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비
오늘도 날이 흐리고 비가 내린다고 하니 큰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가야겠다. 고급지게(?) 에어컨을 켜고 자는 것도 하지 못할 일이라고 아침부터 코가 훌쩍거린다. '냉방병'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며칠 후 전기 안전 점검 때문에 절전이 된다는 아파트에서 붙인 붉은 색이 많이 들어간 공고문을 기억하자면 전기 없는 어느 오후가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장마때 어디로 피신을 간단 말인가. 점심을 먹고 동네 커피숍에 가서 앉아 있을까 아니면 시원한 지하상가에 가서 걸어 다니다 충동구매를 할까 아니면 시원한 곳이 어디있을까? 아, 백화점? 비가 온다니 창문도 못열것이고, 전기가 없으니 선풍기도 돌리지 못할 것이고 그 후덥지근하고 숨막히는 더위를 피할 곳을 찾아내야 한다.
어제는 비가 하루 종일 내릴 줄 알았더니 돌연 햇살이 내리쬐는 시간을 허해서 당황했다. 우산을 양산삼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다시 변덕을 부리며 비를 내렸다. 종잡을 수 없는 기후탓은 다 인간 우리탓이라고 한다. 급격히 변하는 자연환경에 10년후의 생활도 상상하고 싶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물론 난 더 늙고 진정한 '노인'으로 진입하고 있을 것이다. 부디, 관절이 튼튼하여 어디든 잘 걸어다니길 소망한다. 별 거 바라지 않는다. 잘 걸어다닐 수 있게...(언제 시간을 내어 무릎 연골 사진이라도 찍어 봐야겠다.)
현재, 지금은 어떠냐고? 잘 먹고 잘 걷고 그런대로 자고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예술가로서 기본적인 '창작욕구'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없으면 없는대로 살만한 것 같다. '거기까지'였는지도 모른다며 집착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인지 아니면 소진을 다한 것인지 분명하진 않지만 그 중간 어딘가에 답이 있을 수도 있겠다.
최근에 출근하는 곳에서 알지 못했던 것들을 이모양 저모양으로 배우고 있는 사실은 작지 않은 진보라 할 수 있다. 신문물(?) ㅋㅋ을 익히고, 정신의 근육을 키우고 이 정도면 마음 가득 충만한 행복 누려도 되지 않겠는가. 바보스럽게, 우직하게 한 길을 쭈우욱 깊이 파지 않은 것은 자신에게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냥, 내려놓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을 포기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뭐라도 만들고 싶은 창작욕구가 다른 형태로 실현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굳이 캔버스와 작품으로만 나타낼 이유가 있겠는가 하는 나름의 합리화를 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지켜본다. 불쑥 찾아오는 알 수 없는 정체감은 그렇게 내비 두는 것이다. 그냥 그렇게 바이바이~~새 작품도 만들지 않고 보여줄 것이 없는, 나누어 느낄 수 없는, 아무 영향력이 없는 그런 가난한 사람이 된 모양이다.
그래, 오늘도 밖은 비가 내린다.
괜히, 비오니까 개똥폼 잡은 그적거림이 되고 말았다. 그냥 산다! 오늘도 비오니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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