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오래
'오래오래 꼭먹하세요' 아침 티비가 꺼지면서 뒷통수에 에코처럼 말하는 광고이다. 이른 아침 방송을 보는 사람들의 정보를 이용한 광고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노년층을 향한 아침 광고는 잇몸, 관절, 치매보험을 다루는 것으로 보여진다.
오래오래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는 말을 부쩍 많이 듣게 된다. 온식구가 함께 밥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던 옛날에 '후딱'먹고 일어나 아침을 출발했다. '빨리빨리' 움직여야 하는 세상에서 느리터지게 꼬약거리며 밥을 먹고 있다가는 미운소리 싫은 소리 머리 위로 쏟아지는 것이다. 오랫 동안 필요에 의해 굳어진 '빨리' 먹는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아무리 입안에서 '요리조리' 음식을 돌려 씹으며 '오래 오래' 씹어 먹을려고 해도 의도와는 달리 '대충' 꾹꺽하는 모자란 모습은 항상 반박자씩(?) 나중에 보이는 법이니까. 그래도 오래오래 꼭꼭 씹어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오늘도 다짐해 본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어안이 벙벙하다'라는 말은 어이없어 말을 못 하고 있는 혀안 즉 혀안쪽이 벙벙하면 말하기가 어려운 상태를 뜻한다고 한다. 놀랍거나 기막힌 일을 당하면 황당하여 어리둥절할 때 흔히 사용하는 말인데 '어안'이란 말이 어떤 말인지 검색을 해보았다.
미국유학시절 에세이를 쓰면 늘 지적받던 부분이 '주어'가 실종되었다는 점이다. 행위의 주체를 밝히지 않고 불분명하게 글을 쓰는 습관은 문화에서 비롯됨을 인식하였다. 분명하게 말하면 안되는 분위기에 놓여있다는 것이 조금은 불편하지만 너와 내가 있는 문화이니 존중하고 나부터 개선하면 되는 것으로 알았다.
'소통'의 어려움은 서로를 살피지 못한 배려없는 마음에서 비롯되던지 혹은 선을 넘지 않으면서 의사를 전달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기본적인 예의도 없이 행해지는 일들은 분명 당하는 쪽은 어안이 벙벙한 일이지만 당당하게 무례한 처신을 하는 선택을 내린 데에는 분명 나름의 이유가 있으리라 짐작하고 마는 것이다.
가끔은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나라가 망하는 일도 아니고 목숨을 빼앗는 일도 아니니 그냥 '통과'한다. 뭔가 잘하려고 하는 '생산적인' 행동을 하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사소한 일이라는 것이다. 나중에 알고보면, 다들 잘할려고 했던 언행의 부조화가 아니던가. 덕분에 사람을 이해하려는 심리적 색감이 다양해지는 경험을 하고 있지 않는가. 이 또한 살아있다는 증거임에 틀림없다.
무더운 여름이라, 여유있는 옷에 자꾸 손이 간다. 여유있는 마음을 챙겨 밖으로 나가본다.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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