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rch 06, 2023

화요일 아침의 뱃살

'염자'와 '까라솔'에게 물을 주고 아침을 시작한다. 묵은둥이 염자가 어린 잎을 내어 놓으면서 시들시들 말라가는  마음 짠한 그림을 마주하다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안녕'을 고할 때가 된 모양이다. 새로 내놓은 새싹들을 모아 적당한 새집을 마련해 주었다. 그렇게 다음 세대가 시작된 것이다. 

선물받은 묵은 둥이 '염자'를 잘 키우지 못했던 이유 첫째는 선인장임을 알고 물을 너무 주지 않아서였고, 두번째는 왕성한 생명력을 믿고 심한 가지치기를 무식용감하게 단행하여  몸살을 앓게 만들었고 세번째는 멋지게 무럭무럭 자라라며 큰 화분의 집을 주었기 때문이다.ㅋ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고 과습하지 않으려고 물이 잘빠지도록 흙도 넣어주고, 햇빛 좋은 곳에 나름 적당한 터를 마련해주고  여름엔 한달에 두번, 겨울엔 한번 물을 주었지만 이상하게 잘 자라지 않고 시들시들한 것이다. 묵은둥이가 시간을 다한 것일까? 역시 선인장과는 화분이 작아야 하는 것이었을까? 묵은둥이가 남기고 간 어린 줄기들을 작은  노란 스마일 얼굴이 있는 작은 티주전자에 집을 마련해 주었다. 뿌리를 내리고 새로 싹을 아주 귀엽게 올리고 있어서 얼마나 큰 다행인 것인가. 외목대로 풍성한 자태가 있는 그림을 포기한다.ㅋ '그냥 싱싱하게 잘 자라만다오.'

다음은 '까라솔' 이야기이다. 푸른 잎에 붉은 색을 더한 화려한 까라솔을 선택할 때, 화분집 사장님의 키우기 살짝 어렵다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탓으로 마음 고생을 했지 싶다. 길가에서 여름햇살과 장마비를 견딘 까라솔을 보며 '강인한 생명력' 이런 멋진 단어를 생각하며 감히 집안으로 들여온 까라솔은 까다롭다. '시들시들' 말라 속절없이 잎이 떨어진다. 만지는 것을 싫어한다는 까라솔은 예민하다. 길가에서 맛본 뜨거운 여름 햇살과 하늘에서 내리는 달콤한 비맛을 잊지 못한 것이었을까. 풍성했던 까라솔은 몇줄기만 남기고 말라 떨어지며 사라졌다.ㅠㅠ그리고 그 화려한 붉은 기운도 퇴색했다.ㅠㅠ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으로는 부족한 모양이다. 그래, 어쩔 수 없다. 또 다시 최선을 다하겠다는 처음 환타지한 마음을 내려놓고 작은 집, 주사위 패턴이 그려져 있는 컵에 작은 집을 마련해 주었다. 그런대로 잘 견디고 있는 것일까. 아직 살아있다. 어쩔 수 없이 살기로 마음 먹었을까? '이번 생은 어쩔 수 없다.'

'언니, 이번 생은 내가 왕비여' 얼마나 잔인한 문장인가. 텔레비젼 광고에서 이쁜 여배우가 왕관을 쓰고 하는 말이다. 공주, 왕비, 여왕 이런 말이 점점 갖고 있는 사전에서 제거되는 현실이다.  '뱃살왕비' 그리고 '햇살왕비'로 살기로 한다. 보암직도 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물질적인 왕관 없지만 맑은 햇살 가득한 햇살왕비로 말이다. 뱃살은 당연한 악세서리~~~ 이번 생은 어쩔 수 없다. 쿨하게 받아들인다. 졌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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