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pril 21, 2020

Begin Again~~~

오늘이 몇일이지? 스마트폰을 보고서야 날짜를 알았다. 너무나 쉽게 , 그럴 것을 알았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나마 이성을 일깨우는 푸른  불안감을 마비시켜 버린 모양으로 블러그에 글을 남길 힘조차 남기지 않고 무너졌다. 급기야는 완화된 사회적 거리가 실행되어 동네 수영장이 문을 열었음에도 무너진 난 그 소식이 전혀 반갑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직도 코로나와의 전쟁이 끝나지 않은 이 사태에,  서둘러 실내 수영장 문을 열어야 하는 것인지 투덜대며 수영가방을 챙겼다.

난 내가 수영장 문열기를 손꼽아 기달릴 줄 알았다!

4주 강력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동네 수영장은 문을 닫고 동참하였다. '중독'수준으로 자나깨나 수영 생각을 하고 수영을 좋아하던, 선수급 열정을 가진 난 어디로 간 것일까?  몇년동안 다듬어 놓은 몸의 숫자를 지키지 못하고 살이 차오른 모습을 거울 앞에서 바라보는 심정은 '그냥' 받아 들이기로 한 모양이다. 저항하지 않고 받아 들인다. 며칠은 그래도 이럴 때가 아니라면서 근육 운동도 하고 걷기도 하고 단단한 정신줄 잡고 있는 듯했다. 나약한 정신줄이여~~~

스페인 드라마 시리즈, '종이의 집'을 보고 나서의 마지막 일주일 시간동안 몸과 마음을 다잡지 못한 요인이 오늘의 우울함의 주범이라 할 수 있겠다. 수영장 개장 문자는 공부는 하지 않았는데 시험 날짜를 받아든 쓰라린 심란함이라고 할까. 수영장에 가는 것을 피하고 싶은 마음을 마주하게 될 줄 몰랐다. 당장 여행이라도 갈 수 있다면 수영이란 운동을 피하고 싶다는 마음은 무엇인가.

코로나19로 인해 수영장 문이 닫기전, 에너지 넘치고 건강한 나를 기억하고 있을 몸과 마음의 세포가 문을 닫고 기억을 지운 느낌이다. 균형감을 유지하며 앞으로 쭈욱쭈욱 나아가던 리듬타는 자신을 잊은 것이다. 언젠가 느꼈던 그 무겁고 칙칙한 느낌이 밑바닥으로 부터 일어나 나를 덮어버린 것이다.  만사가 귀찮고 불안하고 우울한 생각만 가득이다. 슬럼프인가 코로나 우울증인가.

그동안 운좋게 '갱년기'라는 말에 사로잡혀 불행하게 살지 않았었는데 , 수영을 못함으로 인해 갱년기 불안증세와 허무함과 우울함이 기회를 틈타 나를 점령하고 승리의 깃발을 꽂아 버린 모양이다.

수영가기 전날밤 전전반측 잠을 못이루다 스친 생각중 하나는  많은 수영복과 수영용품을 쓸어담아 없애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싶었다. ㅋㅋ 그동안 우선순위에서 밀린 '춤'을 배울 때이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 시대로 실내공간에서의 집단적인 율동은 위험하다! 할 수 없이 순리대로 하기로 한다. 우선 수영가방을 챙기고 수영장에 가는 것이다.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닌 것이다. 그나마 다행으로 수영장 문을 열었다고 하니 하던 것 하기로 하자며 복잡하고 답없는 생각들을 꾸겨 쓰레기통에 던져 버려야 함이다.

4주만에 만난 푸른 박스안의 물들은 이상하다. 25미터 수영장의 레인이 멀게만 느껴지고 물의 느낌은 연두부처럼 말랑거린다. 일주일이면 수영감각이 깨어날까 의심스럽다. 온몸과 마음이 무겁게 질퍽거린다.  첫날 수영장을 다녀오면 기분이 좀 나아질것 같았는데 더 심란하다. 더 새롭고 재밌는 것이 있을 것 같다. 다른 것을 하고 싶다고 ㅋㅋㅋ

비행기 타고 건너온 무서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전쟁이 끝나면 여행을 마구 하고 싶다!

나와 같은 마음이 드는 사람이 한둘이겠는가 싶다. 코로나가 끝나며 수영장 푸른 박스에 갖혀 있지 않고 여행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자신이 다행이다 싶다. 원하는 것을 알게 되었지 않는가! 더 이상 무기력하지 않고 우울하지 않을 바람 하나가 생겼다는 것이다. 푸른 박스에서 건강하게 시간을 잘꾸리고 있다보면 일상의 시간도 리듬을 찾게 될 것이고 그러면 더 나은 나를 성장 시키며 풍성하게 할 것이다.

첫날에 무너지던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작한 둘쨋날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무덤덤한 마음으로 이제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푸른 박스안으로 들어갔다. 건강하고 활기찬 나와 만날 시간인 것이다.

포기하고 그냥 늙어버리기엔 내가 아깝다 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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