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March 08, 2023

당당하고 꼿꼿한

 인터넷에서 '두유'를 주문 구입했더니만 유통기한이 3개월 남짓 남은 물건을 보냈다.  한 박스가 분리되어 덤으로 배달된 것을 보고,  주문 내력을 확인하느라 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떨었다. 결국엔 유통기한의 숫자를 보고 알게 되었다. '혹시'? '미안한 마음에 한 박스를 더 보내드리오니 그냥 드시와요' 이런 메모는 없었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두유 한 박스와 유통기한의 숫자는 상당히 당황스럽고 불쾌하다.

당당하게 반품교환 신청을 한다. 웬만하면 반품하지 않고 그냥 살았던 물렁한 태도를 바꿔 귀찮아도 노력해야 한다. 정직하지 않는 얄팍한 상술에 당당하게 저항해야 한다. 유통기한 얼마남지 않은 물건 팔 자유는 당신에게 있지만 나 또한 그런 물건 구입하지 않을 자유와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왜 당연한 말을 하고 있냐고? (ㅋ 긍게 말이다.)

미국 땅에 심어놓은 수선화가 노랗게 올라왔을 시간이다. 추운 겨울 동안 땅속에서 움추리고 있다가, 동네에서 제일 먼저 노란 꽃을 피워 봄임을 알렸던 노란 수선화를 잊을 수 없다. 온실에서 곱게 자란 수선화와 달리 나의 수선화는 당당하고 꼿꼿하였다. 얼마나 위대하고 아름답던지요. 하지만, 이른 봄날의 변덕 때문에 상처 입던 수선화의 모습도 기억난다. 야생의 삶이란 고통을 동반하는 그런 것이다. 

'이 나이에(?) 온실에서 나와 야생의 환경에 놓이고 그러면 안되는데...' 원래 야생살이 했던 것처럼 밖으로 나가야 한다. 처음 적응기가 어렵겠지만 잘 버티어 생존해야 하며 그리고 생존할 것이다. 조금은 당당함이 무너지고 꼿꼿함이 무더져도 할 수 없다. 적응한 자만이 살아남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는 말을 상기 시키지 않을 수 없다.

정원에서 나무를 심고 꽃을 키우던 시절(40대), 내 정원의 수선화는 보란듯이 어두움과 차디찬 환경을 견디고 이른 봄에 당당하게 꼿꼿하게 다시 일어났다. 외형적인 부차적인 지난 잎들을 잘라내고, 내적으로 단순하게 근본적인 것을 압축하여 땅속에서 어둡과 차디찬 시간을 견뎌 꽃이 더욱 아름답게 건강하게 피웠던 것을 기억한다. 

수선화의 겨울나기에서 힘을 얻어야 한다. 고통뒤에 얻어지는 평화로운 순간이 행복이라면 기꺼이 맛보고 싶다. 으쌰으쌰~~~

                                               Yellow Spring, Oil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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