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anuary 06, 2023

New Time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는 것들로 새로운 시간앞에 차려야 하는 것 알면서도 자꾸만 마음속에 푸석한 지방살이 차올라 가라 앉는다. 묵은 해도 어느 하루처럼 보냈다. '송구영신'이란 말이 가물가물 떠오르지도 않았다. 묵은 것들을 털어내고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일 기본적인 자세가 결핍된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마땅찮은 일이다. 특별할 것 없이 하루 세끼를 챙겨먹고, 건강프로그램에서 쏟아내는 유익한(?)정보와 상업적인 전략에 걸려들지 않으려고 바삐 티비 채널을 바꾸지만 내심 불안하다. 건강에 대한 불안과 늙는다는 공포에 어느덧 휩쌓이고 만다. 늙는다는 그런 것일까 아니면 꿈이 없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생각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닐까. 무엇인가 열정적으로 빠져 있으면 '불안'이란 단어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텐데 말이다. 적어도 운동이라도 하고 있을 땐 삶의 끝자락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동안 게을리했던  걷기라도 해야 살 것 같다는 생각이 기특하게 들었다. 며칠동안 시행착오를 하다보니 제법 자신에게 알맞은 시간을 찾아 낸 것 같은데 초미세 먼지로 하늘이 뿌옇다. 마음속에 갈등이 시작된다. 그냥 실내 자전거라도 올라탈까 아니면 마스크 쓰고 전투적으로 나가 걸어야 할까. 

몇년 동안 열심히 다녔던 '수영'이란 운동을 하지 않으니 코감기도 걸리지 않고 어깨 통증도 없다. 수영을 하지 않는 나름의 합리화인지 몰라도 현실은 아프지 않다. 하지만 가슴이 뛰는 즐거움은 없다. 수영장이 바로 이웃집인데도 선뜻 가고 싶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와 통증에 대한 기억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수영장 가방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 아직도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넌 왜 수영장에 가지 않니?'

'중독'이 풀린 모양이다. 하루라도 가지 않으면 온몸과 마음이 힘들었던 그 시간들이 쌓아 놓았던 세포들의 기억이 소멸된 것이다. 그리고 힘들었던 통증만 흉터처럼 매만지는 것이다. 

'걷기'를 하려면 신발이 좋아야 한다. 좋은 신발을 신으면 알게 되는 것 같다. 가벼우면서도 편안하고 안정적인 신발을 신고 땅을 밟고 묵직한 체중을 옮겨 앞으로 간다. 동네 공원을 오가기 위해 여섯번의 횡단보도를 얌전히 건너든지 헐떡이며 뛰어야 한다. 가끔 신호등이 바뀌기 전에 숨을 헐떡이며 뛰는 것은 심장에 좋은 것이다. 현실은 좀처럼 뛰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길바닥에 눈이 미끌거리는 상태에서 밤에 걷기란 위험한 일이다. 햇빛이 찬란한 낮시간에 가능한 일이다. 해가 머리위에 있는 시간엔 아무래도 나이 드신 남자 사람들이 많이 걸어 다닌다. 한 방향으로 걷고 있는 모습이 가끔은 좀비처럼 괴이하다는 생각을 가끔한다. ㅋㅋ 종종 조직을 이루어 수다를 떠는 건강한 할머니들도 만난다. 나이들며 친구들이 가까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부러워하며 즐겁게 나누는 이야기에 귀가 쫑긋거린다.  

구름 한점 없는 푸른 하늘아래 서있는 겨울나무 가지 위에 졸고 있는 비둘기 두마리를 그림처럼 보았다. 핸드폰을 두고 나온 것을 조금은 후회했다. 한국에 살면 드넓은 푸른 하늘 아래 걷는 것은 힘들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여기 넓은 하늘이 있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드넓은 하늘아래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절대 감사할 일이다. 자외선으로 인해 피부노화가 일어난다고 하지만 무엇이 중한가. 모자 눌러쓰고 걷고 볼 일이다. 

'만보' 정도 걸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상점에 들러 붉은 토마토와 달콤한 고구마를 사고 동네 맛빵집에서 소금빵을 구입하여 들어온다. 이제 먹을대로 먹은 나이를 생각하면 식습관도 건강하게 바꿔야 한다. 이것저것 따지고 보면 먹을 것이 없다. (게으른 변명인가.) 

우선 누워져 있던  아침시간을 일으켜 봐야겠다. 블러그에 그적그적도 해보고 리듬을 찾아야 한다. 그러다보면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우울과 불안이 떨어져나갈 것이다. 호기심 많고 도전적이기까지 했던 나는 어디에 있는가 맨날 물어봐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 초미세먼지 마스크 쓰고 공원걷기를 감행하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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