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rch 07, 2023

2막을 준비하며

'인생의 2막'이란 말이 내게로 왔다. '노화' 이런 단어가  자신의 것이 될 것이란 생각을 일찌기 하지 못하고 결국 문을 열고 들어오는 '시간의 공평함'에 당황하게 된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 좋은 사람, 나쁜 사람 할 것 없이 결국엔 종착지가 있는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새삼 인지하게 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신이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나이가 점점 상향하고 있다고 한다. 대체로 70이 넘어야 '노인'이라는 말을 들어도 덜 억울할 정도로 신체적, 정신적,사회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국가의료보험으로 검강검진과 병원 방문을 자주 하다보니 병에 대한 관리를 쉽게 할 것이고, 사회문화센타에 나가 취미 생활을 하며 친구도 사귀고 하니 정신적 사회적으로 건강할 것이니 그럴만도 하다. 지난 날 수영을 할 때 만났던 '언니'라고 불렀던 여사님들은 어쩌면 건강한 노년의 삶을 꾸리고 사는 분들이 아니었나 싶다. 

'고독'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 노년의 시간에서 수다를 떨 친구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인 일이다. 밥먹자며, 커피 마시자며 다가왔던 모두가 이미 '고독'의 무서움을 알고 있지 않았나 싶다.  세상에서 즐거운 일 하나가 남 뒷담화하는 것이라고 한다. ㅋ 삼삼오오 모여앉아 거창한 이야기 하는 것 아니지만 서로 실없는 이야기라도 귀담아 들어주며 편들어 주고 박수쳐주는 그 일련의 행동들이 개인의 정신건강을 챙기는 것으로 또한 애국적인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싶다. 

'역마살'이라고 불리는 말이 있다. 현대에선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는 운명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삶의 터를 자주 옮겼던 것 사실이다. 한 곳에 정착하여 오랫동안 삶을 꾸려나가는 것은 어쩌면 운이 좋은 삶일 수도 있겠다. 부럽지만 그 안정적인 삶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 들이기로 했다. 유목민적인 삶을 살기위해서는 삶을 간단하게 꾸려야 한다고 한다. 삶을 단순하게 꾸린다는 것은 결코 쉽지가 않다. (그래서 폭풍의 시간이 있었나 보다.)

개인적인 '폭풍의 시간'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작품을 없애는 일이었고(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다음은 책을 버리는 일이었을 것이다. 평생 끌고 다녔던 책들을 버리는 일은 막상 하고 보니 개운하고 좋았다. 아상하게 좋았다! 그리고 옷을 버리는 일도 어려웠다.ㅋ 나름의 이유가 있고 특히 추억이 있는 옷은 더욱 그리하였다. 머리골치가 지근거린 일이었지만 가끔은 그 폭풍이 감사할 때도 있다. 어쩔 수 없이 치루어야 할 정신없는 휘몰이였지만 덕분에 정리를 하게 된 것이니 말이다. 

2막을 준비하며 버려야 할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버려야 새로운 에너지를 넣을 공간이 생기지 않겠는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조금은 억울하지만 버려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는 요즈음이다. 1막은 1막대로 의미가 있지 않은가. 그때는 그것이 자신을 자신답게 했던 것들이고 이제는 1막을 졸업하고 2막을 살아야 한다. 2년의 시간이 아직 남아 있음을 감사한다. '할 수 있어!'

'할 수 있겠어요?' 어제도 이 질문을 들었다. 그 뾰족한 질문에 순간 짱짱한 '오기'가 나긴 했지만 얼른 ㅋ 다른 대안을 선택하기로 했다. 부쩍 이 질문을 자주 듣게 된다. '모든 것이 나이 탓이다!' 아니, 실력도 모자라다!

그래, 살살 달래며 무리하지 않고 2막을 펼쳐야 하는 것이라며 얼른 주제 파악하기로 한다. 일단 사회에 도움이 되는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곳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그 곳에 가면 좋은 사람들과 만나게 될 것이라는 소망을 갖고 오늘 하루도 화이팅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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