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March 22, 2020

Walking On Dry Land 1

우리 동네 수영장이 '코로나19'로 인해  문을 2주나 닫는 '사회적 거리 운동'에 동참하게 되었다.  일상의 리듬을 만들어 내는 가장 큰 변수인  '수영'이란 운동을 정지함에 따라 어떤 긍정적인 푸른 활력을 잃을 것만 같은 두려움으로 불안하다. 코로나19에 걸린 경험이 없기에  바이러스로 인한 두려움은  마스크를 쓰고 손을 씻고 하는 것으로 멀리 할 수 있지만, 수영을 정지하는 것은 마스크와 손을 씻는 일과는 다르게 '확'하고 찌는 소리가 나면서 무언가가 망가지는 일이다.

말랑말랑한 물을 잡고 유유히 앞으로 조용히 나아가는 기분 좋은 상태를 정지당한 것이다. 푸른 박스속에 출렁이는 물결들이 이루어내는 바다의 작은 움직임을 , 타인들의 물젓는 소리를, 물속에서 들리지 않는 바깥소리, 앞사람의 파닥이는 발의 움직임, 옆사람의 물텅벙이 만들어낸 작은 파편들, 누군가가 내려놓는 무게에 부딪혀 나는 물의 찰석거리는 소리...등등의 것들이 정지된 것이다.

날마다의 신성한(?) 루틴으로 싱싱한 푸른 에너지를 공급해주고 가슴을 뛰게 해주던 수영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위험한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사회 아니 국가 그리고 인간이 살고 있는 세계를 위해서  집콕,방콕 생활을 하면서 사회적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아침수영을 못하면 요즘 웃프게 유행하는 말처럼 '확찐자'가 될 것임을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운동을 하던 사람이 줄어든 운동량과 맞는 식사량을 조절하지  못했을 경우에 그림은 '확찐자'로 나타낼 것임을 알고는 있다. 머리는 그렇게 말하지만 쉽게 위장을 따르는 몸에 대해 제어 들어갈 자신이 없다.

그동안의 건강한 생활리듬을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평상시 대로 일어나 아침을 성실히 챙겨먹고 천변산책을 나가기로 하였다. 화창한 봄날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혀 모른 것처럼 해맑고 투명하다. 몹쓸 바이러스가 햇빛에 저절로 소멸할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나와 기본적이고도 필수적인 예의를 차린 모습이다.

수영장 푸른 박스를 벗어나 한참 걷다보니 여기저기 어린 봄이 초록으로 올라와 있다. 얼마나 어두운 긴 시간을 참고 기다렸을까나. 좀처럼 보기 힘든 잘생긴 수컷 오리를 보아서 가던 걸음 멈추고 다시  확인 들어간다.  물 속에 작은 물고기들이 오늘을 춤을 추며, 오리와 두루미도 물속에 고개를 박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오늘을 살아 가고 있는 것이다.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 있어서 동네 산을 바라보니 깜짝 놀라게 진달래가 분홍 무더기로 피어있다. 작은 시냇물이지만 바위를 감싸고 흘러가는 소리는 꽤 깊은 소리를 낸다.  언젠가는 깊고 큰 바다로 흘러 도착할 작은 물들이 부지런히  더 낮은 곳으로 흘러가고 있음이다.

한시간 반 가량을 걷고 나서 동네 슈퍼에 들렸다.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가 맛있게 해먹었다는 취나물과 돌미나리 초무침을 할 재료들을 구입하기 위해서이다. 모든 것이 새로이 일어나는 때인만큼 겨울을 이겨내고 올라온 봄채소가  보약이 아닌가 싶다. 제철 음식을 잘도 챙겨먹는 내 친구가 참으로 현명하다. 친구따라 나도 봄나물 해먹을 생각이다. '유유상종'이란 말이 있듯이 그렇다면 나 또한 살림 잘하는 친구같은 사람일까 물음표를 세워본다.

수영을 정지하고난 첫날의 출발은 이 정도면 괜찮은 듯 싶다. 이제 읽고 있는 책을 보다가 낮잠 한숨 자고 그리고 맛있는 저녁을 준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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