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ly 17, 2023

찹쌀 도너츠와 와플

 마침내 간만에 책 한권, '물고기는 없다'를 읽어냈다. 책을 덮고 떠오르는 한 단어가 있어야 하는데...ㅋㅋ '아, 저녁 해야겠다'이다. ㅋㅋ 부끄부끄러운 모습이지만 현실이 그렇다. 책을 덮고 보리와 쌀을 섞어 씻어 놓고 빵집에 다녀오는 길이다. 정제된 밀가루로 만들어진 음식을 피해야 하는데 달리 아침을 만들 뾰족한 대안을 아직 찾지 못해 잡곡이 들어간 식빵을 선택했다. 

우산과 양산 사이에서 멈칫거리다 양산을 들고 나가도 7월의 저녁 여섯시의 여름 해는 아직 쨍쨍거리며 존재감을 보여주며 뜨겁다. 그나마 비가 오지 않은 날이 있어 다행이다. 뜨거운 햇살과 오랜 비로 야채들이 물러져서 여름살이가 더 어려워질 것 같다.  얇아지는 지갑에 덜 먹고 덜 쓰려는 결심들이 많아져 연쇄적으로 장사하는 사람들도 힘들어진다는 뉴스가 심란함을 구체적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아침 먹거리의 혁신이 있어야 하는데...무엇보다 현실에 맞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과일과 야채를 갈아 먹는 해독쥬스도 만능이 아니고, 밥을 먹자니 반찬을 대동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고... 간단한 지중해식 싱싱한 아침을 준비해야 하는 소명이 주어진 지 오래다. 일단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하지 않는 것으로 조금씩 바꿔 보는 것이다. 

'찹쌀 도너츠와 와플'이란 글자가 적힌 푸드 트럭이 아파트 길목 좋은 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면 조금은 흔들리다 제자리로 돌아온다. 맛있겠다! 이제, 먹지 못할 달콤한 이름들이다. 기름으로 튀겨낸 찹쌀 도너츠와 달콤한 와플은 피해야 한다. 단순 탄수화물과 설탕이 만성염증을 일으켜서 노년의 삶을 힘들게 한다니 피해야 한다! 유혹을 견뎌낸 발걸음이 집안으로 무사히 들어왔다. 

'마음의 양식'을 오랜만에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받아 들였으면 예의를 다해 적어보긴 해야한다며 노트북 앞에 앉았다. 책속에서 나오는 '민들레'의 이야기는 잊혀지질 않을 것 같다. 일찌기 미국시절 잔디밭에 있었던 잡초 민들레와 이곳 한국에서의 쓰임새 많은 귀한 민들레의 경험이 책속에 있었다. 미국으로 시집간 한국 며느리가 정원에서 민들레 잎을 채취해서 쌈을 해먹었더니 미국 시어머니께서 별 잡초를 다 먹는다며 못마땅해 했다는 웃픈 이야기를 증언처럼 듣지 않았는가. 문화충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떤 경우엔 민들레가 잡초지만 민들레의 가치를 아는 어떤 곳에서는 약초인 것이다. 함부러 오만하게 우열을 가리지 말고 자연에 대한 겸손함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여물고 있음을 본다. 

푸른 잔디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씨를 쉽게 퍼뜨리는 민들레는 잔디의 적이다. 퍼틸라이저라고 불리는 비료를 사서 일년에 한두번은 뿌려서 제거해야 할 민들레는 한국에서 보기가 어려운 것 같다. ㅋㅋ 몸에 좋으니 사람들의 손을 타는 모양이다. 버릴 것이 없다는 민들레! 어느날 동네 공원을 걷다 민들레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관리소홀한 동네 공원의 잡초들을 보며 잡초들속에 신비로운 약초의 기운이 있다고 알려지면...가정문을 늘 생각한다. ㅋ

물질적인 가치로 모든 것을 쉽게 재단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자신 또한 그런 물질적인 가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정신적인 가치가 무모하여 모욕감을 받은 적도 없지 않았다. 야멸차게 상품적인 가치로 사람을 판별하는 사람들도 있고,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챙겨 주며 넘어지지 않게 잡아 주는 사람들도 있다.  꽃같은 사람 잡초같은 사람 어울려 함께 사는 세상이란 것은 알고 있지만 인간은 모두가 이기적이다. ㅋㅋ 인정! 

그러니 겸손해야 한다. 갑자기? ㅋ 

'사랑은 행동, 소유, 사용이 아니라 존재에 만족하는 능력이다.'-에리히 프롬(사회 심리학자, 정신 분석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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