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September 08, 2022

under the Sun

 밤하늘 아래 걷던 길을 아침에 걷기로 결심을 했다. 아침풍경을 기대하는 한편 어두움에 가려져 있었을 모습이 빛에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 두렵기도 하였다. 등산을 하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사람이 앞에서 걷는다. 덩그렇게 우직하게 서있는 산이 저만큼 있다는 것을 잊어 버렸나 보다. 더운 날에 낑낑거리며까지 올라가고 싶지 않아서 멀어졌던 산이 생각났다. 

아파트 입구엔 상가가 있기 마련이고 편의점이 있는 곳에 쓰레기가 모인다. 쭈그리고 앉아 담배 연기를 품어대던 사람들은 밤을 좋아하나 보다. 아침이라 그런것인지 그들이 던진 담배꽁초만 보인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들이 보인다. 아들 덕에 강아지에 대한 애정 깊은 마음이 새로 생겨나기도 했다. 강아지의 이름을 불러 그 강아지가 눈을 마주치며 애교부리는 모습에 그만 넘어가 이제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강아지들에게 구애를 청하는 눈길을 보내고 만다. 

강아지의 엄마 아빠라 칭하는 사람들이 참 이상했었다. 그런데 이제 할미라며 말을 붙이며 강아지 앞에서 애교를 부리고 있는 모습에 웃음이 나오고 만다. 이래저래 웃을 일 있으면 좋은 것이다. 왜 작은 개들은 으르렁 거리며 짖어대는 것일까. 작은 개들도 나름이겠지만 소란스럽게 반응하는 소리에 놀라 쳐다보면 등치가 작은 개들이다. ㅋㅋ 뭐지? 열등감일까 아니면 생존하려는 울부짖음일까.

공원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밤에 비해 적다. 자외선 치수가 높은 날씨를 고려한다면 든든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거나 모자와 양산으로 내리쬐는 죄없는 태양을 가려야 한다. 수백년 살 것처럼 노화를 촉진하는 자외선을 막아야 한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척 하고 자외선 차단효과는 떨어지지만 바람이 송송 통하는 모자를 눌러쓰고 밖으로 나와서 다행이었다. 

아침에 보는 나팔꽃은 아름답다. 음지에 있으면 푸른 빛, 양지에 있으면 보라 빛에 가까운 푸른 빛, 그리고 아주 작은 붉은 색 나팔꿏이 잡초속에서 아침합창을 한다. 얼마나 귀엽고 멋진 형태인가.

일부분이 콘크리트 길이지만 넉넉하게 흙으로 이루어진 길이 있음에 감사한다. 자갈이 고개를 쳐든 거친 길이지만 등산화를 신으면 족하다. 콘크리트 담장을 타고 담쟁이가 올라가고 있다. 날마다 조금씩 저 높은 곳으로 향해  이모양 저모양으로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최선을 다한 초록빛이 지쳐가는 시간이다. 코스모스가 한들한들 피어나기 시작한 것 같다. 

아침산책이 에너지를 충전해 주었던지 슈퍼에 들러 장을 보기로 했다. 올해 한번도 담지 않았던 '열무김치'를 담아 보기로 한다. 손이 컸던 과거의 습관을 버리고 한단만 사기로 했다. 쪽파가 들어가야 맛있다는 사장님의 충언을 따라 쪽파도 한단 샀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듯이 열무를 다듬고 씻고 절이고 담으면 된다. 후다닥 담아 맛을 보니 슈퍼 사장님 말씀과 같이 열무가 여리고 부들부들하다. 열무김치 담은 자신을 쓰담쓰담 칭찬해 본다. 

가을날이 참으로 좋다. 이렇게 좋은 것들은 짧다. 이러다가 오리털 잠바입고 추운 날을 견디겠지 싶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이웃님이 좋은 글을 붙여 놓는다. 최근에 가장 인상 깊었던 문구는 

해야 할 것은 돈 모으고 살빼기

하고 있는 것은 살 모으고 돈빼기 

ㅋㅋ 사는 것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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