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September 20, 2022

Not Into You

 어젯밤 심심해서 티비 리모콘을 만지작 거리다가 나이든 여인들의 함께 사는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한때는 스타였던 나이든 여인들이 함께 살면서 사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보고 있으면 왠지 위태스럽다. 방속 작가의 치밀한 각본과 연륜있는 연출과  여러가지 고려해서 편집을 하고 내어 놓는 방송이겠지만 끝까지 보지 못하고 채널을 돌리게 된다. 물론 나이가 훨씬 많으신 언니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들을 쳐다보고 있는 자신이 더 주름지고 늘어진 기분과 함께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중독성이 있다. 

도전적인 여자가 불편하다는 남자의 말에 평소 눈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며 자기생각이 뚜렷한 여배우가 삐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헐! 여리여리 순하고 가날픈 여인에 대한 낭만을 품고 사는 남자다. 세상 모든 남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강하고 도전적인 여인은 적으로 느껴져 감당하기 불편하다는 이야기다. ㅋㅋ '적'이라고?

그런 남자 만나면 안된다고 댓글 날리고 싶었다.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고 자기 생각 뚜렷하고 잘하는 것 잘하고 못하는 것은 못한다고 하는 여자에게 연약한 척 해주라는 것인가? 부성애를 자극하는 매력이 없음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 그냥 그 남자가 그녀에게 아닌 것이다라고 크게 말해주고 싶다.

참으로 이상하다. 나 또한 엊그제 심은 여리여리한 사랑초에 자꾸만 눈을 마주친다. 씩씩하게 잘 버티고 있는 화초들은 그냥 지나가고 바람불면 쓰러질 것 같은 사랑초만 바라본다는 것이다. ㅋ 

일찌기 중학교 소녀시절, 유난히도 남자에게 인기가 있었던 친구가 생각이 난다. 여리여리하고 얌전하고 조심스럽게 걷던 그녀에게 동네 남자애들은 수학여행 선물을 갖다 주었다. ㅋㅋ 그리고 그 뒷애기를 건네 들은 튼튼한 나는 기분이 어떠했겠는가. 그녀는 소녀같은 판타지를 풋풋한 소년들에 갖게 하였던 것이다. 

그녀도 이제는 환갑이 멀지 않은 나이가 되었고 튼튼한 나도 흐물거린다. 제법 선선해진 초가을 바람에 사랑초가 흔들거린다. 바람을 타는 사랑초는 그것대로 멋있다. 그냥 멋진 일이다. 

사랑초가 흔들거리는 아침은 어제 구입한 열무와 얼갈이 김치를 담기 좋은 날이기도 하다. 후딱 김치를 담았다. 맑은 햇살과 푸른 하늘의 구름아래에서 갖게된 이 뿌듯함은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꾸민 것이 아닌 진짜 내것. 일부러 누구에게 잘보이려고 하지 않는 요즈음의 시간도 그런대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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