기를 줄이며 마음 속에서 얌전해지는 것을 느낄 때도 있었다.
난 지금 내가 괜찮다! 이제 누가 '할머니'라고 불러도 반항하지 않는 나이가 된 지금에서야 모든 것이 괜찮다. 하루가 망쳐도 괜찮고, 실수해도 괜찮다. 살다보면 그럴 때도 있는 것이다. 받아 들인다. 최근에 보았던 면접 결과를 기다렸지만 아무런 문자나 전화가 걸려 오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괜찮다^^ 내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주말에 봄김장을 하기위해 20키로 해남 절임배추를 신청하고, 이불 정리를 하고......해야 할 일들이 빽빽하다. 그리고 나에겐 아직도 12척의 배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나 아직도 불확실한 일에 앞서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고 있지 않는가.
엘리베이터에서 어떤 분이 '예술가'이냐고 물었다. 머리 위에 쓰고 있는 모자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이냐며 되물었다. 더 이상 작품을 하지 않고 있는 내가 사용하면 안될 것 같은 단어가 되어버린 '예술가'란 단어를 유독 많이 들었던 어제였다.
그때의 내가 아닌 내가 지금 여기서 살고 있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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