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March 20, 2024

할머니의 봄 수세미

 

윗집에서 공사를 하는 날이나 보다. 콘크리트를 파헤치고 문제의 난방 배관을 찾아 교체하는 공사이다. 단단한 콘크리트를 깨부수는 소리는 참을 수 없는 칫수의  굉음이다. 밖으로 피할 방법이 없다. 귀를 틀어 막아야 한다! 엊그제 보았던 소음 방지용 귀마개를 찾아야 한다. 한참을 뒤적이다 운좋게 발견을 하였다. 두 귀를 틀어막고 있자니 그 무지막지한 소리가 덜 들리는 것 같다. 작동되고 있는 것인지 노트북 키보드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앉으신 어르신이 내게 선물로 주신 수제 수세미이다! ㅎㅎ 세상이 아직 밝고 착하다. 도란도란 옆자리에 앉으신 친구에게 하는 말씀을 듣고 있다 그만 못참고 친절한(?) 안내의 말씀을 드렸더니만 감사의 뜻으로 가방에서 뒤적뒤적 수세미를 찾아 건네주신다. 

봄이다! 수세미가 봄이다!! 진달래 개나리 그리고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연초록~~~

두겹 수세미는 세재를 많이 먹고 거품이 많이 일어 물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는 피드백을 참고 하여 홑겹으로 수세미를 짰다고 하신다. 실값도 많이 올랐다고......요즘 안오른 것이 없다고......

친절한 어르신은 우리 아버지보다 한살이 어리시다. 울 아버지 오늘 하루 잘 보내시고 계시겠지. 병원 다녀와서 텃밭에 나가시고 열마리 고양이 부대에게 밥을 주시겠지 싶다. 그리고 외로움에 술 한잔 걸치시고 일찍 주무시러 갈 것이다. 이따가 전화라도 한 통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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