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September 14, 2022

The Rotten Peaches

 당장이라도 쫓아가서 썩은 복숭아를 면전에 들이대고 싶다. 대형 슈퍼 앞에서 좌판을 꾸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모를 연민같은 것이 생긴다.  노점에서 물건을 파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없기에 뒤적뒤적 현금을 찾아 지불하고 검은 비닐 봉투에 담아오는 품목들은 그날 구매계획이 없었던 충동구매이다. 뭔가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든다. 아파트 건널목 아저씨 감자는 싸고 품질도 좋았다. 시장입구 거리에 있었던 할머니 도라지는 싱싱하고 맛있었다. 큰 마트 앞에서 복숭아를 파는 중년 아줌마를 보았다.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한 복숭아를 팔고 계신다.

집까지의 거리를 생각할 때 그냥 바나나 한송이면 족했다. 원하는 브랜드의 복숭아도 아니었다. 하지만 복숭아 아줌마는 바나나 값을 받지 않을 터이니 복숭아를 데려 가라고 한다. 포장상자를 제거하고 검은 비닐 봉지에 담긴 그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한 복숭아들은 마침내 내 어깨에 매달리고 말았다. 아직 딱딱하고 맛있는 복숭아라고 하잖아. 바나나와 복숭아의 무게탓으로 어깨가 아파온다. 독감예방 주사 맞은 팔은 쉬어야 한다. 예약된 곳의 방문을 뒤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뭔가 알뜰하고 뿌듯한 마음은 서둘러 복숭아를 씻을 때 물컹하게 좌절했다.제일 단단했던 복숭아를 면전에 들이댔던 그 쉬운 상술에 속은 것이다. 명절에 판매 되어야 해서 일찍 출하되었던 복숭아는 겉만 멀쩡하고 속은 삭고 있었던 것이다. 순진하고 무식한 내 자신을 탓해야 한다. 아니야, 맛있을거야! 다른 것은 괜찮겠지. 인정하기 힘들었다. 하루밤을 지낸 복숭아는 오래 묵은 티를 감추지 못하고 거뭇거뭇 사람 손을 탄 흔적을 드러내고 있다.

아!

미국에서 살 때, 오월이면 정말 맛있는 로컬 복숭아를 실컷 먹었었다. 오,육달러 하면 한바구니 대략 10개 정도 되었을 것 같다. 이파리가 달려있기도 한 황도 복숭아의 달달한 즙을 흘리며 먹고 살았기에 이곳 한국에 돌아와 거의 십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도 쉽게 복숭아를 구입하지 못한다. 여름끝에 나오는 한국의 복숭아는 너무 비싸다. 수박도 비싸다. 저렴한 것은 참외라고 할 수 있다. 

다시 한번 칼을 들고 시도한다. 도저히 먹을 수 없다. 밍밍하고도 썩음한 이 복숭아를 어찌 한단 말인가. 쨈을 만들기로 한다. 껍질을 벗기고 자이레톨 설탕을 부으려는 순간 마침내 버릴 결심을 한다!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넣기전 쫓아가 항의할까 하는 어느정도 논리적인 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대형마트라면 영수증을 갖고가 어떤 항의라도 하겠지만 길거리 산전수전 다겪었을 것 같은 중년 아줌마에게 어찌 도전할 것인가.

그려, 먹고 내보냈다고 생각하자. 자신도 물건 받아 파는 것이라 몰랐다 하면 뭐라 할것인가. 

명절이 끝나 판매되고 있는 과일에 대해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서둘러 출하된 과일들이 유통되고 결국은 나같은 무지한 소비자가 당하는 것이다. 길거리 노점상이라도 동일한 장소에서 장사하는 사람의 상도덕을 순진하게 믿었던 내탓이라며 그냥 썩어가는 감정을 버리기로 한다. 썩은 복숭아라도 팔아야 먹고 살 수 있는 사정이 있는 것이라며 이해하고 절대 그곳에 가서 과일을 사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나의 페인팅을 보고 복숭아빛 파레트를 가졌다고 했던 미대 여교수님이 생각난다. 세잔느의 파레트와 흡사하다며 풍부한 그레인톤속에서 빛나는 생동감있고 맛있는 색감을 칭찬했드랬지. 그리고 한 여교수님도 생각난다. 자신의 세잔느의 그림을 무지막지 싫어한다며 머디한 그레이톤이 깔려있는 유화 그림의 깊이를 몰라라 했던 프린트 베이스 쨍한 칼라감을 가졌던 그분은 지금도 거리를 뛰어 다니고 있을까. 크리티크를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며 하는 것은 아닐진데 그땐 그분에게 인정받지 못한 느낌은 혐오감이었지 싶다.

진정한 크리티크는 무엇일까. 언제나 비판적인 크리티크는 상처를 남긴다. 하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그런 말을 했던 것인지 상처 안은 채 고민은 내가 했으니 말이다. 

먹는 것에 진심인 나는 맛없게 삭아버린 복숭아를 쉽게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 한동안은 찾지 않겠지만 살다보면 잊혀질 것이다. 더 조심스런 선택을 하게 되겠지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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