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September 04, 2022

Monday

 '월요일' 이렇게 시작하며 글을 쓰던 시절이 있었다. 블로그에 뭔가라도 남겼던 그 자신을 만나야 한다. 아무말이나 그적거리며 나를 찾기로 한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태풍이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무지막지한 태풍이 오기전에 서둘러 아침을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는지 지난 밤은 잠을 설쳤다. 아니, 날마다 이런저런 이유로 잠을 제대로 못자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버스를 타면 멀미를 하는 탓으로  웬만하면 걸어다니는 편이다. 평소엔 운동도 할겸 편한 신발을 신고 나다니지만 태풍으로 내리는 빗줄기가 심상치 않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버스를 탔다. 오가는 길에 동네 사람들의 쓰레기를 많이 목격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발생되는 쓰레기를 환경미화적으로 처리할 방법은 없는 것인가. 몇년 전에 일본을 여행했을 때 인상적이었던 것은 쓰레기 처리였던 것 같다.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보기가 어려웠던 것을 기억한다. 그래서 무척이나 일본의 마을이 깨끗하고 단정해서 좋았던 것에 비하면 이곳은 어떤가. 쓰레기의 당당함이라고 할까. 부끄러움이 없다. 학교앞 쓰레기, 빌라앞 쓰레기, 슈퍼앞 쓰레기,...길거리에 쓰레기가 나와 있으면 수거하기엔 편한 점도 있을 것 같긴 하다. 

생활 쓰레기를 아무곳에나 투척하는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현수막이 걸리고 경고 녹음기가 사람이 지나칠 때면 딱딱한 법적인 말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그곳엔 양심없이 버린 쓰레기가 모여든다. 아마 이쯤되면 시스템의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비를 맞고 있는 쓰레기는 더욱 처참했지 싶다. 

걷다보면 포도넝쿨이 있는 한옥집을 지나가곤 한다. 결혼전까지 살았던 한옥집 풍경과 닮아있다. 그래서 항상 눈길이 간다. 화장실 위에 포도나무는 왜 심었던 것일까? 재래식 화장실을 올라탄 포도나무에 포도가 열려있는 풍경이 빈티지이다! 집앞 주차를 막으려고 내어놓은 화분속에 그 그립던 채송화가 빨갛에 피어있었다. 할머니가 생각나는 채송화!

쓰레기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꽃들과 마주한다. 꽃을 향해 눈길이 돌아가는 것은 나이듦의 표시라고 한다. 인정한다. 난 나이가 많다! 이제 염색도 일부러 하지 않게 되어 어떤 자연스런 자유스러움을 즐긴다. 나이 들어서 좋은 것 중에 하나일 것 같은 즐거움이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것이다. 가끔은 두렵기는 하지만 나만 좋으면 된다싶다. 어쩌면 이것이 나이듦의 한 예시일 것이다.

쿠폰을 찍어주는 정육점앞에는 명절준비를 하느라 바쁜 사람들이 모여있다. 고기맛도 좋고 가격도 착한 집일 것이라 예상하며 지나간다. 야구르트 아줌마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다. 나무그늘 아래에 항상 있었던 야구르트 아줌마가 자리에 없다. 태풍 때문이기도 하고 서둘러 길을 재촉한 나의 부지런함 때문일 것이다. 

횡단보도에서 오갈때 차들이 두렵다. 이제 법이 개정되어 보행자가 우선이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습관처럼 차를 운전한다. 슬그머니 지나치고 때론 무식하게 위협적이다. 손을 들어 저항해본다. 성격탓도 있을터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쭈볏거린다. 어쩌면 그런 주저함이 사고를 더 초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당연히 횡단보도에선 차가 일시정지해야 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이사를 했나보다. 덩치가 있는 가구들이 비를 맞고 서있는 풍경을 지나 '콜레우스'란 식물이 있는 인테리어 가게앞을 지나친다. 깻잎처럼 생긴 식물인데 이파리가 꽃보다 아름답다. 꽃말이 '절망스러운 사랑'이라서 실망스럽긴 하지만 자꾸 눈이 간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알게된 이웃님이 거래선물로 콜레우스를 선물로 주셨다. 참 신기하다. 평소에 관심이 있어서 바라보곤 했던 식물을 얼굴 몇번 본 사람으로부터 선물로 받는다는 것이 작은 기적이다. 

이름을 검색해 보고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공부를 했다. 평소 아끼던 스마일 티팟 도자기를 꺼내 구멍을 만들어 콜레우스 집을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행복하다. 스마일 티팟이 웃고 그리고 콜레우스가 핑크빛으로 물들며 튼실해 지고 있다. 행복해도 되는 이유다!

사거리 횡단보도는 지루하다. 그래서 현수막이 많이 걸려있는 것일까. 다가오는 명절을 축복하는 지역 정치가의 현수막, 원어민 영어를 가르친다는 현수막, 최저가 아파트 분양 현수막, 도시재생 사업을 한다는 구청 현수막 심심해서 읽다보니 신호등 불이 초록으로 바뀐다.

아파트 방음벽을 올라 타려는 푸른색 나팔꽃을 만났다. 다 오르지 못하고 찬바람을 맞아 사라질 것 같다. 작은 나팔꽃을 보면서 씨 뿌리고 키웠던 내 정원의 모닝 글로리를 생각했다. 기세등등 지붕위로 마구 솟구치던 모습에 화들짝 놀라 싹둑 잘라냈던 잡초같은 모닝 글로리가 아직도 마음속에서 푸른 나팔을 불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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