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uly 20, 2023

뭣이 중헌겨

 밀린 신문은 구문이 되어버렸지만 쉽게 버리지 못한다. 읽어야 할 신문이 밀렸다는 것은 아주 바삐 잘(?) 살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 수 있다. 분주한 그 순간에  일들이 순서 없이 쓸려 밀려오는 것은 심리적인 부담감 탓인가. 

오래 기다린 좋은 소식을 즐기기 위해, 시간을 특별하게 꾸미는 것은 삶에서 꽃처럼 필요로 하는 일이라는 것을 늦게나마 깨달았다.  기쁨과 즐거움을 기꺼이 성실하게 누리다보면 행복한 삶을 살았다 돌아 볼 수 있으리라 본다. 

아파트 전기 안전점검 공지가 붙은 이래로 사실 신경이 쓰이긴 했었다. 전기 없는 무더운 여름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에 대한 시원한 해결책이 없었는데 오히려 절전 덕분에 시원하고 즐거운 시간을 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떤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삶의 모양과 색을 정하는 것 같다. 

시원한 파도소리와 바람이 있는 바다로 나갈 이유들이 선명해진다. 그려, 무작정 그냥 바다가 있는 곳으로 나가 보는 것이다. 서해안 바다는 동쪽 남쪽의 바다 보다는 맑고 투명해 보이지 않지만 가깝지 않은가. 그러면 족하다! 석양과 함께 오랜 기다림과 인내를 감사하고 그 인내로 맺힌 결과를 축하해 보는 것이다. 

극한가격의 외식을 하고,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커피숍에 앉아 있자니 이만하면 고급지게(?)행복하다 싶은 족한 마음이 들었다. 장마중에 나온 햇살이 고맙고, 은빛으로 빛나는 바다가 멋져서 고맙고, 붉게 물드는 하늘과 바다가 있어서 감사하고... 바다가 석양에 물드는 광경은 언제나 질리지 않다. 극한 외식비를 지불하고도 모처럼 돈이 아깝지 않은 마음이 들었다. 즐겁고 행복했다는 증거이다.ㅋ

외식 물가가 비싸고 커피 값이 비싸도 사람들이 소비를 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싶은 마음도 들었다. 바닷가 근처에 공사를 멈춘 건물도 보이고, 공사는 했으나 불이 꺼진 멀쩡한 식당도 보였다. 다들 안녕하신가 괜시리 걱정이 되었지 싶다. 공사를 멈추어야 했던 이유와 가게 문을 열지 못하는 사람들의 아픔이 느껴진다. ㅠㅠ

바닷가엔 항상 갈매기들이 모여있다. 갈매기 하면 동반되는 과자가 있으니 그 유명한 새우깡이다. 아직도 갈매기들에게  새우깡을 주어도 되는겨? 야성의 동물들에게 먹이를 함부러 주어서는 안된다고 알았는데 새우깡을 주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젊은 부부들이 새우깡을 던지니 갈매기들이 모여들어 새우맛이 나는 과자를 주워 먹는다. 유명 관광지의 달아진(?) 갈매기가 아니어서 그런 것인지 멋지게 공중부양을 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새우깡을 옹기종기 주워먹는 갈매기들은 쇼적(?)이지 않았다. ㅠㅠ

예전에 아이들이 어렸을 때 만났던 해운대와 석모도 갈매기들이 생각났다.  비행을 하면서 사람들이 새우깡을 공중으로 뿌리면 날쌔게 낚아채던 모습, 낚은 갈매기 입에서 또 낚아먹던 갈매기 ㅋㅋ 근처도 못오고 날고만 있던 갈매기... 그속에도 조직이 있었지 싶다. ㅠㅠ 높이 나는 갈매기는 새우깡을 먹지 못했다.(ㅋ 안먹은 걸까?)

땅에 떨어진 새우깡을 주워먹는 갈매기를 보려고 젊은 부부가 새우깡을 마련하지는 않았을 것인데, 갈매기들이 순진했다. 한편, 야성적으로 살아야 할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쉽게 주어서는 안된다고  감히, 굳이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뭣이 중헌겨! 즐거운 시간을 누리소서~~~

장마 틈 사이로 귀하게 나온 햇님의 얼굴에 사람들은 행복한 얼굴이다. 맑은 귀한 날을 선물로 주고 붉은 얼굴로 사라지는 모습에 바라 보는 우리의 얼굴들이 불그스레 취했다. 태양이 바다 위로 넘어가지 않고 산쪽으로 넘어가, 바다에 번지는 붉은 노을빛의 리플렉션(반영)이 약해 위치적인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서 다시 날을 잡아 아직 가보지 않은 바다에 나가 볼 참이다. 

사소하고도 소박한 행복을 챙기는 삶을 살아보기로 결심해 본다. 결코 위대할 일 없이, 부끄럽지 않게 살아 보기로 약속해 본다. ㅋㅋ 맨날 결심ㅋㅋ 그래도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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