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rch 13, 2023

50%

 첫날의 소감은 '피곤하다'이다. 생각보다 덤벙거리고 생각보다 학습능력이 없다는 자평을 한다. 이 나이에 새로운 것을 배우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이렇게 젊은 친구들과 함께 공부를 시작하려는 자체가, 반은 성공한 것이라며 흰머리 많은 나를 위로 격려하는 분은 친절하였다. 교실 문앞에 '꿈, 도전, 열정' 이런 진취적인 단어가 굵은 고딕체로 붙어 있었다.

언제나 선택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선택을 결정하고 그리고 행동으로 옮긴 그 과정 또한 쉽지 않았기에 '반은 성공'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만 같았다. 이제 앞만 보고 쭉 달리면 되는 것이다. 달리려는 마음 너무 조금했을까. 수업시간을 잘못 알아서 '한 시간 반'이나 빨리 도착하는 어리숙한 모습 들키고 말았다.ㅋㅋ 나이를 숨길 수 없다. 아무래도 숫자 앞에 서있는  '멍청한 모드' 켜진 것 같다. 당황하지 않고 수업 시간을 기다리며 스마트 모드를 켜려고 마음을 진정시켰지 싶다.ㅋ

분명 한국말인데 영어로 수업을 받는 그런 느낌은 언젠가 경험해 본 그것이다. 머리에 쥐가 난다고 해야하나 자신이 바보가 된 느낌 ㅋ 암흑기에 너무 드러누워 있어서 머리세포가 쭈그러든 모양이다.ㅠㅠ 처음이라 그렇지 이 바보야!

수업이 끝나고 바삐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당황의 연속이었지 싶다. 신호없는 건널목에서 어떤  허름한 행색을 하고 있는 아저씨가 넉넉하게 먼저 차 지나가다록 수신호를 보내고 서 있었다. 줄지어 서있는 차가 다 지나가려면 한참이나 서있어야 할 판이다. 당당하게 손들고 길을 건넌다는 표시를 하니 앞차가 멈춰선다. 지금도 내가 어찌 행동을 했어야 했는지 잘 모르겠다. 보행자 우선 아닌가? '차들만 바뻐 나도 바뻐' 이런 마음으로 손들고 길을 건넜지 않은가. 바로 그때 뒤에서 시간 많아(?) 착한 행동을 하던 오지랖 아저씨가 소리를 지른다. '물건 떨어졌어요~~~' '휑'하고 머리를 돌려 돌아다보니 물건이 가방에서 탈출을 했다. 만화같다!

그 오지랖 있어 보이는 착한 아저씨 때문에 새로 구입한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등가방의 자크는 항상 구석진 곳으로 두어야 한다는 새로운 사실 하나를 배우면서 건널목 착한 아저씨의 배려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선한 마음으로 타인에게 친절한 사람 되어 보자고 다짐한다. 으쌰으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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