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pril 12, 2020

After Corona

오늘은 수요일이다. 어제로 넘어간 화요일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집콕 방콕하는 코로나의 시간은  '책읽기' 좋은 시간이라는 것은 알지만 시간이 널려 있으니 책을 잡고 눈앞에 가져오는 일도 심드렁하다. 만사가 느러지는 때엔 밖으로 나가  '만오천보 걷기'가 제일이다.  마스크, 모자, 선글라스, 무선 이어폰, 스마트폰을 챙겨 나가면 되는 것이다. 코로나가 범람한 어느 나라는 바깥 외출도 금지했다고 하니 여기 이곳은 얼마나 다행인가 말이다.

벚꽃은 환상적이다. 거무죽죽한 나무에 올려진 눈같은 벚꽃 팝콘은 낭만적이다. 봄바람에 꽃눈이 흩날리는 모습은 영화적이다. 유모차에 어린 아이를 태우고 나온 새댁들,  시냇가에 모여 앉아  작은 물고기를 바라보는 젊은 가족들, 벤치에 앉아 마스크 넘어 담소를 나누는 할머니들, 수다를 떨며 힘차게 걷는 40대의 아줌마들, 점심을 먹으러 맛집으로 걸어가는 유니폼 입은 아저씨들, 어린 아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는 젊은 아빠, 홀로 걷는 할아버지, 강아지 산책하러 나온 사람들, 굳이 거꾸러 걷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깐깐한 할아버지, 벤치에 누워 용감하게 햇살 샤워하며 잠을 자는 사람들, 벚나무 아래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천변에서 밥을 찾아 먹는 오리 가족을 한참이나 바라보는 사람들, 슈퍼에서 장을 보고 바삐 걸어가는 아줌마들...

만오천보를 걸은 다리는 묵직하지만 내친김에 식구들을 위해 장을 보고 들어가야 한다.

장을 보고 들어온 무거운 두 다리 그냥 푹신한 쇼파에 앉아 리모콘을 집어들고 '영화읽기' 하잔다~~~ ㅠㅠ

여기저기 아무리 둘러 보아도 더 이상 볼만한 영화가 없다.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해야 할 모양이다. 지금 영화관에서 상영하고 있는 보고 싶은 영화가 생각이 났다. 더불어 영화관에 '마스크' 관련 불만사항을 전달해야 하는 임무를 마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화를 걸어 상담원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저항를 하고자 했던 미션은 완수되지 못했다. 아무래도 상담원들이 대거 코로나 사태로 인해 무급휴직에 들어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스마트 폰을 이용해 문자 메세지를 남기기로 한다. 영화관람을 위해 마스크가 필수라면서 왜 영화관 내에서 마스크를 벗는 행위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실내 공간에서 마스크의 필요성에 대한 안내지도가 없는 것인지 문의를 남겼다. 참고로, 아직 문의에 대한 신속한 답장 메세지가 오지 않았다.

'영화관에 그냥 오지 마시와요' 이런 것 아닌가 싶다. '코로나가 무서우면 그냥 영화관에 오지 말지...쯧쯧'

 '뭘 바래요~~~' 하지 않기를 바란다.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일관성 없는 사람들에겐 뭔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허사이고 입만 아프다는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그런 사람들에게 순응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현실은 애매모호하게 두리뭉실하게 답없는 웃음을 슬쩌기 흘린다는 것이다......


메세지가 공손하게 도착했다. 이런저런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영화관내에서 마스크 차용 여부는 어찌 할 도리가 없다는 듯 무능하게 대답을 한다, 영화 시작전 직원 한명이 다시 한번 마스크 사용을 권유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넒은 아량으로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해달란다며 고객님의 안녕과 건강을 바라며~~

역시다! '뭘 바래~~~' 그래서 드라마 시리즈를 골라 방콕하기로 한다. 영화관은 젊고 면역력 좋고 간덩어리가 큰 사람이 가는 것으로 정리를 하며 움쯜하고자 했던 저항을 진정시키고 주머니 안쪽으로 집어 넣고 만다.

0 Comments:

Post a Comment

<<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